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한 감찰 및 수사를 대검찰청 감찰부에 배당하기로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던 윤 총장이 한 발 물러서면서 사태 봉합에 나서는 모양새다.
23일 대검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당시 검찰이 거짓 증언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수감자 한 모씨가 당시 수사팀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요청한 사안을 감찰부(한동수 감찰부장)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한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법률대리인에게 편지를 보내 "서울중앙지검의 조사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며, 대검 감찰부가 감찰·수사할 경우 협력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씨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민본 측은 전날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과 당시 검찰 지휘부 15명에 대한 감찰요청 및 수사의뢰서를 대검에 제출했다.
민본 측은 감찰요청서에서 당시 검찰이 한씨에게 '한 전 총리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을 들었다'고 거짓 진술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검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한 전 총리가 후보로 출마한 서울시장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검사동일체 원칙대로 한몸처럼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민본 측은 감찰 요청 대상 중 일부가 이미 퇴직한 점을 들어 이들에 대해 감찰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추 장관은 지난 18일 한씨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의 조사를 거부하자, 대검 감찰부가 중요 참고인인 한씨를 직접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한 전 총리 재판의 증인 최모 씨의 진정 사건을 살피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 경과를 보고받아 수사 과정의 위법 등 비위 발생 여부와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지난 21일 해당 사건을 대검 인권부장 총괄 하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라고 지휘했다. 추 장관이 진정 사건의 총괄 부서를 대검 감찰부로 지목했지만, 윤 총장이 이와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면서 양측 갈등이 재점화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앞서 추 장관은 한씨의 진정을 대검 감찰부에서 맡지 않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서 조사하는 것에 대해 "감찰 사안을 인권 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켰다"며 윤 총장을 겨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여권에서는 윤 총장이 '꼼수 배당'을 하고 있다며 사퇴까지 거론하는 등 맹공격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