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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경찰서 “낙태 여성 처벌 목적 아닌 참고인 조사” 해명

경남 남해경찰서가 임신중절 여성을 색출한다면서 병원을 방문한 26명의 여성에게 무차별적으로 경찰 출석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지역 여성단체가 강력 반발에 나섰다.

경남여성단체연합과 경남여성연대 등 6곳의 여성단체는 12월 24일 경남도경찰청에서 ‘낙태죄를 범한’ 여성을 색출하기 위해 특정 산부인과를 이용한 다수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참고인 조사와 출석 요구를 남발한 경찰의 수사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이 성명서를 낸 이유는 최근 남해경찰서가 지역 소재 한 산부인과를 방문한 여성 26명을 대상으로 낙태유무 참고인 조사를 무리하게 강행하면서다.

이 사실은 지난 12월 21일 한국여성민우회의 성명서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당시 성명서에 따르면 남해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낙태와 무관한 산모들에게 강제 출석을 요구했으며 본인의 병원 출입 정보를 어떻게 습득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낙태죄 폐지 집회중인 경남여성연합 회원들 ⓒ시사저널 DB



경남여성단체, “개인정보보호법 준수해야 할 경찰, 낙태 여성 처벌 의지만 확인” 성토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임신이 되지 않아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거나 “태아가 사산됐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실도 진술해야 했다고 민우회는 전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은 남해경찰의 이러한 수사태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야 할 경찰이 낙태 여성을 처벌하겠다는 의지만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경찰의 개인의료정보 수집을 통한 임신중절 여성 색출 수사 중단 △경남경찰청의 여성 반인권적 수사 실태 파악 △시정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여성 기본권과 건강권 등을 침해하는 형법상 낙태죄 폐지 등을 촉구했다.

경남여성단체 관계자는 “‘낙태죄’를 수사하겠다고 지역 내 산부인과를 이용한 불특정 여성들의 정보를 수집해 출석을 요구하고 낙태 여부를 취조하는 것이 경찰이 할 일인가?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 여성의 삶을 불안과 궁지로 몰아넣는 폭력으로 일관하는 이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와 관련해 남해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돼 수사가 시작된 것이지 불특정 여성들의 낙태유무에 대한 무차별 조사는 아니다”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정에서 참고인 26명에 대한 인적사항을 얻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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