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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반도체 비중…‘중국 반도체 굴기’와 ‘미·중 무역전쟁’이 리스크
올해 전체 수출액 대비 반도체 비중 20% 넘을 듯
세계 경제에 호황기와 불황기의 사이클이 있듯, 반도체 업계도 언젠간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모두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과 모바일 기기 등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수퍼 호황기’를 맞았다고 분석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해 12월 글로벌 회계법인 KPMG는 반도체 업계 전문가 153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기가 앞으로 3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셈이다. 때맞춰 세계 최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1월 “곧 반도체 공급에 과잉이 올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그 배경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깔려있다. 지금 당장은 반도체 최강국인 한국과 중국 사이에 기술 격차가 있다. 하지만 자금력을 내세운 중국의 투자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중국發 반도체 공급 과잉 온다”
미국 반도체 시장분석업체 IC인사이츠는 8월28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설투자 규모는 올해 110억 달러(약 12조 3000억원)”라고 발표했다. 2025년까지 쏟아부을 예상 금액은 총 1조 위안(약 163조 8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오브젝티브 애널리시스의 짐 핸디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강도 높은 예고를 하기도 했다. “중국 경쟁사들이 양산을 하면 공급이 넘쳐나 세계 1~3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중 한 곳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반도체 업계에 가져올 기운도 심상치 않다. 선뜻 생각해보면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공급의 위축으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손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반도체의 60%를 사간다고 알려진 중국의 수요 역시 쪼그라들 수 있어서다.‘미·중 무역전쟁’은 수요 위축 초래할수도
공급이 넘쳐나는데 수요가 축소되는 상황은 우리나라 무역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월4일 국내 반도체 업계와 관련해 “무역전쟁이 시작되면 한국이 ‘가장 경제 타격이 심한(hardest hit economies)’ 나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그룹은 오히려 반도체를 더 키우는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 삼성은 앞으로 3년 간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 등에 13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모두 반도체를 근간으로 하는 분야다. SK하이닉스도 새 먹거리를 찾기보다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7월 말 하이닉스는 3조 5000억원을 들여 새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회로를 찾기보다 아예 기술격차를 확실히 벌려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