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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북·중 정상회담으로 다시 다급해지고 복잡해진 한반도 문제

'화전(和戰) 양면전술'은 과거 북한의 전매특허로 불렸다. 겉으로 협상에 임하면서 상대의 경계를 늦춘 뒤 무력을 동원해 공격하는 전술을 말한다. 그랬던 북한의 최근 주무기는 '미ㆍ중 양면전술'이라 할 만하다. 'G2'(주요 2개국)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이용해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방중 이틀째…시진핑과 對美 공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9일 중국 베이징(北京市) 방문 이틀째를 맞아 산업 현장을 시찰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오찬을 함께했다. 지난 1월7일 저녁 단둥(丹東)을 통과해 8일 베이징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이미 시 주석과 4차 정상회담과 부부 동반 환영 만찬을 했다. 전 세계에 우호 관계를 과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만남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단연 대미(對美) 공조다. 두 정상은 임박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대응 방안을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회동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는 중이다. 홍콩 언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지켜보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미국 국무부는 대응을 삼가며 신중히 대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도 잠잠했다. 다만 1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의 민감한 분위기와는 분명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북·미 관계에 개입하는 시 주석을 '세계 최고 수준의 포커 플레이어'라고까지 지칭하며 견제했다.  현재 중국과 무역분쟁 해소를 위해 대화 중인 미국으로서는 공연히 외교 마찰을 일으킬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의 묘한 밀월도 감지된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있어 시 주석과 100%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김 위원장 방중 일정 역시 미리 중국이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차 방중을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1월8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출발 영상. ⓒ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차 방중을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1월8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출발 영상. ⓒ 연합뉴스
 

상황 이용해 실리 추구…진짜 '포커 플레이어'는 김정은? 

결론적으로 북한은 적절한 시점을 파고들어 미·중 관계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의 공조, 대미 압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진짜 포커 플레이어는 김정은 위원장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스티브 창(曾銳生) 영국 런던대 중국연구소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1월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을 거론하면서 "시 주석과 김 위원장 간의 회담 시점은 북·중 간 '이해 일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4차 북·중 회담이 시 주석의 초청 형식으로 성사되긴 했지만, 실제로는 김 위원장의 방중 제안을 중국이 수락했을 것이라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추론했다. 정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뿐 아니라 대북 경제지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ㆍ핵탄두 중국 이전 등도 시 주석과의 대화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봤다. 


"우물쭈물하다 트럼프ㆍ문재인 황금조합 놓치면 후회" 

일각에선 미ㆍ중 긴장 관계를 이용해 실리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북한의 행보가 우려스럽단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은 제재 완화란 숙원을 이루지 못할 경우를 가정하며 중국에 수시로 매달려 왔다. 중국은 미ㆍ중 무역분쟁 국면에서 미국에 '대북 문제 100% 협력'을 약속했지만, 언제 다시 동북아 패권 경쟁을 촉발시킬지 모를 일이다. 중국의 등에 올라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대화판에서 이탈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과 마주할 용의가 있으나, 잘 안 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 노무현 정부 때 주미 대사를 지낸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0월12일 윤후정 통일포럼에서 "미·중의 경쟁을 이용해보려는 김 위원장의 복잡한 심경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우물쭈물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황금조합이 존재하는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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