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넘겼던 비트코인, 어느새 8500만원까지 ‘급락’
금리 인하 멀어지고 美주식 과열…투자심리 이탈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았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따른 대규모 투자자금 유입 효과에 한 때 1억원을 넘겼던 비트코인 가격은 3개월 만에 20% 가까이 폭락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자산들이 가격도 수직 낙하하는 흐름이다.
가상자산 시장 하락세의 주요 원인은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는 것이다. 연내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진 사이, 엔비디아를 주축으로 한 뉴욕 증시 폭등세가 가상자산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 시장의 경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대규모 상장폐지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고점 대비 20~30% 빠진 코인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이날 새벽 5시께 5만8890달러까지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5만90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오후 2시 현재에는 낙폭을 줄여, 24시간 전 대비 2.38% 내린 6만13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한국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등에서는 8600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한 때 8300만원대까지 내려간 바 있다. 지난 3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억400만원) 대비 현재까지 약 20% 빠진 상태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자산(알트코인)들의 사정은 더 부정적이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의 뒤를 이어 현물 ETF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고점 549만5000원에서 현재 470만원 대로 내려앉았다. 솔라나(-36%), 체인링크(-38%), 리플(-34%) 등 주요 알트코인도 고점 대비 큰 하락세를 보였다.
“더 오를 이유가 있나?”…코인 시장서 대규모 자금이탈
가상자산 가격 급락은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 올렸던 현물 ETF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11억 달러(1조5280억원) 이상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ETF 가격 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던 기관투자자가 ‘팔자’로 돌아선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시작된 시기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시점과 같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가 기대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긴축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다. 이후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한 때 비트코인 가격은 7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인하를 당초 3차례에서 1차례만 시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그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문제는 앞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더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일본의 마운트곡스가 보유한 비트코인이 시장에 대거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마운트곡스는 해킹 사건에 휘말려 2014년 파산했는데, 오는 7월부터 보유하던 20만여 개의 비트코인을 팔아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규모만 13조원 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오는 7월19일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앞두고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종목의 거래소 상장 유지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게 골자다. 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알트코인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수십여 개의 상장폐지 종목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했다. 거래소 측은 “대량 상장폐지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알트코인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 중이다.
“본격 약세장” vs “100억까지 간다”
이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시장이 약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기영 크립트퀀트 대표는 “파생상품 거래소의 고래 거래자(거액 투자자)들도 위험 회피 모드에 들어갔다”며 “이는 시장의 정서가 약세로 돌아선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식 시장이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시장에는 별다른 호재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가격이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 매도에 나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낙관론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꼽히는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회장은 “곧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수용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개당 1000만 달러(139억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는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는 비트코인이 조정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보유자들은 다시 비트코인을 축적 중”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