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희진 부모 살해 범인 김다운 “이희진, 올해 나올 것 같다” 주장
김다운과 이희진 사기 피해자 나눈 전화통화 입수…검거 전 밀항 동기도 불분명

‘이희진 씨 부모살해 사건’ 피의자 김다운이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3월26일 오후 경기도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포토
‘이희진 씨 부모살해 사건’ 피의자 김다운이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3월26일 오후 경기도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흉악한 범죄영화를 연상케 만든 ‘청남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 살인 사건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주범 김다운의 진술만을 토대로 수사했기 때문에 범행 동기부터 이후 행적까지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김다운에 대해 강도 살인, 사체유기, 주거침입, 위치정보법 위반, 공무원 자료 사칭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무엇보다 왜 이런 흉악 범죄를 저질렀는지 의문이다. 경찰은 3월26일 피의자를 검찰로 넘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다운이 오래 전부터 범행을 모의했다”고 밝혔다. 이 점은 이희진 사건 피해자들로부터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고교시절 태권도 선수로 활동한 김다운이 미국으로 건너가 7년가량 살다 지난 2017년 7월에 귀국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있을 때는 요트사업을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조사에서 김다운은 “이씨 아버지에게 2000만원을 투자했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2000만원 때문이라는 김다운의 주장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씨 피해자모임 관계자는 “김다운이 1년 전부터 여러 차례 이희진 재판에 출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다운은 지난해 4월26일 이씨 주식사기 피해자 A씨에게 “이희진 관련 보고드릴게 있으니 내일(4월27일) 공판 전 법원 앞에서 보자”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현장 만남이 불발되자 양측은 하루 뒤인 28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다운은 A씨에게 “믿지 못하겠지만 지금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희진을 주목하고 따라다니는데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씨 주변을 살피려 드론까지 띄운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너무 황당한 소리를 많이 해 그 이후론 일절 연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3월26일 오후 경기도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김병한 형사과장이 '이희진 씨 부모살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포토
3월26일 오후 경기도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김병한 형사과장이 '이희진씨 부모살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포토
 

피의자 김다운 “나는 탐정, 드론 띄어 이희진씨 주변 감시”

이를 근거로 볼 때 김다운은 오래 전부터 이씨 주변 인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씨 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지금도 이씨가 투자금 일부를 빼돌렸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김다운은 이씨 주변인물 동태를 봐가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씨 동생 이희문씨를 잘 아는 B씨는 “과거 희진씨를 경호해준 인력이 지난해 말부터 동생  희문씨 주변에서 대기했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경찰 주변에서는 김다운이 이씨 소유의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 판매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김다운은 2월25일 자신이 고용한 중국동포 3명과 안양 소재 이씨 부모 자택에 침입해 이씨 부모를 살해하고 현금 5억원이 든 가방을 강탈했다. 검거 당시 김다운은 “이씨 부모 집에 있던 5억원 중 대부분을 공범인 중국동포들이 가져갔다”고 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검거 당시 김다운은 180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김다운의 어머니는 2억3500만원을 경찰에 반납했다. 1억7942만원은 변호인 선임비, 창고 임대비용 등에 썼다. 이렇게 하고 나면 7000만~8000만원가량 빈다. 중국으로 도망간 공범 3명에게는 돈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로선 나머지 돈의 용처가 불분명하다. 중국 동포 3명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경찰은 김다운이 이들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준 돈이 없음을 파악했다. 범행 이후에도 돈을 준 사실이 없다. 달아난 공범 중 한 명이 국내에 사는 지인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20만원만 빌려달라”고 말한 데서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제3자나 조력자가 있는지를 확인했는데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은 김다운이 검거 전 밀항을 계획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김다운의 휴대전화에서 심부름센터를 통해 밀항을 알아보려한 흔적을 찾았다. 하지만 김다운은 사건발생 보름이 지난 3월16일, 11개월 전 딱 한번 만나본 피해자모임 관계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서 김다운은 “제보하려고 전화했는데 안받으시네요. 밀항준비중입니다”라고 밝혔다.

김다운이 3월16일 한 이희진 사기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김다운이 3월16일 한 이희진씨 사기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친하지 않은, 그것도 이번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자신이 비밀리에 준비 중인 밀항 사실을 털어놓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제보’와 ‘밀항준비중’ 사이에 뭔가 생략된 내용이 있다고 봐야한다.
이희진씨가 대표로 있던 법인이 입주해 있는 서울 청담동 모 빌딩. ⓒ시사저널
이희진씨가 대표로 있던 법인이 입주해 있는 서울 청담동 모 빌딩. ⓒ시사저널
 

밀항 주체 불분명…장례식 기간 이씨 집 괴한 급습

문자로만 보면, 누가 밀항을 준비하는지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더군다나 문자를 보낸 3월16일은 범행을 저지른 지 보름도 지난 시점이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이씨 어머니 휴대전화를 들고 당일치기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김다운은 검거되기 전 해외로 떠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럴 경우 밀항 비용으로 수천만원을 쓸 필요가 없다.

최근 시사저널은 김다운이 피해자 C씨와 나눈 전화 통화를 입수했다. 전화 통화에서 김다운은 “제가 보기에 (이희진이) 올해 안에 나올 거 같다. (피해자가 이희진씨를 추가로 기소할 거라고 말하자) 뭘 해도 쉽지 않다. 내일(3월16일) 한번 만나 뵙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저는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어 자문을 구하고자 만나려 한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이희진씨가 부모의 장례식 참석차 나온 3월20일 괴한들이 이씨의 서울 청담동 집에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신고를 받은 경찰이 새벽에 이씨 집으로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날 아침에는 발인식이 예정돼 있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씨 집에 침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살해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고 피의자의 변명에 가까운 진술과 엮어 보면 안 맞다는 게 많다”면서 “하지만 구속기간 10일 동안 광역수사대까지 포함해 80여명 꾸려 최선 다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