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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정국 대담(上)] “민심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안한 정국”

통상 1월은 정치 비수기다. 매년 연말에 격하게 대립하던 여야도 새해가 되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통상 1월은 임시국회도 소집하지 않는다. 의원들은 지방으로 내려가 의정보고회를 갖는다. 올해는 다르다. 연초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가 손혜원 의원의 목포 의혹, 선거제 개편 등을 두고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설 명절 밥상머리 이슈를 잡기 위한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다. 1월 정국이 심상치 않은 것은 2019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를 맞는다. 견고할 것만 같았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지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숨죽이고 있던 야당도 새 지도부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올해 정국은 어떻게 될까. 1월22일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가진 정국 대담을 통해 2019년 정치권 흐름을 전망해 봤다.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사회로 유종필 전 통합민주당 대변인,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이름은 가나다순, 이하 직함 생략)이 이야기를 나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 유종필 전 통합민주당 대변인,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왼쪽부터)이 1월22일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정국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유창선 시사평론가,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 유종필 전 통합민주당 대변인,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왼쪽부터)이 1월22일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정국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문재인 정부, 잘하고 있나

소종섭: 시사 분야에 전문가인 세 분을 모셨다. 지난 문재인 정부 2년에 대한 평가부터 듣고 정국을 전망하는 게 좋겠다.
유창선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엄청난 지지 속에서 출발했다. 집권 초기 소통하는 모습, 진정성 있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덕분에 기록적인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지속해 온 것은 어느 정부도 못했던 의미 있는 행보였다. 그 외에 국내 정치·경제 문제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못했다. 모든 권한이 청와대로 집중돼 있다. 수정이 필요한 정책까지도 청와대의 소신 혹은 고집으로 밀고 나가는 국정운영 방식은 사실 촛불이 요구한 새로운 정부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3년 차엔 초심으로 돌아가 전면적인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유종필: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탄생했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전 정부에 비해 조금 더 잘하면 크게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기대가 컸던 것은 현시점에서 보면 불리한 점이 된다. 나라는 집권 세력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해서 확 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큰 항공모함 같아서 방향을 확 전환하기 쉽지 않다. 국민들이 바라는 만큼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남북문제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올해 안에 비핵화 진전을 담보해야 하는데 쉬운 문제는 아니다. 여러 민생 문제에 있어선 더욱 어려울 것이다. 큰 나무에서 따기 쉬운 열매는 다 따버려서 높이 있다. 열매를 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업적이라고 하면 그래도 뭔가 변화를 추구해 왔다는 점이다. 2019년이 문재인 정부 성패를 가늠할 것이다. 정두언: 나는 문재인 정부에 이미 기대할 게 없다고 본다. 유연성이 있다면 기대할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너무나 경직돼 있다. 역대 대통령 모두 성역이 있었다. 그 성역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사회 성숙도를 논한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성역은 최순실이었는데, 결국 그 문제 때문에 몰락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역은 조금 관념적인데,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정책 등이 성역이다. 방향이 틀렸다는 건 이미 드러났다. 소득주도성장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빈부격차를 벌려 놨다.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난이 우려되고 미세먼지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방향이 잘못됐으면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은 더욱 불행한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야권에 대항마가 없기 때문이다.

■ 文정부, 경제 살릴 수 있을까

소종섭: 최근 청와대가 새롭게 출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서진을 개편했고, 2월에 개각도 예상된다. 특히 경제에 방점을 찍고 가겠다고 하는데, 이런 흐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정두언: 최근 기업인들을 만나 투자를 독려하겠다고 하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 기업인 100명 불러서 한 시간 만나고 끝난 건 보여주기라는 증거다. 경제를 어떻게 살리겠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똑같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모두 관념적이다. 경제는 시장이 중요하다. 지금 정부는 시장보다 정부를 중요시한다. 정부를 너무 과도하게 밀고 있다. 그 힘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역작용이 나오면 임기응변식으로 또 개입하는 것을 반복한다. 결국 시장에 질 것이다. 그럼 성공할 수 없다. (경제 라인을) 시장주의자들로 바꾸지 않는 한 경제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유창선: 문재인 정부 1기 경제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대선 때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을 포기할 여지는 없었다. 문제는 이를 운영하는 능력인데, 이를 집행할 때 예상되는 효과나 부작용을 꼼꼼히 챙기면서 후속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책적 능력이 떨어졌다.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급선무였는데, 소득주도성장이 맞느냐 아니냐는 논쟁으로 시간을 보냈다. 시장이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의 삶을 높일지 봐야 한다. 유종필: 최근 대통령이 기업 현장을 찾는 행보는 좋은 일이다. 보여주기식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기업들 심리를 풀어주는 중요한 메시지다.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시장은 너무 크고 강해서 정부가 좌지우지하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상황이다. 시장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거기서 생기는 과실들을 어두운 곳에 잘 돌아가도록 분배하느냐의 문제다. 기업은 생산 잘해서 수출하고, 그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낸다. 그렇게 나라 곳간이 가득 차야 다른 정부 철학과 다른 분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 여권에 돌발악재, 어떻게 봐야 하나

소종섭: 새해부터 정치적 사건·사고가 많다.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부터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논란도 있었고, 손혜원 의원이나 서영교 의원도 논란에 휩싸였다. 여권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두언: 이 정부 출범할 때 기대도 컸고, 굉장히 환호했다. 속은 거다. 현시점에서 보면, 이 정부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부다. 촛불혁명으로 이 정부가 탄생했지만, 이 정부 구성원들은 촛불혁명의 주체 세력이 아니었다. 그 전에 민주당은 스스로 폐족이라고 말할 정도로 몰락한 세력이었다. 갑자기 촛불혁명의 세례를 받고 새롭게 태어난 게 아니다. 그래서 정권 잡으니까 과거에 벌어진 일이 반복된다. 방송장악 시도, 채용 비리, 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면 이 정부가 촛불혁명 세력이 집권한 정부가 맞나 싶다. 촛불은 혁명이 아니었다. 그 주체들이 스스로 권력까지 잡지 못하고, 몰락했던 폐족이 정권을 잡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유창선: 근래 여권 쪽에서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악재를 대하는 위기관리 능력이 대단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약속했던 겸손한 권력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그리 힘든 일인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초지종을 따져야겠지만 좀 더 겸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옳다’ ‘우리는 문제 될 게 없다’고 해선 박수 받을 수 없다. 최근 민주당도 위기관리능력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사법농단을 당 소속의원이 같이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앞으로 어떻게 사법 개혁 얘기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민주당은 너무 풀어진 모습이다. 내년 총선까지 시간은 좀 있지만 민심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유종필: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민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분 스타일을 봐선 대단히 강하게 현 정부·여당에 대한 반성을 말한 것이다. 정곡을 찔렀다고 본다. 국민 눈높이에서 여론에 대한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현안이 터지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고 대처해야 한다. 위기대처 능력이라 볼 수도 있고, 한편으론 자세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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