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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성을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들
‘몸’으로만 해석돼 온 여성
오랜 세월에 걸쳐 여성을 교환하고 여성을 분배해 온 문화는 여성을 육체에 예속된 존재로 보는 것에 익숙하다. 여자란 그러니까 일단 ‘몸’인 것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습적 표현 속에 들어 있는 이런 식의 사고방식은 거의 무의식 수준에서 전승된 것이라 사용자 스스로 문제를 깨닫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남성들의 어법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여성들도 여성 혐오적인 언어에 물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다 해서 저절로 성인지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를 조금 더 빨리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심지어 언어 그 자체를 다루는 문인들도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성인지적 감수성이 낮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 창의적이라 여긴 표현들이 사실은 오랜 성차별적 문화의 무의식적 발현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무의식이 의식의 표면으로 끌어올려져 반성을 요구받는 것이 현 시대의 새로운 가치관이다. 무엇보다도 언어에 내재한 근본적인 성차별, 여성 혐오를 의식할 것을 요구받는다. 일단 무의식의 언어습관을 점검하기 시작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법관들이 각성할 때 판결이 달라지고, 기자들이 각성할 때 기사의 사진이 달라진다. 우리의 문화는 지금 일상을 재구성 중이다. 여담. 얼마 전 우연히 남편이 친구들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무슨 말 끝에, “나는 담배는 해도 술과 여자는 안 해.” 내가 지적을 했다. “여보, 여자라고 하는 건 잘못되었어. 여자가 어떻게 술과 담배와 동격이야?” 남편은 화들짝 놀라며 “그러네. 잘못되었네”라고 수긍을 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언어습관에 이의가 들어올 때, 판단해 보고 “내가 틀렸구나. 고칠게”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