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성분 나온 장난감 판매금지…“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는 안 해”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액체 물질로 된 장난감(슬라임)이 인기다. 이른바 '액체 괴물'로 불리는 이 장난감 70여 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리콜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정작 가습기 살균제 성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이뤄지지 않아, 정부가 두 가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액체 괴물'은 쫀득쫀득하고 말랑한 촉감에다 모양도 원하는 대로 만들어 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생리대 흡수체 성분 등 화학물질로 돼 있어 습진이나 손톱변형 등의 여러 부작용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가기술표준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190개 제품을 조사했더니 40%인 76개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잘 알려진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액체 괴물엔 유기물이 있어서 곰팡이 등이 번식할 수 있다. 업체가 이를 막기 위한 보존제로 CMIT/MIT를 첨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제품을 수거하거나 교환해주라는 리콜 명령을 내리고, 해당 제품에 대한 추가 판매를 금지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보존에 목적으로 사용한 CMIT/MIT 성분은 올해 2월1일자로 안전 기준이 강화돼서 전면 사용 금지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국가기술표준원이 CMIT/MIT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라고 부르고 규제도 한다. 그러나 정작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을 전담하고 있는 환경부는 CMIT/MIT가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같은 물질을 놓고 정부에서 두 목소리가 나오는 코미디"라며 "CMIT/MIT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보존제다. 이 성분이 들어 있는 외국 제품을 모두 규제하면 통상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CMIT/MIT를 사용하지 말아야 할 곳에 사용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