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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도전 의지 표명해 주목
한국에서도 ‘투타 겸업’ 선수 나올까
체력은 물론 정신력도 강인해야
효율성의 문제도 있다. 고교야구 등과 같은 아마야구가 아닌 프로야구에서 투타 겸업이 사라진 데는 야구 기술이 발전해 투타 모두 높은 수준에 이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야구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베이브 루스(메이저리그)나 가와카미 데쓰하루(일본) 등 투타를 겸업한 선수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한 현대 야구에서는 투수든 타자든 한쪽을 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투타를 겸업하기 위해서는 선수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이고, 연습도 타격과 투구를 함께 해야 하는 만큼 평소보다 배 이상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투타를 겸업하는 데 있어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격이 안 될 때는 투구로 만회하고, 거꾸로 투구가 안 될 때는 타격으로 만회해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부진에 허덕인 오타니가 “고교 수준의 타격”이라고 많은 비난을 받은 것처럼 투타 양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온갖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다.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무슨 투타를 겸업한다고 하느냐.” 한 우물이나 제대로 파라는 쓴소리를 이겨내는 게 필요하다. 요컨대 투타를 겸업하려면 체력은 물론이고 정신적 강인함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강백호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투타 겸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신인으로 29개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체력과 정신력도 남다르다. 여기에 재능도 뛰어나다. 타격이야 말할 것도 없고 특별히 투구 연습을 하지 않았지만 올스타전에서 시속 149km의 강속구와 슬라이더 등 날카로운 변화구를 구사했다. 스프링캠프 전부터 투타 겸업에 걸맞은 몸을 만든다면 투타 겸업이 꿈만은 아니다. 다만 새롭게 KT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의 내심은 모호하다. 강백호의 투타 겸업을 지지하는 듯하지만 그것을 흥행 효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그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스프링캠프까지도 시간이 남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결국, 팬들이 원한다면 과감히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팬이 원한다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수준으로는 제대로 된 투타 겸업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투타 겸업을 위해서는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둘 다 많은 연습이 필요한데, 그게 제대로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타니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사실 닛폰햄이 오타니를 영입할 때 처음부터 투타 겸업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오부치 다카시 스카우트 부장은 “투타 모두 재능이 있으니까 프로 입단 후 곧바로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지켜보자고 생각한 정도다. 투타 겸업을 처음부터 인식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의견에 대해 오타니가 “투타 겸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소신을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에게 밝혔고, 이를 구리야마 감독이 흔쾌히 받아들여 ‘이도류 오타니’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사실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생각하게 된 데는 야구 문외한의 발상이 있었다. 닛폰햄에 입단하기 전, 그의 어머니(오타니 가요코)가 오타니에게 “투수와 타자 둘 다 할 수는 없는 거니?”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타니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프로 세계는 죽기 살기로 포지션 경쟁을 펼치는 곳이므로 둘 다 하고 싶다는 것은 뛰고 있는 이들에게 실례 되는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좌우명을 떠올린다. “선입견은 가능함을 불가능하게 한다.” 투타 겸업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선입견은 아닐까. 그렇게 고심한 끝에 투타 겸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코칭스태프 비롯한 주변의 지지와 성원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