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전설》로 컴백한 2018 마지막 로코퀸, 박신혜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박신혜는 밝고 건강한 ‘과즙미’로 드라마나 현실에서나 주변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든다. 함께 드라마에 출연 중인 현빈은 박신혜에 대해 “밝고 착한 사람이다. 덕분에 현장 스태프들이 기분 좋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호흡을 맞춘 한 배우는 “박신혜가 현장에 나타나면 이곳저곳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먹거리도 풍성해진다”며 그녀를 가리켜 ‘해피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박신혜가 SBS 《닥터스》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전설》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가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를 방문하고, 여주인공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오래된 호스텔에 묵게 되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리는 서스펜스 로맨스 드라마다.
박신혜는 극 중 정희주 역을 맡았다. 정희주는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꿈꾸며 스페인에 왔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그라나다에서 낡은 호스텔을 운영하는 사랑스러운 여자다. 최근 《알함브라 궁전의 전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녀는, 자연스러운 메이크업과 싱그러운 미소로 반사판이 필요 없는 비주얼을 자랑했다.
2년 만의 컴백이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뭔가.
“늘 차기작에 대한 고민을 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거든요. 이번 드라마의 대본을 읽고 무엇보다 관심이 갔던 건, AR(증강현실) 게임이라는 소재였어요. 참신했죠. 대본을 읽다보니 단순한 오락성의 게임 소재를 넘어 그 안에 메시지가 있고, 어떻게 보면 사회적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청자 분들도 방송을 보시면서 그 문제에 대해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박신혜가 꼽는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독특한 소재 안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다양한 장르가 주는 재미가 있어요. AR이라는 독특한 소재 안에 서스펜스, 로맨스,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품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송재정 작가님의 필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거예요. 이런 다양한 장르를 종합적으로 써낼 수 있는 송 작가님의 글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해요. 대본을 6부까지 받았는데, 한 시간 동안 손에서 떼지 않고 집중해서 봤을 만큼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어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전설》은 방영 이전부터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혔다. 주연배우의 면면, 국내 최초 AR 게임이라는 소재를 드라마에 차용한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작품을 진두지휘하는 감독과 작가의 케미가 ‘역대급’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 《W》 등 특별한 상상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송재정 작가와 치밀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을 자랑하는 드라마 《비밀의 숲》의 안길호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배우들이 가장 사랑하고, 대중들이 가장 트렌디하다고 꼽는 감독과 작가가 만난 것이다.
소재가 낯설지는 않았나.
“AR은 캐릭터들이 얽힐 수밖에 없는 인과관계를 만드는 역할을 해요. 긴박하게 전개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사랑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상대역인 현빈과의 호흡은 어떤가.
“해외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해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배우들과 주말에 시간을 내 만나는 자리가 있었어요. 현빈 선배님은 사실 제 학교 선배기도 하거든요(웃음). 간단하게 맥주도 한잔 마시면서 캐릭터에 대한 부분, 앞으로 배우로서의 걱정과 고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빨리 친해졌고,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편해졌어요. 아무래도 제가 막내라 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렇게 느끼지 않도록 잘 챙겨주셨어요.”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현빈 선배님의 리더십 덕분에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하는 중이에요. 배우들끼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셨거든요. 그래서인지 제가 현빈 선배님과 촬영을 한다니 주변의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더라고요(웃음).”
현빈이 생각하는 박신혜는 어떤 사람, 어떤 배우일까. 두 사람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현빈은 “신혜씨는 내공과 센스가 있고, 그보다 더한 연기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천성적으로 밝고 착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 에너지가 현장에 잘 묻어나서 모두 즐겁게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분 좋은 사람이죠. 작품 속 캐릭터와 실제 성격도 잘 맞는 것 같아요.”(현빈)
현빈의 말처럼 작품 속 캐릭터와 실제 박신혜는 닮은 점이 많다. 극 중 ‘희주’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랑스러운 여자다. 실제로 그녀의 개인 SNS를 접속해 보면 오피셜 계정에 가깝지만, 마치 숨겨진 암호를 찾는 것처럼 구석구석 박신혜만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다. 오래전 만난 드라마 막내 스태프와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소속사 식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일반인 친구들과도 오랜 우정을 나눈다. 한 장의 사진에 첨부된 짧은 코멘트에서도 박신혜라는 사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늘 밝고 상냥한 이미지의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늘 기도해요.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게. 제가 밝아 보이지만 소심한 면이 많아 무너져 내릴 때도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죠.”
극 중 ‘희주’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희주는 인간적이면서 따뜻한 면모를 가지고 있어요. 대본을 읽는 내내 그 친구가 너무 예뻤어요. 희주는 기타리스트이면서 공방에서 일을 하고, 또 호스텔 주인이기도 해요. 다양한 모습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인생의 절반을 연기자로 살아온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작품을 바라보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새로 만나는 게 즐겁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니까. 그래서 곧 다가올 서른도 기대가 된다는 그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