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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삼데이’ 당시 ‘비계 삼겹살’로 비판 쇄도
정부, 가이드라인 제시…대형마트도 대책 마련 나서
업계, 3차 검수에 ‘축산 명장’ 동원…AI ‘딥러닝’까지 등장

‘소울 푸드’로 여겨져 왔던 삼겹살의 ‘비계’에 관심이 모이게 된 것은 지난해 삼겹살데이(삼삼데이‧3월3일)부터였다. 지방 부분이 살코기보다 훨씬 많은 삼겹살로 인해 촉발된 ‘품질 논란’은 지난달 한 지방자치단체의 기부 답례품으로 지급됐던 ‘비계 삼겹살’로 인해 더 거세졌다.

기준 마련에 대한 요구가 나오자 정부는 삼겹살이나 오겹살의 지방 부위를 ㎝ 단위로 정해 만든 가이드라인을 재배포했고, 유통업체도 대대적인 품질 점검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 삼겹살데이를 앞두고 유통가는 여느 때보다 바빠졌다. 지난해 ‘반값 삼겹살’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된 일부 삼겹살에 품질 논란이 일었던 만큼, 올해는 우려를 불식시켜 ‘대목’을 노린다는 입장이다. 삼겹살이 다시 품질 검증대에 오른 셈이다. 

3월3일 삼겹살데이를 앞두고 삼겹살들이 다시 검증대에 놓였다. ⓒ연합뉴스
3월3일 삼겹살데이를 앞두고 삼겹살들이 다시 검증대에 놓였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연합뉴스

정부 가이드라인에도 ‘지방 삼겹살’ 유통…AI로 검품한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포장 삼겹살의 지방은 1㎝ 이하, 오겹살의 지방은 1.5㎝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지방이 과도하게 많은 삼겹살의 유통이 이어져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축산물 가공·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시행하기도 했다.

‘비계 삼겹살’ 논란 이후 다시 삼겹살데이를 맞이하는 유통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통업계는 지난해에도 삼겹살데이를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였지만, 특가 삼겹살에 비계가 과도하게 많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삼겹살 매출 특수도 누리지 못했다. 당시 대형마트들은 삼겹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교환‧환불을 진행한 바 있다.

유통가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최대 ‘반값’ 할인전을 펼치면서 신뢰 확보를 위한 품질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롯데마트는 ‘인공지능(AI) 장비’까지 활용해 삼겹살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21일 삼겹살 품질 검수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딥러닝(컴퓨터가 외부 데이터를 조합·분석해 학습하는 기술)을 통해 품질을 점검하기로 했다.

삼겹살을 잘라낸 단면에서 붉은 빛깔은 살코기로, 흰 부분은 지방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흰 부분이 30% 이상일 경우 검품 과정에서 탈락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AI 장비를 활용할 경우, 사람이 하는 것보다 한층 정밀하고 객관적인 선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입고하면서 진행하는 샘플 검사 횟수도 2배로 늘리고, 납품 기준도 높였다. 넓은 비계가 붙은 삼겹살을 걸러내기 위해 껍질 바로 아래쪽에 두껍게 붙어 있는 지방을 크게 깎아내는 작업을 두 번 이상 진행한 상품만 납품받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삼겹살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자 최근 신선품질혁신센터에 인공지능(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삼겹살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자 최근 신선품질혁신센터에 인공지능(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롯데마트 제공

‘환불보상제’‧품질 파악 가능한 포장 채택

이마트는 신뢰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환불 보상제’를 택했다. 삼겹살을 산 고객이 품질에 불만을 제기할 경우 환불해주는 것이다. 정육 상품을 취급하는 ‘미트 센터’에 AI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역시 AI 장비를 통해 흰 지방 부분이 지나치게 많은 상품은 검품 과정에서 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정육 상품 매입시 1·2차 검수를 미트센터에서 검수하고, 매장에서도 3차 검수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SSG닷컴은 삼겹살을 한 줄로 펴 일자 형태로 담은 ‘속 보이는 삼겹살’을 삼겹살데이 기획 상품으로 준비했다. 포장을 뜯지 않아도 맨눈으로 지방 함량과 전반적인 품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자체 검품 기준을 강화해 선별 작업에 공을 들였으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체 지방 비율이 50% 미만인 삼겹살만 선별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의 전국 점포에는 베테랑 ‘축산 명장’이 등장했다. 홈플러스는 삼겹살 지방 정선을 중심으로 코칭을 강화하고 있으며, 엄격한 품질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관된 품질의 삼겹살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겹살의 지방 비율이 절반 이상인 상품은 내부 규정에 따라 폐기하기로 했다.

돼지고기 할인 마지막날인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이 삼겹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이 삼겹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품질 점검 강화…상반기 내 가이드라인 개정

정부는 삼겹살데이를 전후로 오는 8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해 가공‧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지도‧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29일 지방 함량이 많은 삼겹살을 유통시킨 업체에 대해서는 운영‧시설자금 등 지원사업 대상 선정시 패널티를 부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모든 삼겹살 슬라이스가 보이도록 투명 용기에 포장해달라고 대형마트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현재 가이드라인 기준을 넘어서는 삼겹살이 무조건 ‘불량 삼겹살’이라는 오해를 만들 수 있는 데다 소비자들에 따라 삼겹살 지방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지방 ‘1㎝ 이하’의 기준은 다시 살피기로 했다. 전문가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상반기 내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방이 1㎝ 이상인 부위도 찌개용이나 냉동용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매뉴얼 개정 때 투명 포장재 활용을 권장하는 내용과 비계 삼겹살을 숨겨 파는 행위를 지양하도록 하는 내용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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