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조사…후속 조치 가능 여부는 미지수
광교 지역 학부모들 “교단 섰다니 소름끼쳐” 불안 호소
장애인을 상대로 한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라는 폭로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가운데 경기교육청은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3일 집단 성폭행 가해자 폭로글과 관련해 실제 해당 인물이 경기도 지역 초등 교사로 근무하는 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1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전 지적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가해자들의 직업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당시 가해자 16명은 장애인을 집단 성폭행에도 여러 이유로 사실상 무죄라고 볼 수 있는 소년보호처분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명문대에 합격해 잘살고 있고, 이 중 몇몇은 한 초등학교의 담임 교사, 소방관 등 공직에서 일하며 완벽한 신분 세탁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범죄자에게도 사회 복귀가 필요하다는 법의 취지에 대해선 잘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미성년자 장애인을 16명이서 집단 성폭행한 강간범이 초등학교 교사, 소방관이 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씨가 언급한 사건은 13년 전인 2010년 대전에서 발생했다. 당시 고교생 16명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지적 장애 3급 여중생을 한 달여에 걸쳐 수 차례 집단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겼다.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난 가해자 중에는 성범죄로 인해 법원이 명령한 봉사활동을 자발적 활동이었던 것처럼 서류를 제출, '봉사왕' 타이틀로 대학까지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의 묵인 하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시민단체의 규탄 성명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사건이 재점화되고 가해자의 직업이 교사라는 폭로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가해자의 초등학교 근무지가 경기도 광교로 특정되면서, 해당 지역 학부모들은 발칵 뒤집혔다.
맘카페 등에는 가해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학교명이 오르내리고 있고, 사건 당시 연령을 토대로 가해자가 30대 초중반이라는 글도 공유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어떻게 초등학교 교사가 될 생각을 했는지 정말 끔찍하다"며 "내 아이가 담임으로 만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가해자 근무지가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라고 한다"며 "이대로 있어선 안될 것 같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이들과 분리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학부모들은 해당 학교와 경기교육청 등에 문의 및 항의성 전화를 하며 해당 교사가 교단에 설 수 없도록 조치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해당 글 내용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후속 조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문제가 된 교사의 집단 성폭행 범행은 교사 임용 전 발생한 데다 법적으로 모든 처벌이 끝났기 때문에 현행법상 이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어서다.
당시 집단 성폭행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비행 전력이 없고, 피해자 측과 합의 등을 고려해 가해 학생들을 가정지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소년법에 따라 가해 학생이 소년부에 송치되면 감호 위탁,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 사건 가해 학생들은 모두 보호처분을 받았다.
보호처분은 형사처벌이 아니어서 전과로 남지 않는다. 범죄 이력 자료에도 기록되지 않아 교사나 소방관 등 공직을 맡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한 뒤 적법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