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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대권 가도’ 위해 장애물 다 제거하는 민주당
개딸의 ‘당무 개입’ 제도화…‘정치’ 대신 ‘힘의 정치’의 길로

“이건 제대로 된 당의 모습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를 위해 당헌·당규 개정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서 한 비판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나 비명계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민주당의 원조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이 한 얘기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그 누구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대편에 있는 여당이지만, 유승민 전 의원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당의 헌법인 당헌을 권력자의 입맛대로 뜯어고쳐 당권·대권 분리, 기소 시 직무정지라는 민주적·윤리적 규정을 무력화하고, 당원권 강화가 시대적 요구라며 개딸들의 당원권을 강화하는 것은 모두 이재명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6월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 제대로 된 당 아니다” 원조 친명의 쓴소리

민주당이 개정하는 당헌·당규 내용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일까. 우선 ‘대선 출마 1년 전 당대표 사퇴’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당대표, 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당무위에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을 연임한 후 대선에 출마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한 개정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예외조항을 만든 최고위의 논리는 ‘완결성 부족’이다. 대선후보 선출은 선거 180일 전까지 하도록 하면서도 예외조항을 뒀지만, 당대표의 사퇴에 대해서는 예외가 없도록 돼있어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염두에 두는 ‘특수한 상황’은 아마도 이재명 대표가 2026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공천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개정된 당헌·당규대로라면 이 대표는 다음번 지방선거 공천까지 직접 할 수 있게 된다. 차기 대선의 민주당 후보가 되는 데 조금도 소홀함이나 차질이 없도록 미리 대비하는 포석들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 권리당원 투표를 20% 비율로 반영하는 등의 ‘당원권 강화’ 조항도 통과됐다.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던 추미애 의원이 당내 국회의장 경선에서 탈락하자 강성 당원의 항의와 탈당 사태가 빚어진 일이 있었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이런 상황을 우려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이른바 ‘개딸’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국회의장도 그렇지만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데도 강성 지지층이 주를 이루는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개딸’들의 당무 개입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내용들은 주로 당내에서 논란이 되는 성격의 것이지만, ‘방탄’을 위한 개정 내용은 국민 눈높이와 어긋나는 성격의 것이다. 현행 민주당 당헌 80조는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이 조항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2022년 당헌 개정을 통해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로 직무정지를 취소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일이 있다. 당시에도 당내 비명계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방탄용 개정’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지금의 수사기관들은 ‘검찰 독재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하니 이들에 의한 기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실려있다. 이런 당헌 개정이 이루어지면 민주당 당직자들은 부패비리 혐의로 기소되어도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어떤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22대 총선을 거치면서 확고한 ‘이재명당’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이 여론의 비판을 받았지만, 그 결과 민주당에서 비명계는 씨가 마르게 됐고 친명계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철저하게 친명계가 주도하는 22대 국회는 민주당의 강경 노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6월10일 국회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사상 초유의 단독 개원에 이은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이다. 게다가 주요 상임위원장에 친명계의 초강경파 의원들을 배치했다. 법사위원장에 4선의 정청래 의원, 과방위원장엔 재선의 최민희 의원을 선출했다. 3대 핵심 상임위라 할 법사위원장과 과방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모두 한쪽이 차지한 것도 이제까지의 관례를 무너뜨린 것이다. 특히 ‘3선 상임위원장’의 관례를 깨고 강성 친명 상임위원장들을 전진 배치한 것은 여당을 숫자의 힘으로 제압하는 22대 국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개딸’ 업고 ‘힘의 정치’ 실력 행사하는 친명계

총선 이후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이재명당’으로 굳어졌다. 국회의원 구성에서 친명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이재명 지도부는 차기 대선으로 가는 길에 예상되는 걸림돌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조치들을 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재명 당대표의 연임은 차기 대선후보가 되는 데 결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고, 이번 당헌·당규 개정은 개딸들을 등에 업은 이 대표 이외의 다른 경쟁자의 대선후보 도전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여 관계에서는 정치가 아닌 힘으로 여당을 제압하는 ‘힘의 정치’로 구현되고 있다.

과거 야당사에 김대중이라는 거목이 있었다. 그에게는 오랜 세월의 민주화투쟁에 따른 카리스마와 권위가 있었다. 그래서 그 시절 야당이 사실상 ‘김대중당’이 되어도 어느 정도 수긍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재명은 김대중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시절을 오히려 능가하는 ‘이재명 유일정당’을 만드는 데 ‘올인’하고 있다. 그 결과는 ‘이재명이 결심하면 민주당은 따른다’는 정치가 되고 있다. 당 밖의 시선은 따갑지만 민주당은 6월12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고 17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 민주당은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당’이 됐다. 이재명 대표와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민주당이라면, 당명에서 ‘민주’라는 이름은 빼는 것이 낫겠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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