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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및 검찰 수사 여부 따라 경영 복귀 판가름…무죄 확정되면 전화위복될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지금까지 이런 위기는 없었다. 국정농단 재판을 받고 구속된 적이 있긴 하지만 착실히 항소심을 준비해 옥중에서 풀려났고, 현재 경영 현장을 누비고 있다. 하나 이 부회장은 올해 마지막 승부를 남겨두고 있다. 국정농단 마지막 재판인 전원합의체 재판을 앞두고 있고, 여기에 최고의 인력들로 무장한 검찰 수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상당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지만, 반대로 별 탈 없이 넘긴다면 비온 뒤에 땅이 굳듯 경영권을 굳힐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가 이 부회장에겐 ‘운명의 해’인 셈이다.
검찰이 최근 삼성 관련 사건을 모두 특수2부에 배당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고성준
검찰이 최근 삼성 관련 사건을 모두 특수2부에 배당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고성준

특수2부에 삼성 관련 사건 집중 배정

올봄 이재용 부회장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검찰 수사다. 검찰이 삼성과 관련한 모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로 보내며 본격 수사를 위한 채비를 마친 사실이 최근 시사저널e의 보도로 알려졌다. 사건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삼성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부터 에버랜드 공시지가 관련 건들인데, 이 부회장이 직접 피고발인이거나 승계 강화 등 간접적으로 영향권 아래 있는 사건들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된다. 검찰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국거래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을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최근 성명을 통해 “중앙지검이 수사 인력이 충분한 특수2부 송경호 검사에게 센터 고발 사건뿐 아니라 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 사건 등을 포함한 이재용 관련 사건을 집중 배정한 것은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검찰을 향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반적으로 부실수사를 우려하는 시민단체가 수사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삼성 사건은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의 지휘하에 송경호 특수2부장이 맡는다. 윤석열 지검장과 한동훈 차장은 각각 특검 시절 삼성을 수사하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송경호 부장 역시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중 한 명이다. 게다가 특수2부는 이미 지난 검찰 정기인사 때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 질적·양적으로 모두 빠지는 게 없다. 삼성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대응해야 할 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 수사와 더불어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전원합의체 재판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으로선 사실상 마지막 국정농단 재판이다. 재판에선 부정한 청탁 유무와 뇌물액수가 이 부회장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부회장이 풀려난 건 2심에서 뇌물액수가 36억원으로 줄었고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진 전원합의체가 2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전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파기환송’ 여부다. 파기환송은 쉽게 말해 재판을 원심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을 뜻한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뇌물액 등 판단이 갈리는 부분이 많아 전원합의체에서 판단을 유보하고 해당 사건을 파기환송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현재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와 재판이 별개 건이 아니게 된다. 강신업 변호사는 “이번 전원합의체 재판은 내용상 파기환송 될 가능성이 있다. 재판이 파기환송 될 경우 해당 재판은 다시 법리심이 아닌 사실심이 되고, 이에 따라 검찰 수사 결과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 부회장으로선 전원합의체에서 어떻게 형량이 나올지 여부 못지않게 파기환송 가능성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만일 전원합의체 재판이나 이번 검찰 수사에서 법적 타격을 입게 된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는 다시금 상당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당분간 지금과 같은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바탕으로 한 경영이 이어지게 되고, 이 부회장의 복귀 시점 역시 안갯속이 된다. 글로벌 주주들 및 업계 인사들은 이 부회장이 법적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날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갖고 주시 중이다. 한 재계 인사는 “외국인 주주들은 최고경영자의 이런저런 추문보다 법적, 공식적인 판단을 주요 잣대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회적으론 이 부회장이 어떤 판결을 받든 그가 삼성에서 가진 위상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단 기준은 다른 것이다. 반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그만큼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설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기만 넘기면 이 부회장이 특별히 새로운 법적 다툼에 휘말리지 않는 이상 적어도 정치적, 법적으로 큰 위기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승계 문제 등 사실상 본인을 둘러싼 주요 법적 이슈를 모두 한 번에 마무리 짓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현재의 위기를 넘기면 이 부회장이나 삼성은 향후 법적, 정치적으로 무리한 행보를 하지 않고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안전운전’에 전념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이미 현 정부 주요 행사 때마다 참석하며 정부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적 문제만 말끔히 해결된다면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행보도 가능하다.


파기환송 시 검찰 수사 결과 재판에 영향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현장을 누비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경영일선에 복귀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법적 문제가 모두 해결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관련 지분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대형 M&A(인수·합병) 등 글로벌 ‘빅딜’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도 사업지원TF 등을 통해 주요 인수·합병 관련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 부회장 차원에서 나서야 할 ‘빅딜’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업계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업체 인수’다. 이 부회장이 법적으로 완전히 깨끗한 상태에서 세계를 누비고 다녀야 해결될 문제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때부터 갖게 된 법적으로 불안정한 지위를 계속 이어갈지, 위기에서 벗어나 올해를 ‘이재용식(式) 경영 강화’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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