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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장염·외이도염·대상포진·일광화상·일사병·열사병 등 각종 질환 주의보

장맛비가 한풀 꺾이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여름을 건강하게 나려면 특히 장·귀·피부 건강에 유념해야 한다. 최근 이들 기관과 관련된 질병이 여름철에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름에는 배탈·설사가 흔한데 그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식중독과 장염이다. 이런 질병을 일으키는 각종 병원균은 덥고 습한 여름철 환경에서 활발히 증식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최근 5년간(2019~23년) 감염병 발생 현황을 보면 장관감염증은 하절기, 특히 7~8월에 많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는 전년 같은 기간(1~6월)보다 살모넬라균 감염증은 약 40%, 캄필로박터균 감염증은 약 20% 이상 증가했다. 주로 음식이나 물을 먹고 병원균에 감염된 후 복통이나 설사 증세를 보이는 질병이 식중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병원균에 의한 식중독의 60% 이상이 6~8월에 집중된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중독으로 구토가 심한 환자는 옆으로 눕혀서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자의 구토물을 처리할 때는 반드시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비닐봉지에 넣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급성 설사의 대부분은 감염성 장염이 원인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끓이거나 냉장 보관한 음식도 주의해야

급성 설사의 대부분은 감염성 장염이 원인이다. 장염은 병원균이 대장·소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병원균은 음식과 물뿐만 아니라 손·옷·물건을 통해 감염될 수 있고 사람 간 전파도 된다. 가벼운 식중독과 장염은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아도 낫는다. 다만 구토나 설사로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잘 보충해야 한다. 끓인 보리차에 설탕과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거나 이온음료를 섭취하면 된다. 설사 때문에 지사제를 함부로 복용하면 오히려 증세가 악화할 수 있으므로 약물 복용은 의사와 상의하는 편이 이롭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사할 때 혈변·점액변이 있거나 고열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항생제 치료와 같은 전문적인 조치가 필요한 중증 감염성 설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중독과 장염 예방수칙의 핵심은 손 씻기, 끓여 먹기, 익혀 먹기다. 육류는 물론이고 채소를 잘 씻어서 먹어야 한다. 병원체 대부분은 5도부터 60도 사이에서 증식하므로 음식을 60도 이상에서 가열하고 5도 이하로 보관해야 세균 증식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닭을 포함한 육류와 해산물은 85도 이상에서 충분히 익혀야 한다. 또 칼·도마·행주 등 조리도구는 열탕 또는 소독제로 소독한 후 잘 말려 사용하고, 익힌 음식과 날 음식을 조리하는 도구를 따로 사용해야 한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올해 하절기는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환자 발생 신고도 작년보다 많은 추세이므로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 예방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한 음식물 섭취와 손 씻기 등 감염병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집단 설사(2인 이상) 환자가 발생하면 가까운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요한 점은 음식을 끓이거나 냉장고에 보관하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건 잘못된 인식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의 독소는 100도로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으므로 미심쩍다면 해당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또 병원균은 냉장고의 저온에서 죽는 것이 아니라 증식이 느려질 뿐이다.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오히려 낮은 온도에서 더 오래 생존한다. 따라서 많은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보다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만 구입해 바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식중독과 장염은 탈수만 심하지 않으면 1주일이면 낫는다. 그러나 4주 이상 복통과 혈변을 동반한 설사가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대변검사·대장내시경검사 등을 진행하는 편이 좋다. 단순한 장염이 아니라 염증성 장질환(궤양성대장염·크론병 등)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재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 설사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비감염성 질환이다. 설사 때문에 장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드물지만 일부는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받는다”고 말했다.
한 어린이가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고 있다. ⓒ
한 어린이가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고 있다. ⓒ뉴스1

외이도염 방치하면 중이염으로 이어지기도

여름에 특히 유념해야 할 신체 부위는 귀다. 외이도염이 증가하기 때문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약 167만 명이 외이도염 진단을 받았고 특히 8월 귀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3명 중 1명은 외이도염이 원인이었다. 외이도염은 외이도(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약 3cm의 통로)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히 귓구멍이라고 부르는 외이도로 들어온 이물질·세균·곰팡이가 배출되지 않고 귀의 상처를 통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고, 물놀이나 야외활동 중에 각종 이물질이 귀로 들어올 기회가 많다. 외이도염에 걸리면 겉으로는 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귀가 아프거나 먹먹한 느낌이 들고 씹거나 하품할 때 통증이 커진다. 심할 경우 귀가 붓고 고름이 생겨 악취가 나거나 청력이 떨어질 수 있다. 평소와 달리 귀가 아프거나 열이 난다면 일단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좋다. 급성 외이도염을 방치하면 만성 외이도염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은 의사표현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을 방치하다가 중이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외이도염은 예방이 가능하다. 귀를 습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영이나 샤워 후 귀에 물이 들어갔으면 물이 들어간 쪽의 귀를 아래로 기울여 물기가 흘러나오도록 한다. 아이들은 물놀이할 때 귀마개를 착용하면 좋다. 그러나 면봉이나 귀이개로 귀를 후비는 행동은 금물이다. 그 자체가 귓속에 상처를 만들어 감염을 유발하고, 자칫 고막에 구멍(외상성 고막천공)을 낼 수 있다. 김영호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고막이 손상되면 통증·출혈·난청 등의 증상이 생긴다.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고막 재생 시술을 받아야 한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고막 천공·난청·만성 중이염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 물집 생기는 대상포진, 백신으로 예방

