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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반기 국내 증시 2000~2300 박스권 머물 것”
한국 경제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지만 추가 상승 여력도 적어

올해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만 해도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경제와 기업 실적이 나빠 주가를 받칠 수 있는 요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을 비웃기나 하듯 1월 한 달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10% 넘게 올랐다. 시장이 예상 밖의 흐름을 보인 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얘기되고 있는 걸 보면 진행이 나쁘지 않다.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현재 중국 경제는 1980년대 일본 경제와 위상이 다르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미국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지금 중국은 미국 경제를 보완해 주는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고 있다. 수출품의 상당 부분이 저가 소비재로 이뤄져 있거나 미국산 완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범용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미국이 과거 일본과의 무역분쟁 과정에서 취했던 조치들을 중국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양국이 합의에 도달할 경우 당분간 무역분쟁이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분쟁은 중국 경제의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 후에나 가능한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얘기다. 국내외 경기도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하다. 미국의 경기선행지표 중 현재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표가 없다. 건축허가 건수, 소비자 심리지수 등 10여 개 지표 모두 경기 확대 쪽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 한두 개라면 몰라도 많은 지표가 그렇다면 그 신호를 믿을 수밖에 없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주가는 2000을 바닥으로 하고 2300을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 내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합뉴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주가는 2000을 바닥으로 하고 2300을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 내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합뉴스

미·중 무역분쟁 해결 가능성에 ‘주가 상승’

물론 실물변수 중 일부 악화된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게 소비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전월에 비해 1.4% 줄었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역사적으로 소매판매가 줄어든 게 경기 둔화로 연결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동안 소비 둔화는 경기침체와 큰 관련이 없거나, 경기침체 후반부에 주로 나타나 경기 둔화 신호보다 경기를 후행적으로 설명하는 역할을 해 왔다. 소매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경기침체로 연결될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 미국 경제는 민간 수요만으로도 2% 정도 성장할 수 있는 상태다. 경기 확장이 좀 더 이어져 사상 최장기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경기 둔화는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작년 하반기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경기 논쟁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당분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고, 그 영향으로 내수가 위축돼 성장이 타격을 입었다. 올해는 상황이 반대다. 이 논쟁 덕분에 경기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다. 성장률이 1% 중반까지 밀려도 시장이 수긍할 정도다. 국내 경제가 어지간히 약해지지 않는 한 경제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일은 없을 걸로 판단된다.  반면 기업 실적은 좋지 않다. 작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각각 2%와 20% 줄어들었다. 지난 4년간 기업 이익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 모두가 두드러지게 좋아 이익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전에는 2001년과 2010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가 2년 만에 끝난 데서 보듯 실적 호전이 단기에 그쳤었다.  그래서 2000년 31조원으로 출발한 영업이익이 200조원이 되는 과정 역시 매년 꾸준한 증가보다 2004년, 2010년, 2017년처럼 이익이 한꺼번에 50% 넘게 늘어나는 형태로 진행됐었다. 작년 4분기에 이익이 줄어들며 장기 이익 증가가 마무리됐다. 과거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실적을 냈던 만큼 일정 부분 후유증이 예상된다.  기업 이익이 다시 증가하려면 이익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2015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는 이전 2년에 걸친 구조조정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조선, 건설 등의 적자가 줄었고 은행도 이익이 늘어날 수 있었다. 여기에 3년간의 반도체 호황이 더해지면서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익이 조금 줄었다 해서 기업이 곧바로 조정 작업에 들어갈 수는 없다. 최소 2~3년 연속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져야만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 있는데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구조조정을 여러 차례 진행한 관계로 비용을 추가로 줄일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다. 4분기에 시작된 이익 감소가 최소한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주식시장이 시작될 때 가장 걱정했던 그림은 주가가 2000년 IT버블 때처럼 무너져 내리는 형태였다. 미국의 장기 경기 확장과 금리 인상, 높은 주가 등 당시와 상황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1월 주가 상승으로 이런 두려움이 사라졌다. 


“주가 당분간 2000 지지선 지킬 가능성 높아”

2000년과 비교할 때 지금은 버블이 심하지 않다. 나스닥을 예로 들어보면 2000년 당시 주가순이익배율(PER)이 60배 정도였던 반면 지금은 30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마지막 상승도 훨씬 약하다. 1999년 8월 2500에서 시작된 나스닥의 마지막 상승은 2000년 3월 5030으로 마무리됐다. 주가가 9개월 사이에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번은 작년 3월 최저점부터 따져도 상승률이 20%를 넘지 않는다. 유동성 장세는 남아 있는 힘을 모두 모아 한꺼번에 주가를 끌어올린 후 마무리된다. 이 상승은 시장이 꺾이면 곧바로 사라지는데 이번에는 막판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주가가 흔들리는 정도도 과거에 비해 약할 것이다. 이제 종합주가지수가 지지선을 확보했다. 현재 PER이 9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기록했던 최저치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주가가 당분간 2000 밑으로 내려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추가 상승도 쉽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된다 해도 이는 악재 해소에 지나지 않는다.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경기와 기업 실적은 여전히 좋지 않아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상반기 중에 주가는 2000을 바닥으로 하고 2250~2300을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 내에 머물 걸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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