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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싱숍 시술 받고 선정적인 자막으로 시청자 자극
해당 영상 보고 돈 빼앗고 강간하겠다는 범행계획 세워

세계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별로 내용도 다양하다. 때론 지나간 사건을 통해 사적 제재 논란을 야기하는 등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낳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유튜브를 통해 범죄 정보를 입수한 후 범행 대상을 선정하고, 실제 범행에 나서는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시사저널 사진 자료·freepik
ⓒ시사저널 사진 자료·freepik

유튜브에 여성 업주 얼굴과 업소명 공개

2017년 3월11일 유명 유튜버 A씨는 서울 강남의 한 왁싱숍을 찾아가 제모 시술을 받고 관련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미녀 왁싱사 섭외’라는 자막을 올리고, 발기를 의미하는 ‘섰다’라는 단어를 자막으로 내보내는 등 선정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왁싱숍 여성 업주의 얼굴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뿐만 아니라 이 업주가 다른 직원 없이 혼자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서 왁싱숍을 운영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위치까지 언급했다. 이 영상은 3월14일 왁싱숍 업주의 요구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됐고, 약 한 달 후인 4월13일 삭제됐다. 

그러나 이미 이 영상을 본 배아무개씨(31)는 여성 업주를 식칼로 위협해 제압한 후 돈을 빼앗고 강간한 다음 살해하겠다는 범행계획을 세운다. 그는 2년간 무직으로 생활하면서 600만원의 카드빚을 지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배씨는 왁싱숍과 업주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추가로 확보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왁싱숍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업주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와 카카오톡 아이디도 알아냈다. 같은 해 7월3일 배씨는 휴대전화로 업주에게 연락해 왁싱 시술을 예약한다. 7월4일에는 자신의 주거지 인근인 서울 구로구 소재 마트와 편의점에서 범행에 사용할 식칼과 청테이프 등을 구입했다. 

다음 날인 7월5일 오후 8시21분쯤 배씨는 손님으로 가장해 해당 왁싱숍을 찾아간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업소에는 업주 신아무개씨(여·30) 혼자 일하고 있었다. 배씨는 약 40분에 걸쳐 왁싱 시술을 받았다. 그는 계획대로 기회를 노렸다. 

신씨가 왁싱 시술대와 탁자를 정리하기 위해 등을 돌리고 있던 그때, 배씨는 미리 준비한 식칼을 꺼내 업주를 공격했다. 그는 자신의 옷에 피가 튀지 않도록 옷걸이에 걸어두고 범행을 이어가는 잔혹함을 보였다. 

배씨는 청테이프로 신씨의 입을 막고 손과 발을 결박했다. 그러고는 왁싱숍 내부를 뒤져 신씨 휴대전화와 가방에 들어있던 지갑 안에서 체크카드 한 장을 챙겼다. 그는 신씨를 위협해 체크카드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마지막 수순으로 강간하려고 했으나 생리 중인 것을 알고는 마음을 바꾼다.

범인이 왁싱숍 앞에 찾아가 서성이고 있는 모습 ⓒMBN 방송 화면 캡처
범인이 왁싱숍 앞에 찾아가 서성이고 있는 모습 ⓒMBN 방송 화면 캡처

시신 옆에서 담배 피우고 유흥업소 검색까지

배씨는 태연하게 샤워실에 들어가 몸에 묻은 피를 씻고 나왔고, 이때까지 신씨가 살아있자 흉기로 급소를 찔러 살해한다. 이후 배씨는 시신 옆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신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흥업소를 검색하는 등 여유를 부렸다. 

7월6일 배씨는 빼앗은 체크카드를 이용해 자동화기기(ATM)에서 200만원을 인출했다. 이날 오전 왁싱숍에 찾아갔던 신씨의 지인에 의해 범행현장이 목격됐고, 그가 신고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왁싱숍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한 남성이 업소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보한다. 경찰은 배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그를 검거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검찰은 배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다. 

