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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익일배송 넘어 새벽·당일배송 공언
유통 대기업들과 편의점 가세…새해 유통가에 불어닥친 배송전쟁

피자 한 판을 주문해 받는 시간과 모바일로 상품을 결제해 받아보는 시간이 얼추 비슷해질 날이 머지않았다. 익일배송을 지나 당일배송의 시대가 열린 덕이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익일배송을 ‘상식’으로 만든 쿠팡도 ‘로켓보다 빠른 로켓’을 위해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키워 나가고 있고, 이에 뒤질세라 유통 대기업들과 편의점도 ‘3시간 이내 배송’ ‘30분 이내 배송’ 등을 기치로 내걸고 배송 전쟁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일(day) 개념을 넘어 분(minute) 개념으로까지 배송 시간 단위가 자꾸만 쪼개지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쿠팡이었다. 쿠팡 이전에도 우리는 배송의 민족이었다. “우리나라처럼 택배가 빨리 오는 나라가 있는 줄 아세요?”가 이 나라에 사는 하나의 긍지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배송이 빠르긴 했어도 ‘이렇게 빠르진’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오늘 주문하면 보통 2~3일 후에 도착했다. 이제는 밤 12시 전에만 시키면 다음 날 소위 ‘칼같이’ 온다. 이 맛에 사람들은 쿠팡에 몰려갔고, 2010년 탄생한 10년 차 쿠팡의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8조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로직으로 마켓컬리가 컸다. 2015년 론칭한 마켓컬리는 고기·야채·생선 등 신선식품을 앞세워 밤 11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 주는 샛별배송을 실시했다. 현재는 기업가치가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배달의민족도 서울 잠실 일대에서 주문 상품을 1시간 내에 배달해 주는 배민마켓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유통가의 화두가 되면서 새벽이나 당일배송을공언하는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 쿠팡 제공
쿠팡의 ‘로켓배송’이 유통가의 화두가 되면서 새벽이나 당일배송을공언하는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 쿠팡 제공

“내일 오냐, 이따 오냐, 지금 오냐” 

새내기들의 약진에 긴장한 기존 유통기업들은 속속 빠른 배송을 선전하고 나섰다. 롯데마트는 얼마 전 문을 연 금천점에 한해서 현재 3시간 이내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온라인 배송 건이 많은 일부 지점에 한 해 30분 배송도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는 30분 배달 가능 지역, 배송 수단(이륜차, 삼륜차, 1톤 트럭) 등 방법에 대해 고심 중이다. 이마트도 지난해 5월 새벽배송 서비스인 쓱배송 굿모닝을 시작했다. 현재는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제는 편의점까지 배송에 나섰다. 배송의 본질은 ‘멀리 있는 물건을 코앞으로’다. 편의점 배송은 이 같은 원칙을 깼다. ‘가까이 있는 것도 코앞으로.’ 편의점 CU(씨유)는 오는 3월부터 요기요와 손잡고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대형마트뿐 아니라 편의점 장보기가 늘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업체 설명이다.

모두가 ‘빠른 배송’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마치 ‘쿠팡 효과’인 듯도 보인다. 실제로 존재하는 단어인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는 아마존이 전 세계 이커머스와 소매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뜻했으나 이제는 정부의 경제·금융정책, 클라우드 사업, 우주 사업 지원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아마존 파워 그 자체를 뜻한다. 로켓배송으로 퀵 배송 패러다임을 연 쿠팡이 바라는 궁극적인 모습을 보면 국내 배송이 어디로 전진하게 될지 예측해 볼 수 있을 듯도 하다. 현재 쿠팡은 지난해 11월 론칭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클럽 모집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쿠팡은 로켓와우클럽 가입 고객에 한해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켓프레시를 통해 달걀, 과일, 정육, 수산물 등을 자정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이전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일부 지역에 한해 당일 배송도 진행한다. 이는 신선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마켓컬리가 이미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로, 쿠팡은 마켓컬리의 기존 배송 모델을 최근 전국으로 확대하며 멤버십 회원을 늘려 나가고 있다. 로켓와우클럽 회원 수는 지난해 12월말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에 약 1만6000명 이상씩 가입한 속도다. 쿠팡이 힘을 주고 있는 로켓와우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에 오른 아마존의 멤버십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나우’와 닮아 있다. 아마존 프라임 나우는 자사 유료 회원들에게 1~2시간 안에 물건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배민마켓의 1시간 배송 서비스와도 비슷하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는 지난해 이미 1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임 회원은 일반 회원보다 더 많은 돈을 아마존에 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1년에 평균 1500달러(약 170만원)를 쓴다. 이는 보통 600달러를 쓰는 일반 회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아마존 미래전략 2022》(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반니 펴냄, 2018)에서는 “프라임 회원이 아니면 손해인가?”를 주제로 이렇게 말한다. ‘아마존이 최근 눈부신 내실화를 이룩한 부분은 의류·패션, 신선식품, 프라임 회원 서비스다. (중략) 베조스는 2015년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프라임 회원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 회원이 아닌 사람이 스스로 무책임하다고 느끼게 될 법한 존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베조스의 최우선 목표는 프라임 회원 자체를 늘리는 데 있다. (아마존으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받는 고객은 굳이 다른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쇼핑을 하지 않는다. 아마존에서 갈아타려고 해도 전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프라임 서비스로 고객을 점차 포위해 가고 있다.’


쿠팡 로켓와우클럽 회원 수 100만 명 돌파

위 내용에서 베조스가 편지에 적은 말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하게 만들겠다는 김범석 대표의 목표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베조스의 말대로 한 쇼핑몰이 모든 쇼핑을 가능케 해 준다면, 소비자들은 굳이 다른 사이트를 방문하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체재가 필요 없는 ‘유일무이’의 상태를 만들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쿠팡도 로켓와우의 회원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쿠팡은 최근 로켓프레시 배송 대상 지역을 서울,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대구 지역으로 늘렸다. 더 많은 수요를 품겠다는 뜻이다. 배송에서 속도는 중요하나, 속도만 중요한 건 아니다. 다루는 물건의 가짓수, 배송 가능 지역 범위가 동시에 받쳐줘야 ‘한국판 아마존’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쿠팡의 자신감은 여기에 있는 듯하다. 현재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세계 4위 크기의 면적(9억6000만740㏊)에 세계 1위의 인구수(14억2006만 명)를 가진 중국에서 ‘24시간 배송’을 기획하고 있다. 인구수와 비례하는 주문 수, 땅 크기와 비례하는 배송 거리를 커버할 수 있도록 물류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의 물류 계열사인 차이나오는 일본의 일본통운이나 미국의 우정공사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이로써 알리바바는 ‘전 세계 어디라도 72시간 내 배송’도 꿈꾸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배송 전쟁이란, 멀리 보면 이들과의 경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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