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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2030 청년 창업가 3인이 말하는 ‘가시밭길 도전’의 이유
청년에게 업(業)을 찾는 일은 가장 큰 숙제가 됐다. 경제 한파 탓에 취업난은 역병처럼 번졌다. 창업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해 한국 국제무역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벤처 창업기업 중 60% 정도가 3년 안에 폐업한다. 자금과 성장동력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는 ‘데스밸리’를 넘지 못한 탓이다. 가시밭길이 돼버린 창업 문턱에 스스로 발을 들인 청년 3명이 있다. 영어강의 플랫폼 ‘유시찬잉글리시’ 대표 유시찬씨(27), 모바일 TV 커뮤니티 서비스업체 ‘티버(TVER)’ 대표 이두석씨(28), 그리고 영상 콘텐츠업체 ‘셀레브(sellev)’ 대표 임상훈씨(33)가 주인공이다.
세 대표가 걸어온 길은 삼인삼색(三人三色)이다. 경력도 분야도 제각각이다. 유씨와 이씨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해 본격적인 ‘돈벌이’에 들어간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무명(無名)의 경영자다. 반면 임씨는 어린 시절 업계 유수의 회사들을 거친 뒤, 자기 회사를 차린 잔뼈 굵은 경영인이다. 그런데 청년 사업가 세 명의 공통분모는 먹고사는 문제, 소위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지 않은 가치관에 있다. 이들에게 있어 상사에게 통제받지 않고 일을 하는 자유는 삶의 원동력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창업이 해답은 아니지만 내 몫만큼 정직하게 얻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청년 창업가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 분야인가.
유시찬(유): 프리랜서 영어강사다. 회사를 차린 건 아니다. SNS에 ‘유시찬 잉글리시’라는 페이지를 만들고 짧은 영어강의 동영상이나 회화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있다. 회사나 고등학교에서 시간제 영어강사 활동을 병행 중이다.
이두석(이): TV 커뮤니티 서비스업체 ‘티버(TVER)’를 운영 중이다. 티버는 30여 개 채널별 게시판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이 채널별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게시글에 들어가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임상훈(임): ‘셀레브(sellev)’라는 영상 콘텐츠업체 대표로 있다. 사명은 ‘유명인(celeb)+모든 것(everything)’ 또는 ‘팔다(sell)+모든 것(everything)’이라는 두 개의 뜻을 지녔다. 즉, 유명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들이 지닌 무형의 능력을 유형화한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유: 취업도 고려했다.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학원가와 영어교육 관련 회사에서 면접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학원 소속 강사가 된다면 하루 10시간을 일해야 한다더라. 자유가 제한받는 순간 내가 나일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
이: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교 3학년 때 국내 유명 증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선망하는 직장에서 일했지만 인턴이 끝나고 회의감만 들었다. 내 생활이 없더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공허했다.
임: 많은 매체를 거쳤지만 그때마다 내 선택의 기준은 ‘시대 목표’였다. 이전 회사에서는 주로 영감을 주는 유명인들을 인터뷰했다. 이번에는 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영감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다들 하는 일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창업에 있어 식상함은 위험요소 아닌가.
유: “I was there(내가 거기 있었다)”라고 답하고 싶다. 18살 무렵 영어에 미치기 전까지 영어를 못했다. 유학 경험도 없다. 대부분 영어회화 강사가 외국 대학을 졸업하거나 교포 출신인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영어 공포증’에 공감할 수 있고 ‘힐링법’ 또한 전수할 수 있다.
이: 많은 게시판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다양한 TV 프로그램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은 이제껏 없었다. 요즘은 편리해야 이용한다. 사용자는 한 번 클릭으로 원하는 채널의 게시판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돼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
임: 모든 도전이란 게 무조건 달라야만 의미를 갖진 않는다. 때론 ‘완전히 다른 일’에 도전하는 것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는 게 중요하다. 거쳐온 회사들에서 영상 콘텐츠를 기획해 왔고 결과물도 좋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전파자 역할을 하고 싶었다.
한국은 창업 후 폐업률이 높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유: 자유로움이 창의력의 근본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프리랜서로 대중없이 지내다 보니 게을러지더라. 옥수수를 심고 3일 안에 싹이 나길 바랐던 것 같다. 나에게도 시스템이 필요하더라. 지금은 주간 계획표 등을 작성해 시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자금과 사람이다. 처음엔 돈이 없어 지인에게 연락해 회사에 투자해 달라고 삼고초려했다. 그다음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티버가 잘되도록 일하라는 식으로 뻔뻔하게 굴었다. 그렇게 투자자들 모두가 공동창업자가 됐다.
임: 국내외 상황이 3~4개월 뒤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중국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지난 7월1일 중국의 외국 콘텐츠 규제가 강화되기도 했다. 콘텐츠 사업이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세상에 나갈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 보이고 싶다. 지금은 연봉 1억원을 줘도 사원이 될 생각이 없다. 재미있는 것을 해야 열정적일 수 있다. 새로운 호기심이 중요하다. 그것이 영어든 일이든 재미있는 것을 찾고 싶다. 성공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런 인생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스마트폰 보급 이후 가족이 모여 TV를 같이 보는 풍경이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단절한 소통을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시 연결하고 싶다. 소외된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
임: 나보다 창의적인 사람은 많다. 나는 크리에이터가 아닌 기록자다. 타인의 삶을 조명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또 소비되고 바로 버려지는 ‘쓰레기 콘텐츠’가 아닌, 조합하면 새로운 콘텐츠로 엮어낼 수 있는 재구성 가능한 영상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