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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신뢰도·열독률 높은 언론매체]
언론매체 ‘영향력·신뢰도·열독률’ 조사서 MBC 모두 1위
KBS·조선일보·JTBC·SBS 등 추격…포털·유튜브 ‘주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향해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간 정권을 겨냥해 쏟아낸 날 선 질문은 MBC에 새로운 이정표를 안겼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2024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매체 부문에서 MBC는 영향력·신뢰도·열독률 3개 분야 모두 1위에 올라서는 기록을 썼다.

최근 5년간 언론 영향력 지형은 ‘일진일퇴’ 흐름을 보였다. ‘정치인 윤석열’ 탄생의 서막이 된 국정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2020년까지 4년간 선두를 지키던 JTBC는 손석희의 퇴장을 마주하며 영향력이 약화됐다. 파죽지세로 존재감을 키우던 포털 네이버가 한때 전통 매체를 제치고 1위를 꿰찼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전통의 강호인 KBS와 MBC, 조선일보가 ‘3강 체제’를 구축하며 반등했다. 방송과 신문을 대표하는 삼각 편대는 올해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영향력과 함께 신뢰도, 열독률까지 MBC가 독식 흐름을 보인 데다 2~3위와의 격차도 큰 폭으로 벌어졌다. 최대 권력자와 그 주변을 향한 비판적 접근이 국민과 독자, 전문가들에게 또 다른 영향력으로 작용하며 판도를 뒤흔들었다.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올해는 달랐던 MBC의 압도적 영향력 

MBC는 전문가(500명)와 일반인(500명) 조사 모두에서 ‘영향력’ 지목률 1위를 기록했다. 전문가의 43.4%, 일반인의 50.4%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MBC를 꼽았다. 2위 KBS(전문가 27.0%, 일반인 41.2%)와는 상당한 격차다. 지난해 KBS가 전문가 36.4%, 일반인 45.2% 지목률을 보이며 간발의 차이로 조선일보(36.2%·30.2%)와 MBC(33.8%·44.6%)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MBC는 부침을 겪어왔다.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9월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대통령실과 정면충돌했고 공방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김건희 여사 일가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이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등장인물로 하는 굵직한 보도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의혹과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실과 정부, 권력을 향한 MBC 보도의 구심력과 파급력이 커지면서 방송사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함께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사저널 조사에서 확인된 MBC의 영향력 확대는 각종 지표 흐름과도 일치한다. MBC는 2024년 상반기 잠정 영업이익이 18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5년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광고 수익 하락 등 경영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지상파 3사 중 흑자를 기록한 건 MBC가 유일하다. 올 상반기 MBC 본사의 지상파 방송 광고 점유율은 25.4%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 흐름을 뉴스 프로그램이 이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강연곤 중앙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바이든-날리면’ 논란부터 최근의 친일 인사 임명 이슈까지 MBC는 계속 ‘윤석열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정부를 직격하는, 대척점에 선 언론사를 향해 법적 조치와 제재가 이어지면서 MBC 뉴스에 대한 여론 주목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뉴스 소비자들의 ‘언론 장악’ 우려가 유튜브, SNS를 통해 관련 콘텐츠 공유 및 확산을 불러오면서 여러 지표를 통해 MBC 뉴스 노출이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공영방송 KBS는 박민 사장 취임과 대대적 조직 개편, 여권 성향의 이사진 확대 등을 속전속결 추진했다. KBS 노조와 언론단체의 격렬한 반발을 산 KBS는 특히 전문가 영역에서의 영향력이 1년 새 9.4%포인트 떨어졌다. 일반인 인식에서도 4.0%포인트 하락하며 지난해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했다. 30%대 지목률을 보였던 조선일보는 올해는 전문가와 일반인으로부터 각각 26.2%, 25.8%를 얻으며 3위에 올랐다. 네이버와 JTBC, SBS는 전문가 영향력에서 각각 18.6%, 15.6%, 12.0%를 기록하며 20%대를 뚫지 못했다. JTBC(15.6%)와 네이버(10.4%)가 일반인 지목률에서 10%대에 머무른 반면 SBS는 21.4%로 전문가 조사에서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뢰도 10%의 벽’ 3개 언론사만 넘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언론매체’를 묻는 조사에서도 MBC는 의미 있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언론 신뢰도 평가에서 31.8% 지목률을 보인 MBC는 올해 37.8%로 6%포인트 뛰며 1위를 지켰다. 일반인 조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3.4%를 확보하며 여유 있게 선두를 유지했다. 전문가와 일반인 신뢰도 조사에서 10위권에 든 대부분의 매체가 전년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한 점을 감안하면 ‘상승’ 또는 ‘유지’는 상당한 선방으로 해석된다.

