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에 민감한 중도층·수도권·청년 지지율, 취임 초 대비 ‘반 토막’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의 선거 슬로건이었다. 당시 현직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인데 레이건 행정부에서 8년간이나 부통령을 지냈고 CIA(미국 중앙정보부) 국장 출신에다 대통령 재임 동안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다. 정치와 외교 그리고 안보에서 부시 대통령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경제는 달랐다. 재임 중에 미국 경제는 휘청거렸고 특히 중산층은 곡소리가 나올 정도로 힘든 국면이었다.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인물이 바로 클린턴 후보였다. 결국 선거 승리는 경제를 전면에 내건 클린턴 후보의 차지였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경제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공과가 모두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하지만 고도성장에 관한한 찬사 일색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아버지’ 열풍이 불고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산업화의 아버지’다.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언제나 상위권에 올라가는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단점보다 경제적 장점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등 많은 정치적 업적을 이루었음에도 임기 마지막에 벌어진 ‘IMF 외환위기’라는 경제적인 실패로 인해 그다지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입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출신이라는 한국 정치의 비주류 기반을 극복하고 ‘IMF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통해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받는 정치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경제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는 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도 적용된다. 윤 대통령은 임기 시작부터 여소야대 국면이라는, 정치적으로 취약한 기반 위에 서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경제에 있다. 임기 2년이 훌쩍 지났고 총선 패배라는 철퇴까지 맞았지만 아직도 국민은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 철학이 무엇인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유권자 중에서 특히 경제에 민감한 계층이 자영업층과 주부층이다. 자영업층은 물가 등 경제적인 지표에 크게 영향을 받고 가정 살림살이를 담당하고 있는 주부층은 가계 경제에 또한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정치보다 경제적인 변수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유권자층은 중립 지대에 있는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 즉 ‘중·수·청’이다.
여전히 모호한 尹 정부의 경제정책 브랜드
한국갤럽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들어 처음 실시한 조사(2022년 5월10~12일, 자세한 개요는 그래표에 표시)와 가장 최근 조사(2024년 6월25~27일, 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를 비교했다. 긍정 지지율은 취임 직후 조사에서 52%, 최근 6월말 조사에서 25%로 나타나 무려 27%의 긍정 비율이 빠졌다. 취임 직후 조사에서 중도층,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청년층(20~30대)은 차례로 45%, 51%, 44%, 45%, 54%로 나왔고 올해 6월말 조사는 19%, 25%, 22%, 12%, 11%로 나타났다.
비교하면 ‘중·수·청’ 수치가 거의 30~40%포인트나 빠진 것으로 나왔다. 엄청난 수준이다.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영업층과 주부층은 2022년 임기 직후 조사에서 각각 58%, 61%에서 올해 6월말 조사는 23%, 38%로 23~35%포인트나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그림①). 자영업층과 주부층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초반 핵심 지지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이유가 이탈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경제 지표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다.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을 밑돌았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2.6%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1.4%로 떨어졌다. 주로 코로나 감염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변수 요인이 크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의 날벼락을 피해 가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 3.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고물가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3.6%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보다 높았다.
빅데이터는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6월26일부터 7월2일까지 ‘한국 경제’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부정 비율을 도출해 보았다. 한국 경제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불안’ ‘위기’ ‘우려’ ‘강세’ ‘긍정적’ ‘기대’ ‘부작용’ ‘부정적’ ‘논란’ ‘큰 타격’ ‘위협하다’ ‘도움되다’ ‘합리적’ ‘추락하다’ ‘실패’ 등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대체로 경제에 부정적이다. 경제에 대한 빅데이터 긍·부정 비율을 봐도 확인이 가능하다. 긍정 비율은 46%, 부정은 51%로 나왔다(그림②).
경제와 밀접한 빅데이터 연관어 없어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국정 운영 평가를 보더라도 경제적 연관성은 밀접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는 많지만 최근 평가는 한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중동 자원 외교’의 문을 활짝 열었던 대통령으로 재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적 연관성은 얼마나 긴밀하게 이어져 있는지 빅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해 보았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6월26일부터 7월2일까지 빅데이터 연관어를 확인해 보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국회’ ‘위원장’ ‘정부’ ‘민주당’ ‘탄핵’ ‘국민의힘’ ‘국민’ ‘한동훈’ ‘정치’ ‘장관’ ‘특검’ ‘의장’ ‘수사’ ‘더불어민주당’ ‘야당’ ‘국가’ ‘지원’ ‘조사’ ‘당원’ ‘원희룡’ ‘운영’ ‘이재명’ ‘방통위’ ‘한국’ ‘검찰’ ‘최고위원’ ‘북한’ ‘나경원’ ‘여사’ ‘김진표’ ‘미국’ ‘인구’ 등으로 나온다(그림③). 윤 대통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빅데이터 연관어지만 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연관어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먹고사는 문제다. 맹자는 왕도정치를 설명하며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고 했다.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다시 부활한 근거도 미국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표방했기 때문이다.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회 지형 속에서 윤 대통령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경제다. 국민을 ‘경기 침체’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대책일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살리는 결정적인 돌파구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