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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한국타이어·KB손보·현대제철 등 줄줄이 수사 재개…공소시효 임박·인력난에 수사 축소 전망도

최근 검찰이 삼성전자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수사 결과를 1년 만에 내놓았다. 11월16일 서울중앙지검 공조부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등 주요 4개 계열사로 하여금 삼성웰스토리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급식 거래를 맺게 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혐의다.
11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시사저널 최준필
11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시사저널 최준필

공소시효 앞둔 기업 사건 동시다발적 수사

이런 거래를 기반으로 삼성웰스토리는 매출 2조5951억원, 영업이익 3426억원을 얻어 단체급식 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거듭났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웰스토리는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수의계약을 통한 대규모 급식 거래로 안정적인 매출과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다”면서 “사실상 사업 위험이 제거된 상태에서 급식 사업을 영위하며 관련 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 지위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웰스토리 수사는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는데, 이런 건이 공조부에 한두 개가 아니다. △SPC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롯데칠성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제강사 철근담합 사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휴대전화 소액결제 제공업체 담합 사건 △보험사 주택보험 입찰담합 사건 등이 그것이다. 해당 사건들은 모두 지난해와 올해 공정위 고발로 공조부에 배당된 사건이다. 현재 SPC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제빵공장 사망 사고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조부 수사까지 받게 됐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SPC삼립을 지원해 이익을 몰아줬다는 혐의다. 2020년 7월 공정위가 647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허 회장 등을 고발한 바 있다. 2년이 훌쩍 지나 SPC가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한국타이어도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11월8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타이어 몰드를 고가로 구매한 행위에 대해 8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한국타이어를 검찰에 고발했다. 몰드는 타이어의 패턴, 디자인, 로고 등을 구현하기 위한 틀이다. MKT는 2011년 한국타이어그룹에 편입된 계열사로 한국타이어 총수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아들들이 지분의 절반가량을 갖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원가가 과다하게 책정된 가격 산정 방식으로 MKT의 몰드를 사들였고, 2016~17년 두 아들이 모두 108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대형 보험사들도 줄줄이 공조부 수사를 받고 있다. KB손해보험 등 7개 손해보험사는 2018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재산종합보험 입찰에서 사전 담합을 통해 들러리를 세우거나 고의로 입찰에 불참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그해 공정위는 입찰에서 이들의 낙찰 금액과 투찰률이 전년 대비 높아진 것을 적발하고, 과징금 총 17억여원을 부과했다. 담합을 주도한 KB손해보험과 인스컨설팅 법인, 두 회사의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3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연말께 수사 결과 나올 듯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도 담합 혐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2012…^18년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과 입찰 가격을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이들에게 총 25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7개 제강사 법인과 전·현직 직원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하는 공공기관용 철근 130~150톤(약 9500억원)을 놓고 과거 조달청 계약 물량 등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과 입찰 가격을 ‘짬짜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되는 사실은 공조부가 11월 들어 동시다발적으로 기업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11월17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으며, 같은 달 8일에는 서울 양재동에 있는 SPC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계자료와 내부 감사자료 등을 확보했다. 11월15일에는 보험사들의 주택보험 담합 의혹에 대해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보험, MG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보험, 메리츠화재보험 등 7개 보험사에 수사팀을 보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아울러 11월6일 공조부는 수년간 조달청이 발주한 철근 단가계약 입찰에 사전 낙출 물량과 입찰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제강사 전·현직 임원 20여 명을 조사했다. 이 외에도 가격을 과다하게 책정한 부품을 사들여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고발된 한국타이어 사건도 11월에 공조부에 배당돼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있다. 최근 공조부가 연말을 앞두고 기업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피의자·참고인 조사 등에 나서면서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황원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1월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한국타이어의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는 해당 사건들이 올 연말 공소시효를 앞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공조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 수사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올해 말까지다”면서 “그동안 공조부에서 잠잠했던 사건들인데, 연말까지 사건을 털어내려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조부가 기업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수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공조부가 공소시효를 앞두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별로 많게는 관계자 수십 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수시로 압수수색 현장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고 있어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 아울러 이전 수사팀 때부터 묵혀온 장기미제 사건과 공정위로부터 끊임없이 들어오는 고발 사건 등은 처치 곤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조부가 처리해야 할 사건들도 산더미인데, 고소·고발 사건들도 연이어 들어오면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SPC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근 압수수색과 경영진 조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사건이 접수된 지 2년이 넘도록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실정이다. 그동안 SPC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는 등 수사에 탄력을 받지 못했다. 결국 SPC 일부 직원에 대해서만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채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수사가 지연되면서 허영인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공소시효가 올해 말로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특히 이정섭 공정거래조사부장이 SPC 사건을 “연내 반드시 끝내라”고 강도 높게 주문하면서 담당 수사팀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공조부 업무 과중에 따른 맹탕 수사 우려도

애초에 공정위로부터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 넘어오는 경우도 있다. 공정위가 11월 고발한 한국타이어 사건은 공소시효가 불과 몇 달 남지 않아 촉박하게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모두 공조부 수사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정위가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들의 ‘독점력 남용’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향후 공조부의 업무 과중이 더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공정위에도 공소시효가 임박한 대기업 고발 사건들이 여러 건 있어 조만간 공조부에 해당 사건들이 배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공조부 인력이 대거 축소되면서 수사가 지지부진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공조부는 기존 검사 13명에 파견 2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7월 조직개편에 따라 공조부 검사는 7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후 공조부에 사건이 몰리면서 대검찰청에 공조부 증설 논의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기업 수사가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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