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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도전 의지 표명해 주목
한국에서도 ‘투타 겸업’ 선수 나올까

이도류. 양손에 각각 도나 검을 들고 싸우는 기술이나 유파를 뜻하는 검술 용어다. 야구에서는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를 통해 투타 겸업을 빗댄 표현으로 정착하고 있다. 과거 KBO리그에도 투타 겸업은 있었다. 해태(현 KIA) 김성한은 투수와 타자를 겸하면서 두 자릿수 승리와 타율 3할을 기록했으며, OB(현 두산) 박노준도 투타를 함께하기도 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투타를 겸한 것은 단기간에 그쳤다. 그런 투타 겸업에 KT 강백호가 도전할 뜻을 나타냈다. 연초 그는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런(투수에 도전할) 기회가 온다면 선뜻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언제든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부터 투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KBO리그에서 증명된 타격 실력은 물론이고, 마운드에서도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속구를 뿌렸다. 다만 프로에 입단한 지난해는 타자에 전념했다. 그 이유는 김진욱 전 KT 감독이 밝힌 것처럼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투수와 타자에게 필요한 근력은 다르다. 그러므로 평소처럼 타자에게 필요한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면 투구를 하다가 다칠 확률이 높아진다. 또 투타를 겸하는 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크다. 
KT 강백호 ⓒ 뉴시스
KT 강백호 ⓒ 뉴시스

체력은 물론 정신력도 강인해야

효율성의 문제도 있다. 고교야구 등과 같은 아마야구가 아닌 프로야구에서 투타 겸업이 사라진 데는 야구 기술이 발전해 투타 모두 높은 수준에 이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야구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베이브 루스(메이저리그)나 가와카미 데쓰하루(일본) 등 투타를 겸업한 선수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한 현대 야구에서는 투수든 타자든 한쪽을 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투타를 겸업하기 위해서는 선수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이고, 연습도 타격과 투구를 함께 해야 하는 만큼 평소보다 배 이상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투타를 겸업하는 데 있어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격이 안 될 때는 투구로 만회하고, 거꾸로 투구가 안 될 때는 타격으로 만회해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부진에 허덕인 오타니가 “고교 수준의 타격”이라고 많은 비난을 받은 것처럼 투타 양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온갖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다.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무슨 투타를 겸업한다고 하느냐.” 한 우물이나 제대로 파라는 쓴소리를 이겨내는 게 필요하다. 요컨대 투타를 겸업하려면 체력은 물론이고 정신적 강인함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강백호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투타 겸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신인으로 29개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체력과 정신력도 남다르다. 여기에 재능도 뛰어나다. 타격이야 말할 것도 없고 특별히 투구 연습을 하지 않았지만 올스타전에서 시속 149km의 강속구와 슬라이더 등 날카로운 변화구를 구사했다. 스프링캠프 전부터 투타 겸업에 걸맞은 몸을 만든다면 투타 겸업이 꿈만은 아니다. 다만 새롭게 KT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의 내심은 모호하다. 강백호의 투타 겸업을 지지하는 듯하지만 그것을 흥행 효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그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스프링캠프까지도 시간이 남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결국, 팬들이 원한다면 과감히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팬이 원한다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수준으로는 제대로 된 투타 겸업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투타 겸업을 위해서는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둘 다 많은 연습이 필요한데, 그게 제대로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타니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사실 닛폰햄이 오타니를 영입할 때 처음부터 투타 겸업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오부치 다카시 스카우트 부장은 “투타 모두 재능이 있으니까 프로 입단 후 곧바로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지켜보자고 생각한 정도다. 투타 겸업을 처음부터 인식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의견에 대해 오타니가 “투타 겸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소신을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에게 밝혔고, 이를 구리야마 감독이 흔쾌히 받아들여 ‘이도류 오타니’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사실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생각하게 된 데는 야구 문외한의 발상이 있었다. 닛폰햄에 입단하기 전, 그의 어머니(오타니 가요코)가 오타니에게 “투수와 타자 둘 다 할 수는 없는 거니?”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타니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프로 세계는 죽기 살기로 포지션 경쟁을 펼치는 곳이므로 둘 다 하고 싶다는 것은 뛰고 있는 이들에게 실례 되는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좌우명을 떠올린다. “선입견은 가능함을 불가능하게 한다.” 투타 겸업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선입견은 아닐까. 그렇게 고심한 끝에 투타 겸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코칭스태프 비롯한 주변의 지지와 성원 필요

결국, 강백호가 투타 겸업에 도전하는 데 있어 본인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주위의 지지와 성원도 필요하다. 오타니의 다소 터무니없는 생각을 흔쾌히 받아들인 구리야마 감독. 반면, 이강철 감독은 그 생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 돈키호테와 같은 무모한 도전이, 그 세계에 다양성과 활력을 줄 때도 있다.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것 자체는 합리적일지라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도전의 씨앗 자체를 뿌리지 못하게 만든다. 닛폰햄에서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시도할 때 대다수의 일본 야구인은 반대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그의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투타 겸업을 하면 200승이나 2000안타를 거두기 어렵다고 다들 말한다. 그렇다면 투타 겸업을 해서 100승과 1000안타를 동시에 달성하면 의미 있지 않은가.” 강백호의 투타 겸업 도전이 성공할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코칭스태프나 언론, 그리고 팬 등은 여유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 왜냐하면, 오타니가 그렇게 투타 겸업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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