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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먼저냐, 사면이 먼저냐
이낙연, 작년 8월 인터뷰에서 사면에 ‘부정적’
전직 대통령 사면은 정국을 뒤흔들 변수임에 틀림없다. 여권의 고민은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정권 후반기 대선을 앞두고 사면 카드를 쓰는 것은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게 뻔하다. 다음 정권으로 이를 넘기는 것도 정치적 부담감이 크다. 그동안 사면에 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 논란에 불을 지핀 것에서 여권 지도부의 이러한 고심이 읽힌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조기 사면을 묻는 질문에 “법률상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사면이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불가능하다”며 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 대표는 ‘형이 확정된 다음에 조기 사면하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은 형이 확정된 다음 얘기다. 대통령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다소 여지를 남겨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완강하게 반대했던 이 대표가 불과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바꾼 것은 왜일까. 올 1월1일 통신 3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그는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법률적 상태’나 시기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법률적 상태=적절한 시기’를 감안할 때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시기를 ‘대법원 선고 이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 발언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과 민주당 게시판에선 사면 반대 의견이 거세게 일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사전에 어떠한 교감도 없었다”고 밝힐 뿐, 사면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이재명, 사면 반대의사 내비쳐
국민적 공감대 역시 아직까지는 부정적이다. 한국갤럽이 1월8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현 정부에서 사면해선 안 된다’는 응답(54%)이 ‘현 정부에서 사면해야 한다’는 응답(37%)보다 월등히 많았다. 1월11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전직 대통령 사면이 국민 통합에 기여할 것인가’에 응답자의 56.1%가 ‘기여를 못 할 것’이라고 답해 38.8%를 기록한 ‘기여할 것’보다 많이 나왔다. 또 국민의힘이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아무 전제조건 없는 사면’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합의 또한 쉽지 않다. 민주당 내 반대 기류는 초반보다는 다소 누그러드는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이낙연 대표에 대한 ‘비토’ 분위기도 많이 줄어들었다. 되레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거부반응이 더 크다. 민주당 게시판에서 진행된 당원투표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대표직 사퇴 반대와 이재명 지사 출당 찬성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핵심 지지층의 충돌로 관심을 모았던 투표에서 당원들은 이 대표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로써 사면 발언 이후 당내 반발에 부닥쳤던 이 대표로선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만약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조건부 사면 입장을 밝힌다면 이 대표로선 문심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친문계의 강력한 지지를 얻게 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형량 모두를 채울 게 아니라면 4년 정도의 수감생활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은 물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선거에 이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사면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도 가급적 빨리 결정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사면 논의 자체를 강하게 부정하는 여권 내 생각 또한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본인들이 잘못한 바 없다고 하는데 용서해 주면 ‘권력이 있으면 다 봐주는구나’ 생각할 수 있다”며 사면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중진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 모두가 법원으로부터 뇌물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기에 정치적으로만 사면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수뢰·배임·횡령 등 범죄에 관해서는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다른 나라들도 사면은 임기 말 사면이 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도 “결국 시점이 문제겠지만 사면 자체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선고 이후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국민이 받은 상처와 대한민국의 치욕적인 역사에 공동 책임이 있다”고 논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변인은 “제1야당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바로 세우며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논평했다. 한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회 탄핵에 이어 법원의 사법적 판단으로 국정농단 사건이 마무리됐다”면서도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마자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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