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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통3사 불법 추심 피해자 283명 SK텔레콤·KT·LG유플러스 검찰에 고발…수사 결과 따라 ‘후폭풍’ 클 듯
판매점 불법행위로 고객 수백 명 피해 입어
유씨가 지난 2011년 11월, 서울의 한 판매점에서 휴대폰을 개통한 게 화근이었다. 이 판매점은 “6개월만 개통 상태를 유지하면 정부 보조금을 받아 배분하겠다”고 제안했다. 유씨는 판매점 직원의 말을 믿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회사별로 한 대씩 휴대폰을 개통했다. 6개월간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민등록증 사본 등 필요한 서류도 모두 넘겼다. 몇 달 후 휴대폰 고지서를 본 유씨는 깜짝 놀랐다. 지난 몇 개월간 국제전화와 통신비, 소액결제 등으로 1000만원 이상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해당 이동통신사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판매한 대리점의 문제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유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J판매점 사장과 직원들이 유씨 몰래 휴대폰으로 결제해 통신비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사기에 연루된 J판매점 사장 등을 구속 기소했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은 유씨에게 통신비 납부를 독촉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가 와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유씨는 이통3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현행법상 채무 관련 소송이 제기되면 추심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유씨를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시켰다. 대출은 물론이고, 휴대폰 개통조차 할 수 없게 했다. 전화나 문자로 연체된 통신비를 납부할 것을 종용했다. 명백한 불법인 셈이다. 유씨는 최근 비슷한 사기를 당한 피해자 283명과 함께 SKT·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가정주부 이수민씨(가명·62)의 사정은 유씨보다 더 딱하다. 이씨 역시 보조금을 분배하겠다는 판매점에 속아 휴대폰 3대를 통신사별로 개통했고,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통사들의 독촉은 집요했다. 강제집행이나 압류 예정임을 알리는 우편물들이 수시로 자택에 날아들었다.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되면서 대출은 물론이고 휴대폰 개통도 불가능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2012년 비슷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과 함께 스마트폰피해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후 이통3사와 5년째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일부는 대책위를 떠났다. 600여 명으로 시작한 소송이 현재는 283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씨는 “주변을 보면 3000만원 가까이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있다. 6개월까지 통신비가 연체됐음에도 이통사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통사들도 일정 부분 사기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또 한 번 가슴을 쓸어야 했다. 학부모 모임의 회비로 걷은 210만원이 갑자기 계좌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통사가 미납요금으로 210만원을 인출해 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씨는 자신의 금융정보를 이통사가 불법적으로 조회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휴대폰을 개통하면서 지정한 자동이체 계좌는 신한은행이고, 돈을 인출해 간 계좌는 SC제일은행이다”며 “회사 측에 항의했지만 내가 전화로 동의했다고만 답하고 녹취록 등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서민민생대책위, 피해자 대신 고발장 접수
피해자 중 한 명은 아들 결혼비용으로 저축해 둔 500만원을 허락 없이 빼가기도 했다. 이씨는 “현행법상 채무부존재 소송 기간에는 일체의 추심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통사들이 불법적으로 개인의 금융계좌를 열람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씨 역시 최근 이통3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와 함께 이통3사를 형사 고발한 상태다. 이렇듯 이통3사의 불법적인 추심이 도를 넘고 있다. 현행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8조(채무불이행정보 등록 금지)’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다투는 소(訴)를 제기한 경우, 채권 추심자는 신용정보 집중기관이나 신용정보업자의 전산시스템에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해서는 안 된다. 이미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했을 경우, 소송이 진행 중임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등록을 삭제해야 한다.금융감독원도 현재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통해 “채권금융회사나 추심회사는 채무자가 채무존재 사실을 부인하며 소송을 제기할 경우 채권추심을 중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이 정보를 삭제하지 않았다. 고객들 역시 사지로 내몰렸다.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되면서 일상생활뿐 아니라 회사 업무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일부는 채무 사실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려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김점열 스마트폰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계속되는 납부 독촉으로 피해자들이 각종 스트레스성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일부 가정은 이혼을 하는 등 파탄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0월19일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함께 이통3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혐의는 크게 3가지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개인정보법 위반, 사기 등이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이통3사에 여러 차례 불법적인 추심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시정되지 않아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KT는 2013년 4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니만큼 채권 추심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대책위로부터 받았다. 당시 KT는 공문을 통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연체 정보와 보증보험사 채무 불이행자 등록 삭제를 완료했다”고 통보했다. 채무부존재 소송이 진행 중이니만큼 연말까지 채권추심 행위를 유보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불법적인 추심이 이어졌고, 또다시 항의를 받는 등 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SKT나 LG유플러스 등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제기되자 연체 정보 삭제 등을 완료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불법적인 추심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법원은 2014년 7월 ‘채무부존재 소송이 끝날 때까지 전화나 문자로 채무 변제를 독촉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는 취지의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의 횡포가 계속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하다. 김순환 사무총장은 “판매점 한 곳에서만 600여 명의 피해자와 50억원에 이르는 피해액이 발생했다. 잠재적인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본다”며 “이통3사는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하면서도 뒤로는 불법적인 추심을 계속해 왔다.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 고발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이 취재에 나서자 이통3사도 일정 부분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일부 고객의 전산 등록이 누락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현재 내부 시스템을 점검 중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손보고 있는 만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SKT나 LG유플러스 측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소송이 시작되면 추심 업무가 중단된다”며 “일부 추심업체와 미스커뮤니케이션이나 내부 시스템 문제 등으로 문제가 있었을 뿐, 관행적인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에 채권추심 중단을 입력할 수 있는 기간이 최대 30개월이다. 소송이 장기화되고, 30개월을 초과하면서 일부 추심사가 통신료 납부를 독촉한 것 같다”며 “현재는 관련 채권을 모두 회수한 상태다.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해 불법 추심을 계속하고 있다는 피해자들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원 강제조정 불구 불법적인 추심 이어져
하지만 지금까지도 불법적인 추심이 계속되고 있다는 피해자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최근까지 강제 집행 착수 통지서나 압류 예고 통지서를 받기도 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반환청구 소송이 접수된 만큼 ○○까지 변제를 마무리해 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기자가 만난 한 고객은 “이통사는 물론이고, 추심업체에도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일부 통신사의 경우 고객들의 허락 없이 금융정보를 열람한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판매점들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통사들은 2개월, 5만원 이상 연체되면 문자로 통보한다. 3개월이 되면 수·발신을 중단해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소액 결제나 통신비로 최대 6개월, 1000만원 이상 연체됐음에도 왜 중지시키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