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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6년 추적기 “김학의 사건은 ‘특수강간’ 사건”
시사저널, 별장 성접대 영상 최초 확인
시사저널은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인 2013년 1월, 김 전 차관이 등장한 것으로 지목된 동영상을 최초로 확인했다. 또한 동영상 확인 후 피해 여성인 권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를 직접 접촉했다. 당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난무하던 상황에서 시사저널은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 70일 취재기’(2013년 3월26일자)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자세히 알렸다. 이후에도 ‘검찰이 꺼뜨렸던 별장 성접대 불씨 되살아나다’(2014년 7월16일자), ‘김학의 성접대 사건, 회장·병원장 등 여럿 더 있다’(2018년 4월10일자) 등을 연속 보도하며, 일반인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김학의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계속 취재해 왔다. 지난 6년간의 추적 전말을 공개한다. 2013년 1월초 기자는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당시 경찰 고위 관계자 A씨를 만났다. A씨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는 지저분한 사건이 있다”면서 휴대전화에 담긴 동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상의를 탈의하고 사각팬티만 입은 채로, 한 손에는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연》이라는 노래로, A씨는 주위를 의식해 급하게 음량을 줄이기도 했다. 곧 이어 검은색 짧은 원피스를 입은 한 여성이 남성에게 다가왔다. 단발머리 여성은 환각 상태에 빠진 듯 얼굴을 숙인 채 등장했다. 둘은 춤을 추는 듯하더니, 여성이 갑자기 남성의 속옷을 내렸고 둘은 그 자리에서 성행위를 했다.
피해 여성 인터뷰 “윤씨가 영상 찍어 협박”
“별장 성접대, 김 전 차관 외 유력자 더 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시사저널은 검찰 수사 도중 해당 동영상에 나온 것으로 지목된 여성 이아무개씨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이씨는 당시 기자에게 검찰 수사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씨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계속 나에게 ‘잘 생각하고 말하라’며 압박감을 줬다”면서 “(내가) 경찰에서 말한 대로 진술을 해도 ‘확실하냐’며 오히려 나를 다그쳤다”고 말했다. 이씨의 우려대로 검찰은 2013년 11월, 윤씨와 김 전 차관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차관은 별장 성접대 사건이 터진 직후인 2013년 3월21일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 박근혜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면서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사퇴했다. 구속은 피할 수 있었고, 결국 모든 사건은 경찰의 헛발질로 그치는 듯했다. 그러나 1년 뒤 이씨의 용기로 별장 성접대 사건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이씨가 2014년 7월8일 김 전 차관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윤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 강요)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이다(시사저널 2014년 7월16일자 ‘검찰이 꺼뜨렸던 별장 성접대 불씨 되살아나다’ 기사 참조). 이씨는 재수사를 요청하며 수사기관이 확보한 성접대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동영상을 촬영할 당시 상황에 대해 검찰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김학의, 윤중천은 2007년 말경부터 2008년 초경 사이에 원주시에 위치한 윤중천의 별장 3층 가라오케에서, 윤중천은 저에게 속옷을 벗고 김학의와 블루스를 추라고 하고…(중략)… 윤중천은 이러한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기능을 이용하여 촬영했습니다…윤중천은 저에게 약을 탄 술을 강제로 먹이고…윤중천은 ‘어제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 법조인인데 엄청 무서운 분이야.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내가 가라 하면 가고 오라 하면 오는 개가 되는 거야! 알았어?’라며 얼굴을 수차례 때리며 협박했습니다. 저는 ‘말을 안 들으면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시키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겠다’는 윤중천의 협박에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일이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씨는 김 전 차관과 윤씨가 심지어 별장에서 기르던 개와 ‘수간(獸姦)’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밝힌 내용에는 차마 공개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적인 성관계 묘사도 등장했다. “김학의, 윤중천은 2008년 1월경부터 같은 해 초순경 사이에 서울에 있는 저의 집에서, 윤중천은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기능을 이용해 거실에서 (김학의와) 저를 촬영했습니다.” 이씨는 2008년경 윤씨와의 법정다툼 도중 강간·성접대 등을 폭로하려고 하자 윤씨가 “(김)학의 형만 아니면 너 그리고 네 가족들을 조용히 묻어버렸을 것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살아라. 아주 죽으려고 용을 쓴다”고 협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씨는 김 전 차관 외에도 성접대를 받은 유력가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고소장에서 “전 대기업 회장, 건설사 대표, 그룹사 대표, 병원장 등과 성관계를 갖게 됐다”며 해당 인물들의 실명을 적시했다(시사저널 2018년 4월10일자 ‘김학의 성접대 사건, 회장·병원장 등 여럿 더 있다’ 기사 참조).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별장 성접대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김학의·윤중천 특수강간 사건’이라고 불러야 한다”면서 “강간 사건의 경우 피해자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 피해자가 동영상의 인물이 자신이라고 인정했고, 성폭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졌음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가장 중요한 증거가 갖춰진 셈이다. 무혐의를 내린 검찰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박근혜 수첩에 이름 올린 김학의”
이씨는 검찰이 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했던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에서 이씨가 “내가 고소인으로 다시 진술 조사를 하는 건데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자, 담당 검사는 “왜 조사를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윤중천이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는데 윤중천한테 확인해서 뭐 하겠냐”고 답했다. 이어 “인지 사건과 고소 사건의 차이가 뭐냐면 인지 사건은 계속 검찰이 능동적으로 파헤치는 사건이고, 고소 사건은 고소인이 주장한 범위에서만 조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씨는 “참고인 조사 때도 담당 검사가 ‘윤중천은 반성하고 있고 김학의는 옷을 벗었다. 예쁘게 생겼으니 다 잊고 살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라인을 보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박정식 3차장 검사-윤재필 강력부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씨의 고소로 시작된 2014년 수사에서는 김수남 지검장-유상범 3차장-강해운 강력부장이 사건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당시 연예인 도박 사건을 터트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사업가 강아무개씨는 “당시 검찰이 김학의 무혐의를 발표하기 하루 전날 연예인 도박 사건을 터트렸다”면서 “이 시점에 나 역시 다른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언론에서 기사화됐는데, 5개월의 옥살이 끝에 결국 무혐의를 받았다. 이 모든 것이 김학의 사건과 연관돼 있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김학의 사건 부실수사의 배후로는 박근혜 정부가 지목된다. 박근혜 정부가 검찰총장으로 김 전 차관을 강력하게 밀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시사저널 2013년 4월9일자 ‘새 권력이 김학의 밀자 여기저기서 집중 견제’ 기사 참조). 한 친박계 의원은 당시 기자에게 “김 전 차관을 강력 추천한 사람이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라고 들었다.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 ‘7인회’의 핵심 멤버로 알려질 정도로 박 대통령과 아주 특별한 사이인 김 전 장관은 검찰 인사와 사법 개혁 분야에서 절대적인 존재다”면서 “친박계 경기고 출신들도 동문인 김 전 차관을 민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전 차관이 최종 후보 3인에 들었다면, 검찰총장은 떼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도입된 검찰총장추천위원회가 3인 후보군에 김 전 차관을 추천하지 않았고, 결국 박근혜 정부는 그를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하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김 전 차관은 이른바 ‘박근혜 수첩’에 들어간 인물”이라면서 “청와대가 차관 임명 전에도 성접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알고도 임명한 마당에 사후 처리는 완벽하게 해 주려고 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특집 ‘김학의 사건 6년 추적기’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