1심 재판부는 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15년간의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결심하고 준비한 과정, 현장에서 실행한 구체적 방법, 범행의 결과 등에 비춰보면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할 수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고 대담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배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원심판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배씨는 동영상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피해자를 상대로 너무나 잔혹하고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물을 취하려는 목적을 이뤘는데도 끝내 살해한 정황까지 반사회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검사는 배씨에게 사형을 내려 달라고 항소했지만, 사형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없다”며 “사회에 복귀할 기회가 주어질지 알 순 없지만, 형을 마치는 날까지 피해자에게 뉘우치는 마음으로 속죄하며 살기 바란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실시한 배씨에 대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 결과는 총점 7점, 한국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도구(KSORAS) 평가 결과는 총점 8점으로 각 재범 위험성은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 결과 총점 25점으로 정신병질적 성격 특성에 의한 재범 위험성은 ‘높음’ 수준으로 나타났다. 

배씨가 유튜브 방송을 보고 왁싱숍에 찾아가 범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네티즌들은 홀로 열심히 일하던 여성이 유튜브 방송의 선정성과 업소 정보 공개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며 공분했다. 해당 채널 운영자인 A씨에게는 살인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유튜버가 왁싱숍 업주의 얼굴 등을 공개하고 성적인 내용을 강조해 방송하는 것을 보고 범인이 살인 계획을 세웠다. ⓒ유튜브 캡처
한 유튜버가 왁싱숍 업주의 얼굴 등을 공개하고 성적인 내용을 강조해 방송하는 것을 보고 범인이 살인 계획을 세웠다. ⓒ유튜브 캡처

피해 여성, 사망 후 SNS 등에서 2차 피해

그러자 A씨는 “저는 윈윈을 항상 입에 달고 사는 BJ지, 범죄자들이 그 영상을 보고 범죄를 저지르라고 방송하는 BJ는 아니다”며 “일단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의도치 않게 제 영상을 범죄자가 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을 떠나 도의적으로나 심적으로 안타깝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논란을 불러오자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피해 여성의 얼굴이 퍼지며 2차 피해를 입었다. 누군가 유튜브 영상이 삭제되기 전 방송에 출연한 피해자의 영상을 캡처해 공유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여성혐오 콘텐츠’가 여성 살인을 불렀다는 이른바 ‘여혐살인’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SNS에서는 ‘왁싱샵여혐살인사건’이라는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는 공론화를 위한 시위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BJ가 영상에서 피해자가 혼자 일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성적 흥분을 강조하는 등 성적 의도를 담아 영상을 편집했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온라인에서 무심코 공개되는 정보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 SNS에 공개하면 위험한 개인정보들, 무심코 올렸다가 범죄 표적 될 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현대인이 즐겨 이용하는 필수 플랫폼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끼리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를 교환하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이 널리 사용되면서 ‘SNS 중독’ ‘SNS 폐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SNS 사용자들은 사생활부터 민감한 개인정보 등을 노출하고, 외제차 등 고급차, 수입시계, 명품가방 등을 자랑삼아 올려놓는다. 문제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정보가 악용되거나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SNS에 개인의 신상정보나 가족사진, 주소 등을 공개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실시간 위치정보를 알리는 것 또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본인의 출생연도와 생일도 공개하면 안 된다. 대다수 사람들은 각종 비밀번호를 생년월일과 연동해 만들기 때문이다. 

자녀의 사진과 생일 정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의 정보를 알리면 자녀에게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 여행계획을 공개하면 집에 빈집털이를 불러들일 수 있다. 자주 가는 장소, 식당, 운동시간 등 자신의 동선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도 언제든 악용될 수 있다. 브이(V)자를 그리는 인증사진 등 손가락을 확대해 찍은 사진을 공개해서도 안 된다. 사진에서 지문을 뽑아 위조한 후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할 수 있고, 집 도어락 등을 열 수 있다. 택배가 왔다며 인증사진을 올리는 행동으로 가족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개인정보가 담긴 바코드를 찍어 올린 사진도 범죄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 자신의 이름만 살짝 가리고 올리는 경우가 있으나 진짜 중요한 정보는 바코드를 찍어보면 다 나온다. 과도한 노출 사진을 올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 언제 어떻게 어디로 공유될지 모른다. 온라인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상대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온라인에서 만나 검증이 안 된 채팅 상대방이 번개 등 만남을 제안해 오면 거절하는 것이 좋다. 그가 언제 성폭행범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우리가 무심코 올리는 사소한 정보들이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누군가 당신의 SNS에서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생각하면 섬뜩할 것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정보 공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최선책은 SNS에서 개인정보 등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기본 설정을 자주 바꾸면서 서로 다른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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