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롯데가(家) 형제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이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 코퍼레이션 회장)의 화해 제안을 또 거절한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1월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설날 차례에 초대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해당 편지를 통해 “성북동 집(신동주 회장 자택)에서 열리는 설날 가족 모임에서 가족으로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사업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 다시 한 번 형제가 손잡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무엇보다 큰 효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 전 부회장의 화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대화하고 싶다”는 취지의 편지를 신동빈 회장에게 보냈다. 하지만 모두 뜯어보지도 않은 걸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이 해당 편지를 입수해 들여다본 결과, 그 이면엔 ‘한․일 롯데를 분리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의도야 어떻든 이번 설날 차례 초대 편지는 신동빈 회장을 향한 신 전 부회장의 다섯 번째 화해 제안인 셈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에도 일축했다. 그룹 관계자는 1월29일 언론에 “가족 간의 일을 보도자료로 알리는 게 정상적인지 묻고 싶다”라며 “정말 형제끼리의 일이라면 개인적으로 초대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진정성과 순수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잇따라 거절하고 있지만 롯데그룹 역시 당장 마땅한 수가 없는 상황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의 계획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한일 롯데를 총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홀딩스에서 가장 의결권 비율이 높은 주주는 신 전 부회장이 이끄는 광윤사이기 때문. 그 비율은 31.49%다.
그 외에 호텔롯데 상장에 관해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호텔롯데 매출 80%를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의 중국 실적 악화 등 국내외 사정도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독자 경영권을 굳히겠단 입장이지만 이마저 마땅치 않다. 롯데지주가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자 주주인 호텔롯데의 지분율이 오히려 늘어나서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편지 정치’로 명분을 쌓는 게 신동빈 회장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며 “하지만 신 회장도 지분 관계 때문에 딜레마를 겪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의 편지는 법률대리인과 등기우편 등을 통해 전달됐고 수취한 것까지 확인됐다”며 “그 의도를 문제 삼기 이전에 가족의 제안에 답이라도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