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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중간선거 끝나자마자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 발표… 선거 전 유권자 의식한 듯

 이변은 없었다. 미국 중간선거가 기존 예상대로 공화당의 상원 수성, 민주당의 하원 탈환으로 막을 내렸다. 대신 이변은 북미 관계에서 나타났다. 선거가 치러진 날 한밤중에 국무부가 당초 선거 직후 계획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절묘한 부분은 그 발표 시각이다.  


“북미회담 연기”… 왜 선거 끝나자마자 발표?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로 회담 연기 성명을 올린 시각은 현지 시각으로 11월7일 자정. 이 시각은 바로 알래스카주에서 중간선거 투표가 끝난 때다. 알래스카주는 미국 내 시차 탓에 투표가 가장 늦게 종료되는 지역이다. 마치 선거가 끝나기를 기다린 듯한 모양새다. 회담 취소는 미리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발표 시점은 일부러 늦춘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국무부는 11월8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사진)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다고 11월7일 밝혔다. 미 국무부는 "서로의 일정이 허락될 때 회담 일정이 다시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이번 회담을 누가 취소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국무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JS)은 11월7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1월8일 “북측에서 연기 통보를 받았다는 게 미국 측의 설명”이라고 했다.  사실이라면 트럼프 정부가 중간선거 도중에 회담 연기를 발표하는 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대북 유화 기조를 중간선거 전까지 유지해왔는데, 북한의 회담 취소 사실이 알려지면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선거 전에 알려지는 건 부담스러웠을 듯

 또 제임스 플로이드 다운스 홍콩중문대 정치학 교수는 9월 SCMP(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에 “2차 북·미정상 회담이 중간선거 전에 열린다면 트럼프가 유권자의 점수를 따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게다가 회담에 주목하는 건 미국 유권자들만이 아니다.  원래 이번 회담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1월8일 뉴욕에서 만나기로 돼 있었다. 국무부에 의하면, 이날 테이블엔 비핵화 문제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선언문의 이행 진전 등이 의제로 올라올 예정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사안의 무게가 가볍다고 보기 힘들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1월8일 시사저널에 “북미 고위급 회담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이벤트”라고 했다.  국무부는 회담 취소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11월7일 성명에선 “회담은 추후(later date)에 열릴 것”이라며 “각자의 일정이 허락될 때 다시 모일 예정”이라고 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밤중에 회담 취소를 발표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해당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빨리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임을출 교수 역시 “국무부의 발표대로 북한이 정말 일정상 불가피하게 만남을 미뤘을 가능성도 있다”며 “세계의 이목이 쏠린 만큼 노쇼(no-show)를 피하기 위해 미리 미국 측에 회담 취소를 알렸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CNN은 외교 소식통을 빌려 “미국의 기대에 북한이 부응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걸 명백히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WSJ은 “북한이 조기 제재 완화 같은 조치를 얻어내고자 미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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