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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락인의 사건추적] 2010년 7월 강남경찰서 이용준 형사 사망 사건
그는 왜 경찰서로 출근 않고 부산으로 향했을까
수상한 교통사고 후 행방불명
이 형사와 연락이 두절되자 강남서는 이 형사의 부모에게 전화해 실종신고를 하라고 권유했다. 얼마 후 이 형사의 아버지와 누나가 강남서를 찾아가 정식으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그리고 7월29일 낮 12시50분쯤 충북 영동의 한 저수지(유료 낚시터)에서 이 형사의 시신이 떠올랐다. 마을 주민 민아무개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물 위에 떠오른 시신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은 신원 파악을 위해 시신에서 신분증을 찾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경찰공무원증이 나왔다. 이로써 이용준 형사는 실종 이틀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서둘러 자살로 결론 내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 수사는 처음부터 자살로 짜 맞추듯 했다는 게 유족의 설명이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 형사가 재직하던 강남서는 변사 현장에 가기도 전에 미리 자살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고속도로에서 음주사고가 나서 자살한 것 같으니 그냥 여자 문제로 고민하다가 스스로 죽은 걸로 공식 브리핑을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이 형사 사망 사건 수사를 맡은 충북영동경찰서도 “변사 현장에 스스로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이 형사의 죽음은 의문투성이였다. 그가 왜 경찰서로 출근하지 않고 부산으로 향했는지부터가 의문의 시작이다. 이에 대해 강남서는 ‘무단결근’이라고 하면서 업무와 관련 없는 독자적인 행동, 즉 일탈행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기록을 보면 이 형사는 목적지가 확실했다. 부산으로 가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위계질서가 확실한 강력팀에서 신참이 평일 출근도 하지 않고 독자행동을 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형사의 소지품 중에는 수갑과 수사서류, 결재서류, 경찰봉 등이 있었다는 것도 업무 관련성을 엿볼 수 있다. 그는 3년 연속 모범 경찰로 표창장을 받은 우수한 경찰관이었다. 이 형사는 정보원인 서씨를 만나기 전날 늦게까지 야근했다. 그리고 근처 지구대에 들러 자료를 복사했다. 승용차에는 기름을 꽉 채워놓았다. 강력반에서 잔뼈가 굵은 한 경찰 간부는 “내 경험상 이 형사는 어떤 사건과 관련해 정보원을 소개받았고, 부산으로 간 것도 이와 연관해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업무와 관련한 출장이었거나 아니면 구두 보고해서 허락을 받아 취한 행동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형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을 수사 중이었고, 또 강남서가 아닌 지구대까지 가서 복사했던 자료가 어떤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형사의 교통사고도 심상치 않다. 경찰은 “졸음운전으로 인해 핸들을 과하게 꺾으면서 생긴 단독 교통사고”라고 결론 내렸다. ‘졸음’의 이유는 당일 새벽까지 마신 술이 덜 깬 것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과수 부검 결과 이 형사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1%에 불과했다. 몸속에 알코올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주취운전의 기준이 0.05%인 것을 감안하면 음주운전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 형사를 사고 현장에서 목격한 견인차 운전기사, 119구급대원, 고속도로 순찰대원, 영동병원 원무과 관계자 등은 한결같이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교통사고 현장도 특이했다. 교통사고 전문가들도 “단순 사고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보통 졸음운전 사고는 한쪽 대각선 부분만 부딪혀 사고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이 형사의 차량은 세 면이 직각으로 부딪혀 파손된 경우다. 차량 우측면에는 검은색으로 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가드레일에 부딪혀 생긴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한다. 뒤에서 오던 차량이 옆면을 고의적으로 부딪치고 빠르게 사라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시신에서 발견된 의문의 약물
범인이 남긴 단서들
1. 이 형사는 자살하지 않았다.
경찰은 처음부터 이 형사를 ‘자살’로 몰아갔다. 유족들은 “용준이는 자살할 이유가 없고, 절대 자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통 자살자에게는 ‘사전 징후’가 있지만 이 형사는 이런 것이 전혀 없었다. 가정 문제, 돈 문제, 여자 문제, 직장 내 갈등 등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에 열정이 넘쳤던 강력반 형사였다. 그런데도 경찰은 없는 이유를 만들어 자살로 단정해 사건화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2. 시신은 타살된 후 옮겨졌다.
이 형사는 2010년 7월27일 오후 1시47분에 영동병원을 나왔고,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29일 목요일 낮 12시50분이다. 약 2일 정도 공백이 있다. 만약 걸어서 유료 낚시터까지 갔다면 아무리 늦어도 27일 해 질 녘까지는 도착했어야 한다. 이날 낚시터에는 7~8명 정도의 낚시꾼이 왔었고, 밤 11시까지 낚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28일에는 18명 정도가 낚시를 하러 왔다고 한다. 이 형사가 이곳까지 걸어왔다면 목격자가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27일 저수지에 빠져 자살했다면 28일에는 발견됐어야 한다. 왜냐면 낚시터의 수심은 어른이 들어가면 겨우 허리까지 찰 정도로 얕은 곳이었다. 참고로 이 형사의 키는 173cm, 체중은 약 66kg이다. 억지로 고개를 숙여서 물속에 넣지 않는 이상 자살하기 어려운 깊이다. 이 형사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도 낚시 좌대에서 불과 2~3m 정도였다. 유속도 거의 없어 이 형사가 다른 곳에서 자살한 후 이곳으로 떠밀려 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형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형사가 변사체로 발견된 지점에서 소지품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주요 소지품 중 지갑, 휴대전화, 형사수첩이 발견되지 않았다. 영동병원을 나갈 때 신었던 슬리퍼도 한 짝만 발견됐다. 여러 정황상 이 형사는 낚시터에서 자살했다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타살된 후 이곳에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3. 병원에 전화한 남성이 열쇠 쥐고 있다.
이 형사가 영동병원을 나온 다음 날 오전 한 남성이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온다. 그는 “나는 가족인데, 용준이는 괜찮다. 용준이가 무서워서 도망간 것이다”는 이상한 말을 남겼다. 이 남성은 누구인데, 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이런 말을 한 것일까. 통화 내용으로 보면 그는 최소한 이 형사의 행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용준 형사’가 아니라 ‘용준이’라고 호칭한 것도 평소 친분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용준 형사가 타살된 것이라면 범인이거나 공범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