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펴낸 정신과 전문의 박한선씨
인류 진화의 다양한 조건 고려해 마음의 비밀 탐구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강사 및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인류가 정신장애를 앓는 원인에 대해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가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를 펴냈다. 이 책은 신경인류학의 관점에서 우리가 왜 불완전하게 진화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지 이야기한다. “인간의 여러 행동이나 정서, 인지, 관계 등 다양한 정신적 형질은 진화적 산물인 동시에 주변 환경에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했던 생태적 압력의 결과다. 따라서 매일매일 우리가 경험하는 정서적 고통, 인지적 고민, 대인 갈등 등을 긴 진화사적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죄 없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은 아니다. 사실 책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지나가다 딱 한 번 나온다. 다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대표되는 우리의 선조가 험난한 자연환경과 복잡한 사회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투쟁해 온 진화적 결과물이 바로 현대인의 정신적 활동의 기저를 이룬다는 뜻이다.” 인간 마음의 비합리성을 설명해 보려고 심리학, 철학, 종교가 학문으로 발달한 것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 하나가 더 얹어졌다. 바로 진화론이다. 아무리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발달한 종족이라고 해도, 그 뿌리를 캐 올라가면 침팬지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있고, 거기서부터 쌓인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몸과 마음 깊숙이 남아 있다 여전히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박씨는 신경인류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렇다면 신경인류학은 마음에 관해 무엇을 이야기해 줄까? 인류 진화의 기나긴 시간과 다양한 사회적·생태적 조건을 고려해 마음의 비밀을 탐구하는 신경인류학의 특성은 우리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것을 넘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한다. 예컨대 ‘좋아요’를 더 많이 받으려고 SNS에 집착하는 인간의 심리는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는 개체가 번식상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진화론적 가설로 설명된다. 박씨는 문명사회에서도 사회적 관심은 ‘여론’으로 이어져 중요한 결정을 좌우하므로 현대인 역시 여전히 타인의 관심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진화학자 폴 길버트에 따르면, 인간 사회의 주된 힘은 자원 확보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 확보 능력이다. 즉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는 사람이 직접적인 번식상의 이득을 얻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우리의 마음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 확보에 맞도록 빚어져 왔다는 것이다. 인간이 ‘관심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는 오랜 세월 동안 타인의 관심을 끌고, 또 관심을 주는 방식으로 적응해 왔다. 관심을 추구하는 것도, 관심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것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밥을 먹지 못하면 배가 고픈 것과 같은 이치다.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던 선조들은 아마 자손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 뇌와 마음의 진화를 다학제적으로 접근해 해명하려는 신경인류학의 시선은 박씨에게 마음의 다양한 병리적 현상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과 지식을 제공했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서 겪은 임상 경험에 신경인류학자로서 찾은 인간 마음의 진화적·문화적 설명을 더해 현대인이 경험하는 마음의 고통을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며 책을 썼다.
“고통, 동반자로 다스려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