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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도르뉴 가문의 사랑 이야기 담은 ‘안나 드 코도르뉴’

스파클링 와인은 탄생하는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프랑스 샹파뉴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가 된다. 스페인에서는 ‘카바’라고 명명한다.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의 역사는 유럽의 다른 와인 산지에 비해 짧은 편이다. 역사는 15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마니아층이 두텁다. 피노누아나 샤르도네 등 일반적인 스파클링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 품종 외에 스페인에서만 생산되는 토착 품종을 적극 활용하면서 샴페인과 다른 특징을 지녔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로 지하 저장고를 의미하는 ‘카바(Cava)’는 샴페인처럼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하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이다. 다른 유럽산 스파클링 와인에 비해 가성비가 높은 점도 ‘카바’가 사랑받는 이유다. ‘카바’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1872년 스페인 페네데스 지역에 위치한 코도르뉴 와이너리가 기원이다. 전형적인 가족경영을 이어오던 코도르뉴 와이너리는 스페인 토착 품종인 마카베오, 파레야다, 샤렐로를 블렌딩한 이색 카바를 한 해에 6000만 병 생산한다. 한 해 생산량이 국내 인구보다 많다.

연인·부부에 제격인 스파클링 와인

코도르뉴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카바 중 ‘사랑’을 모티브로 탄생한 것이 있다. 바로 ‘안나 드 코도르뉴’다. 와이너리 이름인 ‘코도르뉴’ 앞에 붙은 ‘안나’는 여인의 이름이다. ‘안나’는 코도르뉴 가문의 마지막 상속녀였다. 안나는 결혼을 했고 남편은 그녀를 사랑했다. 과거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문 간 이익을 위한 정략혼이 당연시됐으니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은 평민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안나의 남편이 자신의 사랑을 알리고 싶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남편은 코도르뉴가 만든 최고의 ‘카바’에 안나의 이름을 붙였다. 안나 드 코도르뉴 시리즈가 탄생한 순간이다. 부부간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시리즈 중 블랑 드 블랑은 웨딩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탄생 일화뿐만 아니라 보틀 디자인 역시 이 와인을 웨딩 와인으로 명성을 얻게 했다. 병목부터 보틀 전체를 하얀색으로 만든 안나 드 코도르뉴 블랑 드 블랑은 외관부터 웨딩드레스를 연상케 한다. 레이블에는 여인의 초상이 담겼다.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돌린 여인이 바로 안나다. 카바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안나의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코도르뉴 와이너리는 스페인의 뛰어난 관광자원 중 하나다. 코도르뉴 와이너리는 카바 역사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지만 스페인의 국가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스페인 3대 건축가로 유명한 ‘조셉 푸이그와 카다팔치’가 설계했다. 1895년 증축을 거쳐 현재의 웅장함을 갖춘 코도르뉴의 건축물들은 1976년 스페인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완연한 봄이다. 계절의 시작인 봄, 연인에서 부부로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이들과 함께 안나 드 코도르뉴 블링 드 블랑으로 축배를 나누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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