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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前 의원 “20대 총선에서 무조건 화성 갑에 공천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친박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의 대화 당사자인 김성회 전 의원이 “2013년 10·30 보궐선거에서도 친박의 공천 개입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1월21일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보궐선거에서도 친박의 공천 개입 증언이 나오면서, 박근혜 정권이 집권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선거에 불법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10·30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서청원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2013년 10월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20대 총선에서는 공천 주겠다”

김 전 의원은 “2013년 10월30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화성 갑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런데 서청원 의원(당시 새누리당 상임고문)이 갑자기 화성 갑 공천을 신청했다”면서 “당시 친박 실세 의원의 소개로 서 의원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20대 총선에서 무조건 화성 갑에 공천을 해 주겠다. 그동안 난방공사 사장으로 가 있어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보궐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3년 12월 난방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는 친박이 경쟁 후보자에게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등 공천에 개입한 것은 물론 공기업 인사까지도 좌지우지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기업인 난방공사 사장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육군사관학교(36기) 출신으로 대령으로 예편한 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지역구 화성 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총지휘한 19대 때는 현역의원 25% 컷오프(공천 배제)에 걸려 낙선했다. 그런데 고희선 의원이 폐암으로 2013년 8월 별세하면서 화성 갑 지역이 10·30 재보선에 포함됐다. 김 전 의원은 재출마를 선언했는데, 이런 와중에 서 의원이 돌연 출마를 선언하고 공천을 신청한 것이다. 서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를 조직해 의석수 14석을 확보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로 수감됐다. 이후 2013년 4월 새누리당에 복당됐고 상임고문까지 맡으면서 10·30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서 의원의 출마에 크게 반발했다. 김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 의원의 출마에 공식 항의하면서 “서 의원 공천 시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 의원 공천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당시 공직후보자 추천 및 심사기준을 담은 새누리당 당규에 따르면, 공직후보자 부적격 기준 중 하나로 “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자”라고 적시하고 있다.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19대 총선을 앞두고 “성범죄,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경선 부정행위 등 ‘4대 범죄자’는 범죄 시기와 무관하게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결국 서 의원을 화성 갑에 전략공천했다. 김 전 의원은 경선을 요구했으나, 경선 없이 서 의원이 공천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한 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공천에서 내가 탈락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당의 결정에 당혹스럽고 놀랐다”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김 전 의원은 돌연 입장을 바꿔 서 의원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서 의원은 김 전 의원의 지지 속에 ‘박근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면서 오일용 민주당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박근혜, 공천 개입으로 징역 2년 선고

선거 승리 후 보상이 뒤따랐다. 김 전 의원은 같은 해 12월 난방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김 전 의원의 사장 내정을 두고 “전형적인 새누리당의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전문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김 전 의원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낼 경우 후보 사퇴를 미끼로 대가를 약속한 선거법상 ‘이해유도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서 의원의 약속을 믿고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2015년 12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대 총선에서도 서 의원이 화성 갑 공천을 받았고, 김 전 의원은 신설된 화성 병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후 김 전 의원에 대한 ‘친박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됐다. 윤상현·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 전 의원에게 “20대 총선에서 경기 화성 갑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면 인접지역구에 공천해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녹취에는 ‘(이것이) VIP(대통령)의 뜻’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참여연대는 “두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해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라고 협박했고 현 수석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면서 “녹취록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대통령의 뜻을 강조하고 있다. 추가적인 친박 인사들의 개입 가능성, 대통령 최측근과 공모했을 가능성, 다른 지역에서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염두하고 조사해야 한다”며 이들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016년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친박 실세 3명은 혐의를 벗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11월21일 20대 총선 과정에서 친박계 인물들이 경선에 유리하도록 공천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청와대는 친박계 인사들을 당선 가능성이 큰 대구와 서울 강남권에 공천하기 위해, 예비후보들의 성향과 인지도를 살펴보기 위한 ‘진박 감정용’ 불법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행위가) 비박 후보를 배제하고 친박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에서 비롯됐다”면서 “여론조사나 선거운동 기획 등은 박 전 대통령의 명시적·묵시적 승인이나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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