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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상승에 긴급 대책…서민보다 부자 혜택 돌아가 ‘고민’

정부가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유류세를 10% 인하하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82원, 경유는 리터당 57원, LPG·부탄은 리터당 21원이 각각 인하된다. 발표시기는 오는 10월 22~26일로 조율하고 있으며, 시행시기는 발표 직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동연 부총리 “유류세 한시적 인하 검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13일 오후(현지시간)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며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유가가 (배럴당) 80불을 넘었기 때문에 특히 영세소상공인, 중소기업, 서민에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를 통해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가처분 소득을 조금 늘려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류세 인하의 직접적인 배경은 국제유가 상승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의 이란 제재 본격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배럴당 76달러와 86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국내 유가 또한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유류세 인하를 결정한 건 지난 2008년이다. 2008년 3월10일부터 12월31일까지 약 10개월간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10% 인하했다. 2000년에도 3월부터 4월까지 약 2개월 동안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를 각각 5%, 12% 내리기도 했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사진은 9월16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유류세 10% 인하하면 휘발유 리터당 82원↓

 정부는 내부적으로 아직 유류세 인하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폭은 10% 안팎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류세가 10%만 낮춰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최대 82원 가량 내려간다.  휘발유의 기본세율은 리터당 475원이다. 하지만 탄력세율을 적용해 리터당 529원을 부과한다. 휘발유의 주행세와 교육세는 각각 리터당 138원, 79원이다. 이를 합한 휘발유의 유류세는 총 746원이다. 여기에 휘발유의 부가가치세인 리터당 149원까지 포함하면 휘발유에 붙는 전체 세금은 리터당 895원이다. 지난달 기준 휘발유의 소비자가격이 1638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54.6%다. 경유의 탄력세율은 리터당 375원이다. 기본세율은 리터당 340원이다. 주행세와 교육세는 각각 리터당 98원, 56원이다. 부가가치세 리터당 131원을 더하면 경유의 전체 세금은 리터당 660원이다. 지난달 소비자가격의 45.9% 수준이다.  

유류세 인하 혜택,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돌아가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유류세 인하 혜택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더 많이 돌아갈 전망이다. 고용대란에 따른 체험형 인턴과 비슷하게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는 서민층보다 부유층에 6.3배 이상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류세가 인하됐던 2008년 2분기 휘발유 소비량을 기준으로 분석됐다.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의 휘발유 소비량은 월평균 13.1리터에 그친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상위 20%)의 소비량은 82.5리터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고소득층의 혜택이 커진다는 의미다. 당시 유류세가 리터당 75원 내린 점을 고려했을 때, 소득분위별 인하 효과는 ▲1분위 880원 ▲2분위 2042원 ▲3분위 3050원 ▲4분위 3600원 ▲5분위 5578원이다. 5분위에게 돌아간 혜택은 1분위의 6.34배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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