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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우클릭’,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적 성격’
한동훈의 정책 공세, ‘반대만 하는 여당’ 벗어나려는 모습

5월30일 22대 국회가 시작됐지만, 아직 개원식도 못 했다. 국회가 돌아가고 있기는 하다. 야당은 법안의 단독 강행처리, 특검 발의, 청문회 개최, 탄핵안 발의를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정된 것을 포함하면 16회의 청문회를 진행한다. 이미 역대 최다다. 채 해병 청문회, 김건희 여사 청문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 등이다. 탄핵안 발의도 벌써 7번 했다. 특검법 발의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와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을 ‘거부권 중독’에 빠졌다고 공격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탄핵 중독, 청문회 중독’에 빠졌다고 공격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민주당의 법안과 특검 강행 처리→여당의 필리버스터→민주당의 강제 종료→법안의 본회의 통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결 요구→재투표와 본회의 부결. 이 무한루프는 계속될 것인가? 정치인 각각은 지지층에게 어필할지 모르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생산성 제로(0)’인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생산성 제로인 현행 국회는 계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 이유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은 3명이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전 대표, 한동훈 대표다. 이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에 만족하는 편이다. 2023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2024년 4월 총선에서도 역대 최악의 참패를 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심지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간에 당시 한동훈 후보에 대해 ‘배신자’ 프레임과 ‘문자 무시’ 논란을 제기하며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매우 희귀한 사례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개입하고도 한동훈 후보는 63%의 압승을 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변화 원하는 이재명·한동훈, 원치 않는 尹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뚝심의 리더십’으로 평가했다. 뚝심의 리더십은 양가적이다. 검사 시절에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개입 의혹을 조사할 때는 ‘권력과 맞서 싸우는’ 리더십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재보선에 참패해도, 총선에서 참패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민심과 맞서 싸우는’ 리더십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연인 윤석열은 예전에도 뚝심이었고, 지금도 뚝심이다. 예전에도 변화에 둔감했고, 지금도 변화에 둔감하다. 윤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나머지 두 명은 현재가 못마땅하다. 이재명 전 대표도, 한동훈 대표도 ‘변화를 원하는’ 위치에 있다. 이 전 대표와 한 대표가 변화를 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용꿈(대권)’을 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용꿈을 안 꿔도 된다. 

두 사람 모두 변화를 원한다는 점에서 8월18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국면’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 국민의힘과 한동훈 대표의 전략을 살펴보자. 먼저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전략은 ‘민주당은 좌클릭, 이재명은 우클릭’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민주당은 정무 공세를, 이재명은 정책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 이슈를 정무 이슈와 정책 이슈로 구분해 보면, 정무적 이슈의 대표 사례는 채 해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이다. 정무 이슈에 관한 여론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편이다. 부산·울산·경남, 충정권, 대구·경북에서도 특검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다. 

민주당은 정무 이슈인 특검, 탄핵, 법안의 강행 처리에서 강경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정책을 매개로 하는’ 우클릭을 하고 있다. 종부세와 금투세, 상속세에 대해 기존 민주당과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종부세의 경우 메시지가 매우 선명하다.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7월10일, 출마 선언), “종부세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다.”(7월18일, 후보 토론회)

 

‘빈약한 정부 정책’ 벗어나려는 韓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표차는 약 24만 7000표였다. 반면, 서울에서는 4.83%포인트 뒤졌다. 표차는 약 31만 표였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는 서울에서 이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이 후보가 서울에서 1%포인트만 더 득표했어도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종부세와 금투세, 상속세 이슈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우클릭을 하는 데는 지난 대선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국민의힘과 한 대표의 전략이다. 한 대표의 당선일은 7월23일이다. 취임 직후 친윤계에서 정점식 정책위의장 문제를 제기했다. 최고위원 중 친한계는 4명, 친윤계는 5명이었다. 최고위원 숫자에서 다수파가 되지 못할 불안감이 생겼다. 한 대표 측은 당초 정점식 의장 교체에 소극적이었지만, 친윤계가 불신을 조장하면서 핵심 쟁점이 돼버렸다. 결국 교체했다. 8월3~4일 주말을 거치면서 정 의장 사태가 일단락되고, 김상훈 신임 정책위의장이 임명됐다. 한 대표의 형식적 임기 시작은 7월23일이었지만, 실질적인 정치적 임기는 사태가 일단락된 후인 8월4일경 시작됐다. 한 대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민주당에 ‘금투세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이다. 민주당은 맞상대를 해주는 게 ‘한동훈 띄워주기’가 될 것으로 보고 무시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중이다. 

한 대표는 취임 이후 에너지 취약계층 130만 가구에 전기요금 지원, 반도체 특별법 당론 추진, 금투세 공개토론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정책 공세’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물론 얼마나 지속될지, 얼마나 이슈화할지는 더 지켜볼 문제다.  

여야의 결정적 차이점은 대통령과 정부의 보유 여부다. 그간 여당은 ‘뭘 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정치권 이슈를 정무적 이슈와 정책적 이슈로 구분하면,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 이슈가 너무 빈약하기에, 정무 이슈가 더 부각됐다. 채 해병 특검과 김 여사 특검이 그렇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반대만 하는 여당’을 벗어나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자면 정책 이슈를 더 많이 제기해야 한다. 한 대표가 더 많은 정책 이슈를 제기할 때, 이 전 대표 역시 정책 이슈로 맞불을 놓게 될 것이다. 정책과 정책의 대결은 반드시 ‘생산성 있는’ 입법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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