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부실수사가 원인” 검찰 발표에 경찰 “‘검찰 수사 은폐’ 본질 호도하지 말라” 맹공
“경찰이 증거 누락” 검찰 지적에 경찰 ‘발끈’
검찰의 김 전 차관 수사 은폐 의혹이 핵심인 이번 사건에서 과거사위 산하 대검 진상조사단(조사단)의 3월4일 발표는 경찰을 흥분시켰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주요 관련자에 대한 최소 3만 건 이상의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피의자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 원주시 별장에서 압수한 윤씨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돼 있던 사진 파일 1만6000여 개, 동영상 파일 210개를 비롯해 윤씨의 사업체에서 일한 윤씨 친척의 노트북에서 나온 사진 파일 8600여 개, 동영상 파일 349개, 또 다른 연루 인물인 박아무개씨의 휴대폰과 컴퓨터에서 나온 증거자료 등을 합쳐 총 3만여 건의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다. 조사단은 “별장 성접대 관련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함에도 경찰은 디지털 증거를 누락했고, 검찰은 이에 대한 추가 송치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김 전 차관 등에 대해 두 차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면서 경찰에 3월13일까지 소명하라고 요청했다. 조사단의 발표를 접한 경찰은 즉각 반발했다. 2013년 수사 당시 책임자였던 A총경은 3월6일 경찰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조사단은 검찰이 잘못한 것을 따지라고 만든 조직인데 오히려 경찰이 뭘 잘못했는지 따지고 있다. 이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온 힘을 다해 수사한 경찰관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더럽히는 행위는 삼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증거 누락에 대해 A총경은 “검사 지휘를 받아 폐기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기록이 계속 오갔기 때문에 압수물 처리와 관련해 문제가 있었으면 그때 얘기하는 것이 맞는데도 검찰은 지난 6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사팀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시 경찰 수사팀은 사활을 걸고 수사를 진행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그냥 검사도 아니고 현직 고검장 아닌가. 검찰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어떻게 수사를 대충 하고, 자료를 허투루 관리했겠는가”라며 “수사 이후 경찰 수사팀은 공중분해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경찰의 부실수사 운운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또한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지적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민 청장은 3월14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경찰이 입수한) 영상에서 (김 전 차관의 얼굴을)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확신을 가지고 수사에 임했고,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민 청장은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이 당시 화질이 깨끗한 동영상 원본과 흐릿한 영상을 모두 입수했는데 왜 흐릿한 영상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느냐”고 질문하자 “흐릿한 영상은 (2013년) 3월에 입수해 감정을 의뢰했고, 명확한 영상은 5월에 입수했는데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어서 감정 의뢰 없이 동일인이라고 결론 내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답했다.“이번 사건의 본질은 검찰의 수사 은폐 의혹”
궁지에 몰린 검찰은 계속 경찰 수사에 허점이 많았다는 점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서도 경찰의 수사 결과만 가지고는 기소조차 힘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 검찰 관계자는 3월21일 “김 전 차관이 등장했다는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 경찰은 촬영 시점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신원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피해 여성들의 진술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상당히 뒤집혔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4개월에 걸쳐 피해 여성의 지인 등 64명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실상 원점에서 재차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에게 김 전 차관을 비롯해 성접대를 받은 인사들에 대해 물어보자 ‘잘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디지털 분석작업(포렌식)에 따른 증거도 경찰의 수사 결과와는 다르게 나왔다고 밝혔다. 포렌식을 통해 피해 여성들이 “돈을 받고 (성관계) 한 건데 문제 되지 않을까”라고 통화한 내용이 복원됐으며, 피해 여성과 사업가 윤씨 사이의 문자메시지에서도 강제적인 성관계로 보기 힘든 정황이 나왔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력이 동원된 성폭력이라는 증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부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이 검찰의 은폐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탓이다. 전직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 사건은 2012년부터 시작된 검찰과 경찰 간의 극한 대립 속에서 발생한 초유의 ‘사태’였다. 당시에도 검찰의 은폐 의혹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며 “경찰의 부실수사를 주장하는 것은 검찰의 ‘물타기’에 불과하다. 사건의 본질인 검찰의 은폐 의혹, 김 전 차관 및 성폭력 가담자들에 대한 엄중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특집 ‘김학의 사건 6년 추적기’ 연관 기사
[김학의 사건 6년 추적기①] “드러나지 않은 어둠 속 유력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