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된다면 北 최고지도자의 남한 첫 공식 방문…한반도 비핵화 새 전기 마련 기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연내에 남한을 공식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12월30일부터 31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남한을 공식 방문할 것이 유력시 된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 답방은 남북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문재인 정부보다 앞서 정상회담을 연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못한 일이 바로 북한 최고지도자의 남한 답방이다. 역대 정부 때마다 남북 정상회담은 판문점을 제외하곤 모두 평양에서 열렸다. 지정학적으로 남측 지역에서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4월27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집’을 찾은 것이 유일하다.
2000년과 2007년 회담 때마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의 정례화 차원에서 차기 회담을 서울에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북측은 난색을 표했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회고록《피스메이커》에서 “김(대중) 대통령 설득은 간청이라도 하듯 간곡했다”고 회고했다. 2000년 6월 열린 1차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공동선언문에 넣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북측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7년 10월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공식 요청했으나 이 역시 김 위원장이 거절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남한에서 열리게 될 남북 정상회담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열린다는 게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북·미 관계는 전혀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남한에서의 정상회담이 답답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지 주목된다.
또 북한이 그동안 대외적으로 약속해온 남한 답방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북한 외교 정책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남한 답방은 분명 의미 있는 조치다. 더군다나 회담이 연말에 열린다는 것은 북한 내부를 향해 남북 관계 개선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선언하는 중요한 신호(Signal)이기도 하다. 그 동안 북한 최고 지도부는 연말에 관례적으로 새해 첫날 발표되는 신년사를 준비해왔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2019년 새해 첫날 발표되는 사실상 북한의 신년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에 여러 채널을 통해 ‘남한 답방’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그냥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할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측의 거듭된 요청에 북측은 경호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연말 남한 답방이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리 외무상은 지난 6∼8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면담했다. 북한 지도부가 남한 답방을 두고 고민했다면 이 기간 동안 중국 측에 관련 내용을 의제로 놓고 협의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