전문가 신뢰도는 JTBC(16.4%)와 KBS(16.4%), YTN(9.2%), SBS(8.4%), 한겨레(8.2%) 순으로 나타났다. 2023년 전문가 신뢰도 지목률에서는 상위 6개 매체가 10% 선을 넘겼는데, 올해는 단 3개 매체만 이를 상회하며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방송과 신문이 신뢰도 하락세를 보인 것과 반대로 지난해 10위권 밖에 있던 네이버는 올해 4.0%로 새롭게 진입했다. 일반인 조사에서도 ‘현상 유지’를 한 MBC를 제외하고는 KBS(24.4%), JTBC(20.6%), SBS(19.0%), YTN(10.6%), 한겨레(10.4%), 조선일보(9.8) 등 대다수 매체가 작년에 비해 1~10%포인트 낙폭을 보이며 언론의 신뢰성 확보에 경고등이 켜진 엄중한 상황을 반영했다.

특히 신뢰도 조사에서는 영향력과 열독률에 비해 ‘모름/무응답’ 비율이 치솟았다. 전문가의 14.8%, 일반인의 10.4%가 신뢰하는 언론매체를 선정하지 않거나 응답을 거부하며 묵직한 과제를 남겼다.

열독률 조사에서 포털 약화 현상 두드러져

콘텐츠 열독률에서도 MBC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이 가장 열독하는 언론매체는 MBC(24.6%)로, 2위 네이버(17.6%)와 3위 KBS(10.2%)를 앞섰다. 2022년 동일 조사에서 MBC는 12.8%를 기록하며 8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19.0%를 얻어 2위로 뛰어오른 MBC는 상승세를 타고 1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반대로 네이버는 2022년엔 37.0%로 2위 다음카카오(20.2%)와 나란히 국내 뉴스와 콘텐츠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2023년 21.6%로 기세가 꺾였고 급기야 올해는 10%대로 내려앉았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8.8%로 간신히 10위에 턱걸이했지만 올해는 순위권에서 벗어나며 양대 포털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을 방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2022년 유튜브는 전문가가 열독하는 매체 9위(11.4%)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7위(9.4%)로 올라섰다. 그러나 올해는 지목률이 7.0%에 머무르며 다시 9위로 물러났다. 주요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유튜브 생태계에 진입해 동영상 서비스는 물론 라이브와 쇼츠(Shorts) 생산을 발 빠르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튜브 자체적인 영향력과 열독 지목률이 떨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언론 영향력 면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MBC도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며 외부 플랫폼에서의 영향력을 매체 자체의 경쟁력으로 흡수하고 있다. 8월14일 기준 ‘MBCNEWS’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467만 명으로 국내 뉴스 채널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YTN(461만 명), 3위 SBS뉴스(448만 명) 순이다. 불과 2년 전 230만 명 수준이던 MBCNEWS 유튜브 구독자 규모는 가파른 증가세를 탔고 올해 7월 YTN을 추월하면서 지상파는 물론 국내 전체 뉴스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게 됐다. 

일반인이 가장 열독하는 매체에서도 역시 MBC(40.8%)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KBS(21.0%), SBS(19.4%), JTBC(17.2%) 등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도 강세를 보였다. 뒤를 이은 네이버(15.2%)와 YTN(9.8%), 조선일보(8.2%) 등은 전년보다 영향력 또는 순위가 하락했다.

강연곤 교수는 “지상파뿐 아니라 전통 언론매체의 뉴스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MBC 뉴스로 결집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며 “‘할 말은 하는 언론’이라는 뉴스 소비자들의 판단이 지속될지 여부는 MBC 그리고 타 언론, 정부의 대응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4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전문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2022년부터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 국민 조사를 신설해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7월2일부터 7월19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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