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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 재정 상황 심각한 수준
6000억원 넘는 부채에 한 해 950억원 손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의 재정 상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향군은 1000만여 명의 회원과 7개 출자회사, 3개 직영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국내 최대 안보단체다. 국가보훈처를 통해 해마다 100억원 이상의 국가보조금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재정 상태는 부실하다. 6000억원이 넘는 부채에 2017년에는 95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향군의 운영이 부실화하면서 더욱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진보 정권 가릴 것 없이 정권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향군 내부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향군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고 토로했다. 

향군의 예산은 해마다 200억원가량이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국가보조금과 자체 예산을 합산한 향군 전체 예산은 2012년 237억원, 2013년 216억원, 2014년 203억원, 2015년 192억원, 2016년 190억원, 2017년 190억원, 2018년 192억원이다.  하지만 부채는 예산의 수십 배에 달한다. 그동안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던 향군은 2017년에야 첫 외부 회계감사를 받았는데 ‘의견 거절’ 결과가 나왔다. 자료가 부실해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조사에 나선 국가보훈처는 2017년 향군의 부채를 총 6500억원 수준으로 파악했다. 드러난 부채 5500억원에 숨겨진 부채 1000억원을 더한 수치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실 ⓒ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 성동구에 있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실 ⓒ 시사저널 임준선

“투자사업 손실에 따른 당기순손실 과다 발생”

시사저널 취재 결과 이는 사실에 가까웠다. 2017년 향군 내부 회계자료에 따르면, 향군의 총 부채는 6125억원이다. 1년 예산의 약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수익은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한 해에만 3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총 95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071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604억원에 달하는 판매비와 관리비, 957억원가량의 영업외 비용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손실이 났다. 향군 내부에서는 “자산관리(투자사업) 손실에 따른 당기순손실 과다 발생”이라고 분석했다.  향군의 부실한 경영 상태를 파악한 국가보훈처는 대대적인 ‘수술’에 나섰다. 국가보훈처가 2017년 작성한 향군 정상화 문건을 보면 보훈처는 향군의 부실자산 7곳을 정리했다. 보령골프장(손실금액 481억원), 아산배방복합시설(31억원), 성북동 고급빌라(198억원), 평택아울렛(338억원), 논산복합상가(210억원), 안산체육시설(623억원), 정선리조트(281)로 총 손실금액은 2162억원이었다. 또한 향군타워를 포함해 매각 가능한 자산 전부를 팔거나 향군타워만 매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향군이 정부의 입맛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은 부실한 경영 상태에서 비롯된다. 한 예비역 장교는 “향군 내부에서도 ‘너무 정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결국 정부 기조를 따라가게 된다”며 “재정적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돈 따라가려면 정부 입맛 맞출 수밖에”

이 같은 흐름은 다른 보수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반공단체인 자유총연맹은 4·27 정상회담 직후인 4월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획기적 번영과 민족의 역사적 숙원을 이루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돈’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총연맹 역시 정부와 전국 지자체로부터 연간 70억~9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 때문에 역대 자유총연맹 총재 선임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전임 김경재 총재는 친박계 인사로 2016년 11월 태극기집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삼성그룹으로부터 8000억원을 받았다”고 발언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현 박종환 총재는 경희대 법대 72학번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진호 향군 회장 역시 정권에 따라 지지성향을 바꿔 “오락가락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김 회장은 17대와 18대 대선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차례로 지지했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향군 내부 관계자는 “돈 눈치를 보느라 안보는 뒤로 내팽개치고 있어 향군 내부에서조차 불만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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