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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그룹 재계 순위 3년 만에 12계단 상승
배경에 정창선 회장의 편법 승계 의혹도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현재 재계에 몇 남지 않은 ‘자수성가형’ 오너로 분류된다. 1983년 중흥건설의 전신인 금남주택건설을 설립한 이래 ‘건설 외길’만을 걸으며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2017년 말 기준(공정위 발표 2018년 5월 기준)으로 중흥건설그룹의 자산은 9조9598억원, 매출은 6조8106억원으로 재계 34위(공기업 제외)를 기록했다.  특히 중흥건설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중흥건설이 처음 대기업에 지정된 2014년 말 대비 자산은 79.9%(5조5650억원→9조9598억원), 매출은 109.2%(3조2610억원→6조8211억원)나 증가했다. 덕분에 재계 순위 역시 48위에서 34위로 3년 만에 12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계열사인 중흥토건이 그룹 성장의 중심에 서 있다. 1994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정 회장의 장남으로 승계 1순위인 정원주 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1조3066억원의 매출과 30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신안동)에 위치한 중흥건설 본사 ⓒ 시사저널 포토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신안동)에 위치한 중흥건설 본사 ⓒ 시사저널 포토

장남 회사 5년 만에 700%대 성장 주목 

눈에 띄는 사실은 2011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매출이 1000억원을 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2년 중흥토건이 처음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을 때도 매출은 1477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중흥토건은 매년 두 배 가까이 외형이 커지면서 5년 만에 730.6%나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60억원에서 1372억원으로 2186.7%나 증가했다. 재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 성장세다.  그룹 차원에서 장남 회사를 밀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중흥토건의 내부거래율은 2014년까지 98.71%를 기록했다. 3883억원의 매출 중 3833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는 얘기다. 이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부거래는 2015년 85.36%(6168억원의 매출 중 5265억원), 2016년 73.61%(8754억원의 매출 중 6444억원)를 기록했다. 내부거래 규모가 소폭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다. 2017년에는 회사의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는데, 당시도 1조3066억원의 매출 중 8538억원(65.24%)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나왔다.  중흥토건의 지배회사로 모태회사인 중흥건설의 상황은 반대였다. 중흥건설의 최대주주는 76.74%의 지분을 보유한 정창선 회장이다. 오너 회사니만큼 중흥건설 역시 그동안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2014년 매출은 5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장남 회사인 중흥토건과 비교할 때 매출이 70% 정도 높았다. 하지만 이후부터 중흥건설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중흥토건과 매출이 역전됐다. 2016년에는 중흥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흥건설의 시공능력 평가 순위는 2017년 39위에서 2018년 59위로 떨어졌다. 장남 회사가 급성장하는 동안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중흥건설은 뒷걸음을 친 것이다. 정 회장이 2세 승계를 위해 편법으로 장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흥건설 측은 “1세대와 2세대의 경영 스타일 차이 때문이지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어느 회사가 택지매입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시공능력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중흥토건의 경우 조 단위인 광교신도시와 세종시 사업을 따내며 시공능력 순위가 많이 올라갔다”면서 “1세대의 경영 스타일은 안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한 반면, 2세대는 기회가 왔을 때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경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부거래율 역시 2015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부분의 거래 역시 정상적인 것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오른쪽)과 정원주 사장(가운데)은 2017년 2월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 뉴시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오른쪽)과 정원주 사장(가운데)은 2017년 2월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 뉴시스

중흥건설 측 “도급계약 따른 정상 거래”

하지만 회사 주변에서는 뒷말이 여전한 상태다. 현행법상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 오너 일가 지분이 20%를 넘는 비상장사(상장사 30%)의 경우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또는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주요 대기업들은 계열사와의 합병이나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후 상장 등을 통해 내부거래율을 떨어트리고 있다. 중흥건설그룹의 경우 이런 재계 흐름과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되면서 공정위로부터 실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중흥건설그룹의 경우 조사 대상 60개 기업집단, 1779개 기업 중에서 두 번째로 내부거래가 높게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 평균은 14.1%였지만, 중흥건설은 두 배 이상인 27.4%를 기록했다”며 “무엇보다 조사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가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사익편취 행위가 드러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흥토건의 경우 지배회사인 중흥건설과 사업이 대부분 겹치고 있다. 시행 계열사들이 분양한 아파트 시공 일감이 중흥토건으로 넘어가면서 중흥건설의 실적이 줄어든 점도 매출 역전 현상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012년까지 중흥토건의 종속기업은 중흥에스클래스와 중봉건설이 전부였다. 그나마 두 회사의 매출 합계도 1200억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 중흥토건 종속기업이 9곳으로 증가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매출 합계는 1조6123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정원주 사장의 경우 외연 확대와 함께 막대한 지분가치 상승효과까지 누렸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중흥에스클래스와 중봉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계열사는 대부분 2012~15년 집중적으로 설립됐다. 매출 역시 분양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비슷한 시기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인 중흥건설산업의 분양수익이 크게 하락한 것과 대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중흥건설 측은 “기업은 매출을 올려 이윤을 내야 한다. 자회사 증가는 같은 맥락으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라며 “중흥토건의 자회사인 시행회사가 시공회사인 중흥토건과 도급계약을 체결해 공사 수익이 증가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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