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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징역 20년·벌금 180억원 확정
‘의미 있는 선례 남겼지만’ 과제도 남아

대한민국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국정농단 사건’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촛불집회(2016년), 특검과 탄핵(2017년), 재판(2018~20년), 최종 판결(2021년)이 나기까지 햇수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박 전 대통령의 일부 혐의는 재판을 받는 동안 유·무죄를 오갔다. 형량도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의 판결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시사저널 임준선

재판만 3년9개월…형량 오락가락

[2018년 4월6일 1심]-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가법상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최씨와의 공모를 인정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16개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 중 2심에서 쟁점이 된 삼성 관련 혐의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일부 유죄) △미르, 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무죄) △정유라 말 3필 보험료 2억4146만원(특가법상 뇌물수수 유죄) △코어스포츠 승마 지원 용역대금 213억원(일부 유죄) 등이다. [2018년 8월24일 2심]-서울지방고등법원에선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을 앞선 1심보다 늘렸다. 재판부는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원심 판결보다 징역 1년, 벌금 20억원이 가중됐다. 항소심 결과는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제공 혐의를 1심보다 넓게 인정하면서 달라졌다. 특히 삼성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2800만원에 대해 판단이 갈렸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삼성 사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청탁이 없었다고 보고, 이 돈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해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해 후원금을 뇌물로 인정했다. 코어스포츠 승마 지원 용역대금 부분에서도 1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원심은 삼성이 최씨 딸 정씨에게 코어스포츠를 통해 승마 지원을 약속한 부분과 말 보험료를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 1심과 엇갈렸지만, 승마 지원을 ‘약속’한 것은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9년 8월29일 상고심]-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원심 판결을 깼다. 대법관 전원 일치 판결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은 앞서 1심과 2심이 일부 혐의를 공직선거법상 분리해 판결하게 돼 있지만, 이를 한 사건으로 선고해 절차상 법률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제한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심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과 분리해 선고하지 않았다. 더불어 상고심 재판부는 원심이 판결했던 무죄 부분을 확정했다. 이 외 나머지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대법원은 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2020년 7월10일 파기환송심]-파기환송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징역 15년·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2심과 비교했을 때 징역 10년과 벌금 20억원이 줄어든 형량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맞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강요죄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일부 무죄로 뒤집히면서 형량이 줄어들었다.

“엄중한 메시지 남긴 판결”

서울고법 형사6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 파기환송심도 판결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전직 국정원장들로부터 35억원의 특활비를 지급받은 혐의로도 별도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1·2심 재판부는 특활비가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해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국고손실 혐의도 일부 무죄 선고를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파기환송됐다.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6부에 병합·배당됐다. [2021년 1월14일 재상고심]-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국정농단 15년+특활비 상납 5년)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5년·벌금 180억원을,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추징금 35억원을 선고했다.  파기환송 전보다 10년 감경된 형량이다. 직권남용 혐의 적용 기준을 엄격히 해석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크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확정된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 징역 2년을 더하면 총 징역 22년의 형을 살아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의미 있는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봤을 때,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과거 현직 대통령을 처벌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래 권력자에게 엄중한 메시지를 남긴 판결”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판결이 대한민국에 큰 과제를 남겼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지지하는 정치 성향에 따라 대통령을 봐주고, 안 봐주고 따진다면 처벌받아야 할 대통령은 없게 된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진영논리가 더욱 팽배해졌다. 나라가 분열될 지경이다. 이건 앞으로 한국 사회가 극복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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