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대표의 ‘종부세·금투세 이어 상속세까지 감세 전선 확대’ 대차대조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읽씹’ 논쟁과 ‘배신자’ 공방이 한창이다. 7월15일 있었던 충남 천안 합동연설회에서는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한동훈 후보가 연단에 등장하자 원희룡 후보 지지자 일부가 ‘배신자’라고 외치며 의자를 집어던지려고 하면서 몸싸움이 발생했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 혹은 ‘자폭전대’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민주당은 반대다. 조용하다. 애초 이재명 대표 추대론이 나왔을 정도다. 김두관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선 구도가 형성됐다. 출마 선언과 함께 이재명 후보는 “종부세의 근본적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김두관 후보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종부세가 폐지될 경우 지자체 예산이 엄청나게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읽씹 논쟁을 하는데, 민주당은 정책 논쟁을 하고 있다. 민주당의 논쟁 구도가 상대적으로 바람직한 이유다.
지난 5월초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종부세에 대해 ‘실거주 1주택자 제외’ 발언을 한 이후 세금 이슈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종부세 폐지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재명 후보의 ‘종부세 근본적 재검토’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 밖에도 금융투자세(금투세) 유예, 상속세 완화 등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민주당의 종부세 논쟁이 ‘친명 대 비명’ 구도에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종부세 폐지 공론화를 주장했던 고민정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野, 지난 대선 때 집값 높은 지역에서 밀렸다
종부세 완화 및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친명과 비명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의 문제의식 핵심은 부동산 이슈와 종부세가 지난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여러 정황으로 확인된다.
[표]는 대선을 약 3주 앞둔 2022년 2월18~19일 발표됐던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 조사다. 차기 대선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책 이슈를 물었다. 복수응답이 가능했던 조사의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중 45.4%가 부동산·주거안정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서 경제성장 25.6%, 일자리·고용 22.0% 순이었다. 20대조차 50.4% 비중으로 부동산·주거안정을 1순위로 꼽았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0.73%포인트 차로 패했다. 서울에서는 약 5%포인트 졌다. 지난 대선에서 서울의 구(區)별 평당 가격과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을 보면, 서울 25개 구 중에서 이재명 후보는 14개 구에서 패배하고, 11개 구에서 승리했다. 구별 평당 가격이 높은 곳은 윤석열 후보가 대부분 승리하고, 낮은 곳은 이재명 후보가 대부분 승리했다. 지난 대선에서 ‘종부세의 정치학’이 작동했고, 종부세가 ‘정권교체 촉진세’로 작동했다고 보는 이유다.
민주당은 최근 △노란봉투법 △구하라법 △감사원법 개정안 △범죄피해자보호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법안 7건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은 총 45건이다. 민생회복지원금 법안,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론 채택이 예고된 것을 포함하면 최소 69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좌클릭, 이재명은 우클릭하는 이유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당 차원에서는 좌클릭을, 이재명 후보는 우클릭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문회 강행,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과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 탄핵 추진 등은 민주당의 좌클릭을 잘 보여준다. 반면 이재명 후보 자신은 ‘중도적’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5월말에는 연금 개혁과 관련해 국민의힘 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여당 연금 개혁안은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3%로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이 후보의 금투세 유예, 종부세의 ‘근본적 검토 필요성’ 역시 중도 지향적 우클릭 성격을 갖는다.
이 후보의 금투세·종부세 재검토 발언은 ‘정무적으로’ 의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포퓰리스트와 실용주의자라는 두 가지 이미지가 공존한다. 대선 본선까지를 생각한다면 후자 이미지가 강해져야 한다. 금투세, 종부세에 대한 언급은 실용주의자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대표가 된 이후 종부세 완화를 실제로 추진할지는 더 지켜볼 문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의 경우 채 해병 특검을 ‘당 차원에서’ 독자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종부세 입장은 ‘개인 의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언론의 주목은 받되, 당내 논쟁은 회피하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토보유세 입장과 배치된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50조원 규모’의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당시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0.17% 수준이었는데 이를 1%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공약이다. 2021년 당시 종부세 총 세액은 주택분과 토지분을 합쳐 약 7조원이었다. 종부세는 7조원 규모였지만, 국토보유세는 50조원 규모였다. 총액만 보면, 국토보유세는 종부세보다 7배 더 강력한 세금이었다. 국토보유세는 기본소득과 함께 이재명 후보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정책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이후 국토보유세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는 보수층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당내 역학관계에서 압도적 다수파는 아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모두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 대표 당선 이후에도 ‘중도 확장 행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당내 역학관계에서 압도적 주류다. 운신의 폭이 더 넓고, 중도 확장에도 더 과감할 수 있다. 대선은 결국 51% 게임이다. 지지층의 지지를 받되, 중도 확장에도 성공해야 승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