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에 맞서 대안 제시한 ‘원로 경영인’ 고양명씨
“최근 3년간 출생아 숫자를 살펴보면 2015년 43만5000명, 2016년 40만6000명 그리고 2017년 35만8000명이 새로 출생했다. 최근 3년 동안 출생한 아이들이 고작 120만2000명에 불과하다. 2026년 대한민국에서는 1명이 벌어 1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그런 날이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또한 인구피라미드 자료를 보면 2100년 대한민국의 인구는 3850만 명으로 줄어든다. 2018년 기준 5250만 명보다 1400만 명 감소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서울(1000만 명)과 경상남도(337만 명)가 없는 규모의 대한민국이다.”
인구절벽이라는 위기를 대한민국이 재도약하는 기회로 전환하려 발 벗고 나선 이가 있다. 한평생 영업·마케팅 분야에 종사하고 한독약품 대표이사 사장까지 역임한 고양명씨다. 고씨는 대한민국의 인구절벽이라는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우리 후손들에게 비참한 미래를 물려줄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우리 손주 큰일 났네》를 펴냈다.
“중요한 사실은 현재 우리나라가 출산율이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인구절벽의 상태라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절벽이란 한 발만 삐끗해도 천 길 아래로 떨어지는 낭떠러지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지구상에서 없어질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부 지원책 복잡해 젊은 부부 호응 못 얻어”
올해 들면서 출산율이 세계에서 최초로 1.0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위기의식을 느꼈을까. 한 해가 흘러 정치권에서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최근 여야가 내년 10월부터 출산한 산모에게 ‘출산장려금’ 250만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내년 10월 이후 태어나는 아기부터 받을 수 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도 확대된다. 덧붙여 발표한 올해 합계출산율은 0.95명이었다.
“정부는 15년 전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준비를 해 왔다. 그러나 200조원의 국가예산을 사용했지만 아직까지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해결은커녕 출산율은 오히려 더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을 쭉 살펴보았다. ‘고객 중심으로 일을 추진했다’기보다는 지원책이 너무 복잡했다. 젊은 부부들이 호응할 것 같지 않았다.”
고씨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인구절벽이라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았다. 수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통계, 기사, 기고문, 보고서와 역사 속에서의 저출산 문제 사례들, 프랑스·스웨덴 등의 저출산 극복 성공 사례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노력 등 가능한 자료들을 최대한 꼼꼼히 살펴보고 그로부터 대안을 도출해 냈다.
“30년 전 프랑스는 저출산으로 고민이 많았다. 한 프랑스인이 한국의 대가족제도가 부럽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프랑스는 다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피나는 노력 끝에 거둔 성과다. 그들은 매년 GDP의 5~6%를 출산 지원 정책자금으로 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79조8400억원이다. 그 돈이 국민의 50%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내년도 출산 장려 예산은 30조원이라고 한다. 이 예산은 GDP의 약 1.67%다. 프랑스와 비교해 너무 적은 액수다.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리는 산아제한 정책을 강력히 시행했었기 때문에 우리의 기억을 지우려면 더 강력한 홍보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인구청 신설하고 국민 계몽운동 펼쳐야”
고씨는 다양한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대한민국의 저출산, 인구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하는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한다. 우선 현재 있는 출산 장려금 제도의 집행 방법을 단순화하고 메시지를 명료하게 하는 ‘출산 축하금 지급 규정’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2019~2024 출생아 수를 40만 명’으로 하는 국가의 중단기 출산 목표 또한 설정하자고 제안한다.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저출산만을 다루는 정부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려면 대한민국 100년, 아니 1000년을 안정적으로 인구문제를 해결해 가는 인구청의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출산 목표를 설정하고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며 훌륭한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지금처럼 남성과 여성 평균연령이 30세를 훌쩍 넘어 결혼한다면 출산의 위험도 높고 가능성 또한 크지 않다. 그래서 고씨는 저출산을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결혼 연령을 확 낮추는 운동을 펴면 의외로 쉽게 우리나라가 다시 젊은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각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래서 나온 안이 ‘만혼을 조혼으로’라는 생각이다. 국민 계몽운동으로 저출산 문제도 해결하고 다시 젊은 대한민국으로 재탄생하는 안,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안을 구체화하려면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고씨는 또 하나의 대안으로 기업들이 젊은 부부들을 후원 또는 미리 사원으로 채용하는 ‘기업과의 후원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앞으로 4차 산업, 5차 산업, 그 이상의 사회에서는 지하자원이나 땅덩어리 크기보다 젊고 창의적인 인재가 기업의 핵심자산으로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덧붙인다.
“기업들이 젊은 부부들을 후원 또는 미리 사원으로 채용하여 젊은 인재를 확보하는 정책을 채택해 시행하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회사들은 미래에 살아남는 강한 회사가 될 것이고, 여성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앞서가는 회사들이 미래의 강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