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땐 의심 필요…안과 검진 자주 해야
당뇨병은 아주 흔한 대사질환 중 하나로, 혈당 조절 능력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당뇨병은 눈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백내장이다. 당뇨병성 백내장은 일반적인 노년성 백내장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시력 저하, 눈부심, 단안 복시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시력 약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수록 백내장 발생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환자군에서는 백내장 유병률이 60% 이상으로 보고된 바 있고, 당뇨병성 백내장 환자의 평균연령은 일반 백내장 환자에 비해 낮은 경향을 보인다.
당뇨병 환자의 백내장 유병률 60%
정상적인 몸 상태에서 수정체는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당뇨병처럼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당을 분해하는 과정은 포화 상태가 되고 과잉 포도당은 소르비톨(당알코올의 일종)로 전환된다. 문제는 소르비톨이 세포막을 자유롭게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정체 내에 축적된다는 점이다. 축적된 소르비톨은 소르비톨 탈수소효소에 의해 프룩토스(과당)로 대사되기도 하지만, 이 과정은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따라서 고혈당이 지속되면 소르비톨의 수정체 내 축적은 진행되고, 이는 수정체 내 삼투압 불균형을 가중시킨다. 추가로 당을 분해하는 과정에 필요한 물질이 고갈돼 수정체 내 산화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증가한 활성산소는 수정체 단백질과 세포막의 손상을 유발해 백내장 형성을 촉진한다.
고혈당은 비효소적인 당화 반응을 통해 백내장 형성에 기여하기도 한다. 수정체의 단백질이 포도당과 결합하는데 이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변화를 초래한다. 이렇게 포도당과 결합한 수정체 단백질은 응집되고 수정체 혼탁을 유발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당뇨병성 백내장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당뇨병성 백내장은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을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또한 인슐린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인슐린에 의한 수정체 대사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뇨병성 백내장에 대한 근본적 치료는 일반 백내장과 마찬가지로 수술이다. 당뇨병 환자에서는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수술 전후 혈당 조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당뇨 망막병증이 동반된 경우라면 수술 시기와 방법 결정에 안과 전문의와의 긴밀한 상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백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당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백내장의 조기 발견과 진행 정도의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금연, 자외선 차단, 균형 잡힌 영양 섭취 등의 생활습관 개선도 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서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백내장 발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당뇨 망막병증이나 황반부종으로 인한 시력 감소와의 감별이 필요한데, 현미경 검사에서 수정체 혼탁이 뚜렷한 경우라면 백내장을 좀 더 시사하는 소견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은 시력 변화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적극적인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백내장은 당뇨병이라는 전신질환이 안구에 미치는 영향 중 하나로, 환자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병증이다. 내과와 안과 간 긴밀한 협진을 통한 혈당 관리와 적극적인 안과적 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환자 스스로 질환에 대한 이해와 눈 건강 관리 노력 또한 필수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