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파리올림픽은 ‘근대 5종’ 경기에서 승마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부터는 승마 대신 장애물 경기가 포함될 예정이다. 선수 본인의 말이 아닌 무작위로 배정된 말을 타고 시합을 펼쳐야 하는 근대 5종 승마 경기의 규칙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과 함께, 짧은 시간 내에 낯선 말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동물학대의 여지도 도마에 올랐다. 이 오랜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있었던 ‘아니카 슐로이와 세인트보이’ 사건이었다.근대 5종 경기 중반까지 1위를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이면 골프, 3만 달러 이상이면 승마’가 대중화된다는 속설이 있다. 2011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후반대였고 동시에 말 산업을 육성한다며 관련법이 제정됐다. 그러면서 ‘승마’라는 스포츠가 자연스레 주목을 받았다. 이색적인 여가 활동이자, 일자리 창출 효과도 탁월하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그려졌다.하지만 승마를 따라다니는 ‘귀족스포츠’란 꼬리표가 걸림돌이었다. 귀족스포츠는 격식과 매너가 중요하다는 뜻 말고도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스포
프랑스 알자스로 일주일 간 승마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벨몽이라는 작은 산골마을에서 먹고 자며 말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겪은 승마 문화는 한국에서와 많이 달랐다. 가장 눈에 띄게 차이가 났던 것은 바로 말들이 지내는 환경이었다. 90마리의 말을 데리고 있다는 그 승마장에서는 거대한 방목장과 드넓은 초원에 말을 풀어놓고 지내게 했다. 말들은 하루 온종일 삼삼오오 모여 풀을 뜯어 먹었다. 어린 망아지는 따로 마련된 작은 방목장에서 어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말에게 방목은 매우 중요하다. 신선한 풀
얼마 전, SBS
2022년 어느 여름날, 충남 부여의 한 농가에서 동물자유연대로 제보가 들어왔다. 한 폐축사에 말 몇 마리가 버려져 있다는 이야기였다. 말들은 마을 주민들이 가져다주는 물과 당근으로 겨우 허기를 달래가며 버티고 있었다. 동물자유연대가 도착했을 때 두 마리는 이미 폐사한 상태였고, 남은 두 마리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모두 경주퇴역마 출신으로 승마장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나이 들고 병들자 버려진 것으로 추측됐다. 사람들은 말들에게 ‘별밤이’, ‘도담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별밤이는 별처럼 반짝이란 뜻으로, 도담이는 탈 없이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중에 벌어진 ‘까미’ 사건은 경주마들의 은퇴 후 삶이 어떤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게 된 전환점이었다. 그마저도 아주 드물게 벌어진 불행 중 하나였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주퇴역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제도가 없다는 사실보다 더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불과 4~5년에 그치는 짧디짧은 현역기간이었다.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전국에 승마장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고급 시설을 갖춘 일부 승마장에서는 경주퇴역마가 아니라 유럽산 승용마를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 이런 속담이 탄생한 이유에 주목해보자.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성공을 갈구할 때 사람들은 서울로 향했다. 돈과 사람이 모여드는 서울에는 그만큼 기회도 더 많기 때문이었을 테다. 그에 비견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말’이라고 하면 옛날부터 제주도만한 곳이 없었다.제주에서 말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원(元)의 간섭을 받던 시기다. 원나라가 한반도를 통해 일본과 남송을 침략하려고 했던 그 시절, 그 중간 기착지로 낙점된 곳이 바
어느 승마경기 영상에서 본 장면이다. 한 선수가 말과 함께 경기를 시작했는데 말이 장애물을 하나 거부를 하고 말았다. 몇 걸음을 더 가던 선수는 한 손을 들어 기권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관중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그 선수가 경기를 포기한 이유는 단 하나, 말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말이 장애물을 거부하자 선수는 말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걸 간파하고, 무리해서 경기를 계속 하는 대신 말의 건강을 위해 기꺼이 기권을 선택했다. 관중들은 우승보다 말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수의 마음가짐에 박수를 보낸 것이
《블랙뷰티》란 영화가 있다. 검은 털을 가진 말 ‘블랙뷰티’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다. 초원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자유롭게 살던 블랙뷰티는 어느 날 낯선 사람들에 의해 포획되고, 여러 주인을 거치면서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간다. 특이한 것은 말이 직접 화자로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황들을 동물은 어떻게 이해하는지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블랙뷰티는 망아지 시절을 어미와 함께 보내며 말 세계의 규칙을 배운다. 처음 사람에게 잡혀왔을 땐 자유를 빼앗긴 것에 분노하기도 했지만
승마장에서 강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초원이나 해변, 혹은 산길을 따라 말과 함께 걷고 달리는 것을 ‘외승’이라고 한다. 보통 처음 승마를 배우기 시작하면 외승을 첫 번째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SNS나 대중매체에서 한번쯤 봤을, 말을 타고 자연 속을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은 승마인이라면 누구나 꿈꿔봄직한 그림이다.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초보 승마인들이 외승을 가면 대개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장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말이 고작 몇 걸음밖에 뛰어주지 않는데, 외승지에서는 다르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달린다.
‘말'이란 동물이 우리나라에서 큰 논란이 됐던 적이 두 번 있었다. 하나는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말 뇌물’ 사건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승마선수로 활동하며 삼성그룹으로부터 수억원을 호가하는 말을 지원받았다.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금액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승마는 돈 많고 빽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스포츠라 낙인찍혔다. 이 시기 승마에 대한 사람들 인식은 최악이었다.다른 하나는 지난해 KBS드라마 <이방원> 촬영에 동원됐다가 말이 폐사한 사건이다. 경주 퇴역마였던 ‘까미’는 이날 촬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