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대법원에 계류됐던 3건의 강제동원 소송이 모두 승소로 마무리됐다. 남은 소송의 판결을 어떻게 전망하나.
“대법원의 논리가 성립됐으니, 그 흐름대로 나머지 판결도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청구권 협정에 관한 해석상의 문제는 끝났기 때문에 다른 소송도 승소하는 데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강제동원 재판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밝혀졌다.
“사법부가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렸다. 이번 판결에서 두 문장을 들었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비용은 피고 측이 부담한다’였다. 5초도 안 걸리는 그 두 문장을 듣기 위해 수십 년의 세월을 보냈다. 법관들이 자리에 앉기 전에 법정에 있는 사람들이 기립하는 것은 사법부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권위를 부여하는 것인데, 과연 우리나라 사법부는 국민들을 기립시킬 자격이 있었나 싶더라.”
모든 소송들이 수십 년의 시간을 거쳤다. 정부의 방해로 강제동원 소송은 더 지연됐는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자구책 차원에서 억울한 한을 풀려는 싸움을 시도했지만, 국가에 의해 원천적으로 봉쇄당했다. 정부는 개인이 일본 민간기업을 상대로 한 사적 소송이기 때문에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아야 할 소송이었다.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죄는 개인의 탓이 아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무책임했던 정부에 대한 회초리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미군 포로들에게는 알아서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중국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금을 냈다. 한국에는 사과조차 없다. 상대를 보고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부각되는 것마저 주저한다. 일본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더 목소리를 높인다. 매를 맞아야 하는 사람이 오히려 매를 드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색된 한·일 관계에서 배상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하면 어렵게 수십 년간 애써온 법정 투쟁 결과물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외교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집념 어린 눈물과 한, 투쟁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가 없었다. 정부도 사과해야 한다. 정부는 마지못해 외교적 현안으로 떠오른 이 사안을 정식 외교 의제로 꺼내는 것조차 불편해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보나.
“일본 정부와 기업이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지만, 정부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사법부는 청구권협정이 국제 인권 기준에 맞지 않고, 내용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한·일 간 우호와 협력은 과거의 청산에서 시작된다. 역사 문제를 안고 있는 한 한국과 일본의 평화는 가능하지 않다. 일본으로서도 근본적으로 장애 요소를 해소하면 되는 문제다. 이 부분을 한국 정부가 문제 삼아야 한다. 미진했던 역사 청산의 기회라는 바통을 쥔 정부가,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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