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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논설실장 “한동훈, ‘명품백 사과’ 김건희 문자 읽씹” 주장
한동훈 “총선 기간 공적 통로로 소통…문자 내용 달라”
원희룡 “인간적 예의 아냐…대표 되면 당정관계 보나마나”

(왼쪽부터)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 김건희 여사, 원희룡 후보 ⓒ연합뉴
(왼쪽부터)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 김건희 여사, 원희룡 후보 ⓒ연합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지난 총선에서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사건을 사과하겠다”고 보낸 문자를 읽씹(읽고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후보는 5일 “집권당 비대위원장과 영부인 간 정무적 논의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문자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에 경쟁 주자인 원희룡 후보는 즉각 “충격적인 발언”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방송된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지난 1월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냈던 텔레그램 문자의 내용을 입수했다며 공개했다. 1월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뜨겁던 때였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을 재구성했다고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주장한 문자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화면 캡처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을 재구성했다고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주장한 문자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화면 캡처

핵심 내용만 발췌해 재구성한 것이라고 주장한 이 문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몇 번이나 국민들께 사과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사과하라면 하고 더 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 한 위원장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 실장은 “문자 내용이 긴데, 사적인 부분과 부적절한 내용도 좀 있어서 핵심 내용만 정리해 분석한 것”이라며 “문제는 한 후보가 이 문자를 우리 흔한 말로 ‘읽씹’했다는 것이고, 굴욕적인 저자세로 정중히 문자를 보낸 김 여사 입장에서 굉장히 모욕을 느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방송 후 파장이 일자 한 후보 캠프는 곧장 공지를 내고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공개된) 문자도 재구성되어 내용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얘기(문자 보도)가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재차 문자 내용에 대해 묻자 “제가 쓰거나 보낸 문자가 아닌데 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친윤(親윤석열)계 세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이른바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시점에 문자를 공개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지금 당 화합을 이끌어야 하고 그런 당 대표가 되고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 분란을 일으킬 만한 추측이나 가정을 하지 않겠다”고만 언급했다.

한 후보의 입장이 나오자 당권 경쟁 중인 원 후보가 곧장 맹공에 나섰다. 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 후보의 답을 “충격적 발언”이라고 규정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며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한 위원장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공적·사적 관계를 들이대더니 이번에도 또 그렇게 했다”라며 “세 분 사이의 관계는 세상이 다 아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절윤’(절단된 친윤)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라고도 꼬집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이 그때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호응했다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었고,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토록 많은 후보들이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인식으로 당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보나마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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