여름철에는 면역이 떨어지기 쉽다. 무더위와 습한 날이 빈번한 데다 에어컨 가동으로 실내외 온도 차가 큰 탓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대상포진 환자가 증가한다. 실제로 대상포진은 5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8월에 절정을 이룬다. 특히 장년층 이상의 환자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대상포진 진단을 받은 환자 74만4516명 중 50·60대가 45%를 차지했다. 
대상포진의 원인은 수두 바이러스다.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수두 바이러스가 잠복했다가 다시 활성화하는 때가 면역이 떨어진 시기다. 처음에는 몸살감기처럼 느껴지다가 피부에 붉은 반점과 물집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찌르거나 욱신거리는 듯한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흔히 ‘통증의 왕’이라고 할 만큼 대상포진 통증은 심하다. 김지영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첫 번째 피부 발진 이후 72시간이 지나기 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면 신경 손상 정도를 완화하며 치료 속도를 높인다. 통증이 심하다면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진통제도 처방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7~10일이 지나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대표적인 후유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인종별·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대상포진 환자 중 최대 30%까지 후유증을 경험한다. 피부 물집에 딱지가 앉아 증상이 완화된 후에도 1개월 혹은 3개월 이상 증상이 이어진다. 최선의 대상포진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어릴 때 수두 백신을 맞았더라도 대상포진을 예방할 수는 없으므로 50대 이상은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 것이 이롭다. 물론 백신 접종이 대상포진을 100%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백신을 맞으면 대상포진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가볍게 넘어가고 후유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평생 1회 접종하면 되며 백신 접종 후 재발률은 1% 미만으로 매우 낮다. 예방접종과 함께 면역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9월과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즐겁게 생활하고 하루 7~8시간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이다.  

더위로 체온 40도 넘으면 응급실 가야

장마가 끝나면 강렬한 태양 빛에 피부가 화상(일광화상)을 입기도 한다. 피부에 열이 나거나 화끈거리는 통증이 생긴다. 이런 증상은 햇빛에 노출된 지 2~6시간 후에 시작해 24시간이 되면 절정에 이른다. 가벼운 일광화상은 피부를 식혀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진다. 다만 화상 부위에 얼음을 대면 자극이 심해지므로 얼음주머니 등을 사용하고, 피부를 식힌 후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피부에 물집이 생긴 정도라면 2도 표재성 화상으로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고동률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집을 터뜨리면 세균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그대로 병원을 찾아 관리 방법을 문의하는 것이 좋다. 일광화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외활동 시 긴소매 옷·모자·자외선차단제 등으로 피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름철에 흔히 더위를 먹는다고 하는데 이것이 일사병이다. 땀이 나서 피부가 축축하고 창백하며 두통·구역·구토·어지럼증이 생기며 체온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서늘한 곳에서 쉬면서 물을 마셔야 한다. 맥주·술·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을 일으키므로 피해야 한다. 찬물에 샤워나 목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수시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여름철 일사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열 관련 질환 중 열사병은 가장 심각하다. 고온에 오래 노출돼 체온 조절 기능이 망가진 것이다.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하고 체온이 40도 이상 오른다. 두통·어지럼증·구역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의식을 잃는다. 이런 상태로 방치하면 사망할 수 있으므로 신속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간혹 해열제를 먹고 버티는데 해열제는 효과가 없다. 열사병을 예방하려면 실내 에어컨을 켜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물을 자주 섭취해야 한다. 고온에 노출되는 작업 환경이라면 자주 교대해 그 환경을 벗어나야 한다. 이혁호 인천힘찬종합병원 응급의학과장은 “환자가 의식이 없고 상태가 심각하다면 신속히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시원한 곳으로 옮겨 체온을 낮춰야 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 위험이 있으니 물을 억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휴가철 야외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팁

소방청의 2021년 응급 구조 건수는 약 80만 회로 하루 평균 2190건이다. 이 가운데  7월 약 10만8000건과 8월 약 12만3000건 등 여름철 비중이 37.2%로 가장 많다. 야외활동이 많은 만큼 응급 상황에 부닥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철에 흔한 응급 상황은 골절과 심정지다. 산과 계곡에서 골절 사고가 났다면 그 부위를 부목이나 나뭇가지 등 단단한 물건으로 고정하는 것이 좋다. 냉찜질도 도움이 된다. 날카로운 것에 베이거나 찔리는 자상이나 절상을 입은 경우, 출혈 부위를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씻어내고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로 압박한다. 선홍색 피가 박동을 치면서 뿜어져 나오면 동맥 손상을 의미하고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상처 부위를 직접 압박해 지혈하면서 심장에 가까운 부위를 단단히 묶는다. 이후 119나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물놀이 도중에 익수자가 의식이 없으면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을 2~3배 높일 수 있다. 환자를 평평한 곳에 등이 닿도록 눕히면서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올려 기도를 개방한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사람은 환자의 어깨 위치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가슴 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의 비율로 119구급대가 올 때까지 실시한다. 이혁호 인천힘찬종합병원 응급의학과장은 “휴가지로 떠나기 전 구급약을 준비하고 가까운 병원의 위치와 연락처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응급처치 후 병원을 찾을 때 무조건 큰 병원만 고집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보다 가까운 응급실을 찾아 신속히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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