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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구속' 여부가 1차 분수령

지난 9월9일 오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에 도착했다. 9월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임명을 둘러싼 찬반 대결 구도는 더욱 강경해졌다. 주말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결정을 못 한 채 임명 강행과 임명 철회 두 가지 발표문을 모두 준비하고 월요일을 맞았다. 이날 국회를 찾은 강 수석은 곧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리를 마주했다. 당시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은 강 수석이 당에 대통령의 결정을 통보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20분 만에 강 수석이 방에서 나왔다. 몰려드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강 수석이 국회를 떠난 직후 청와대에선 고민정 대변인의 발표가 이어졌다. 임명 강행이었다. 결국 그 직전 방에서 세 사람이 나눈 대화가 ‘조국 정국’의 방향을 결정한 셈이다. 취재진이 국회와 청와대 등 다양한 여권 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 대표 등을 찾아 대통령의 고민을 전하며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여당에선 “이제 와서 물러설 순 없다”며 조 장관 임명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당의 이러한 입장이 장고를 이어가던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처음부터 워낙 강했기에 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이 서기 전까지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 당·정·청 수뇌부 간의 회동이 이어졌다. 이들 사이에도 조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상당한 온도 차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내각을 총괄하는 이 총리 등은 조 장관 임명 강행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주당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 일러스트 신춘성
ⓒ 일러스트 신춘성

靑, 매일 FGI조사 병행하며 여론추이 살펴

그러나 검찰이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의 기세로 수사하며 정부·여당과의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에선 기존과 다른 미묘한 기류들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 애써 표정관리 중인 청와대를 대신해 ‘조국 수호’에 줄곧 앞장서며 검찰에 맞서왔던 민주당은 최근 들어 거세지는 검찰 수사 강도와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번져가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될 경우 당도 이전과 다른 변곡점을 맞이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지도부 차원에서 단단히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복수의 당내 의원과 관계자들은 길어지는 조국 정국에 대해 복잡한 속내를 조심스레 내비쳤다. 당의 생존을 위한 출구전략을 진작 고심해야 했는데 이마저도 이젠 마땅치 않은 상황이란 것이다. 당이 조 장관 임명 전후로 몇 번의 타이밍을 놓치며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고 사태를 키워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장관 임명을 위한 전 과정을 애초에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안이하게 예상하고 뛰어들었단 얘기다. 실제 조 장관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한 6월말부터 청와대가 그의 장관 내정을 공식화한 8월9일 개각까지는 한 달 하고도 보름여의 기간이 있었다. 보통의 장관 임명 때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긴 기간이었다. 그사이 야당은 이미 고강도의 인사청문회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실제 7월초부터 자유한국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의 방에는 조 장관 관련 각종 자료가 수북하게 쌓여갔다. 조 장관의 과거 SNS 활동, 폴리페서 논란, 논문 표절 의혹 등이 개각도 발표되기 전 연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야당에서 조 장관에 대한 각종 고발장을 접수했을 때도 여권은 검찰 수사가 이렇듯 철저히 이뤄지리라고 예상치 않았다. 조 장관과 함께 검찰 개혁을 완수할 인물이라 기대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였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부인 등 가족들의 혐의가 늘어날 때도 정부·여당은 ‘조 장관 본인이 직접 개입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철회는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검찰에 조 장관과 관련해 전방위로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격이 됐다.  

“조국 카드 너무 일찍 뺐다” 여권 내부에서도 자성 목소리

조 장관의 임명은 사태의 끝이 아닌, 더욱 극한 치킨게임의 막을 열었다. 임명 후에도 검찰은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민주당은 임명이 이뤄진 상황에서 전보다 더욱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어려워졌다. 그사이 당 지지율마저 내부에서 마지노선으로 일컫던 40% 아래로 떨어졌다. 자연히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에 대한 초조한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여권 내부에선 조 장관 임명과 관련해 찬반이 팽팽하다. 물론 이는 초기 조 장관이 내정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여권의 표면적인 기류가 더욱 강경해졌듯 수면 아래 반대기류 또한 커졌다는 점이다. 최근 여권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출구전략’ 용어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해야 한다. 9월24~25일, 언론들이 민주당 내 소장파 의원 멘트를 인용해 “당이 조국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당내 비토가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현재 당내 사정상 이를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당직자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굉장히 언짢아한다. 총선 공천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누가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내 의견 정리가 완벽하게 끝났다고 보긴 힘들다. 최근 민주당은 회의를 비공개로 여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통상 비공개회의를 먼저 열어 의견을 조율한 뒤 공개회의에서 당의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공개회의 이후 비공개회의로 전환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는 그만큼 의견 조율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8월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이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8월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이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현재 복수의 여론조사기관 조사와는 별개로 표적집단면접(FGI)을 벌이면서 매일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여권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결과, 현재 청와대는 조 장관 진퇴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정 교수가 구속된다면’이라는 시나리오를 놓고 현재 청와대 분위기는 50 대 50인 걸로 안다”고 밝혔다. 조국 정국의 분수령은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여부에 달려 있다. 9월24일 의총에서 나온 이해찬 대표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만약 (조국 장관) 부인이 구속되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오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종합적’이라는 단어다. 현재까지 파악된 여권의 입장은 확고하다. 단일대오가 흐트러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광주 서구에 지역구를 둔 송갑석 의원은 “다소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지층을 보고 가야 한다. 지금 여나 야, 친문, 반문 모두가 갖고 있는 게 ‘검찰의 공포’다. 검찰의 칼날이 무서워 조 장관을 해임하면 검찰의 공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가 조국 카드를 강하게 고집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는 어떤 문제에 부딪혀 고민할 때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를 하지만 한번 결정한 사안에 대해선 밀고 나가는 타입”이라면서 “이미 최고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임명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민주당 최고위는 비공개회의를 열고 관련 사안을 투표에 부쳤는데 임명 찬성이 7표, 반대가 2표, 유보가 1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도 “조 장관이 직접적으로 법 위반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부인이 구속되더라도 사퇴시키기 힘들다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할 명분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이 물러나면 관심은 당연히 후임 법무부 장관에게로 쏠린다. 조 장관과 가까우면서 검찰 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은 조 장관 논란에 연루돼 도덕성에 흠집이 나면서 기용이 힘들게 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쉽다는 이유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정치인 출신 장관 기용이다. 당내에서 조 장관 대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전해철, 박범계 의원 등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내년 총선 출마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검찰 개혁이 중요 과제니만큼 검찰 출신 인사가 기용될 거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조 장관 후임으로 민정수석에 거론됐던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연수원 16기)이 대표적인 인사다. 조 장관이 사퇴할 경우 여권 전체에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최근 여권 내 청와대 개편설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조국 장관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 노영민 비서실장의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발언이 바로바로 나오고 있다는 건 참모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재임 초기만 해도 전임 임종석 실장 때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역할을 했다. ‘보스형’으로 친문계 내에서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난 데다 이론가적 기질이 있어 노영민 실장으로 대표되는 ‘2기 청와대’에 대한 여권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평가는 기대 이하다. 김조원 민정수석의 역할도 의문투성이다.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여권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 김 수석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활동한 법무법인 부산 출신의 김외숙 인사수석도 조국 정국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투톱’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까지 정치적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장수를 교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 탓이다. 그렇다고 마냥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기록할 경우 인재 영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영장 기각 땐 ‘검찰 개혁’ 요구 거세게 일 수도

일각에서는 조국 정국으로 여권의 총선 전략에 빨간불이 들어올 경우 민주당 내 강력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거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영남권에 기반을 둔 한 의원은 “최근 우리 사회에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기득권화가 이슈인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86세대 용퇴론이 현실화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조국 정국의 해법으로 특정 세력 용퇴가 불거지는 건 당내 계파 갈등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상황은 역전된다. 검찰과 야권이 주도하던 정국의 주도권은 여권으로 넘어가며 조 장관은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퇴진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친문 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9월25일 공개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시즌2에 나와 “만약 영장이 기각되면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한 특수부 수사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윤석열 총장은 여기까지 올 때까지 자기가 한 지시와 판단을 돌아보고 냉정하게 지금이라도 검사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일정을 마친 뒤인 9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은 검찰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글에서 문 대통령은 “평화도 경제활력도 개혁도 변화의 몸살을 겪어내야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서 “나라다운 나라에 우리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기득권을 고집한다고 공격받고 있는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검찰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 목소리가 커질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법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만큼 구속영장은 기각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여론도 뒤집힐 것”이라면서 “오히려 검찰의 연일 계속되는 피의사실공표 등으로 국민이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할 것이라고 본다”고 희망 섞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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