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한반도 최고 이벤트 김정은 답방…시기는 美 중간선거 끝난 이후 유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 속도 내기에 탄력이 붙고 있다. 올 들어 벌써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진 것 자체도 그렇지만, 합의 내용의 틀이나 논의 폭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다. 대북제재 균열이나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대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민감한 군사 분야의 이슈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모두가 두 정상이 교감하지 않고는 합의나 이행에 힘이 붙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백두산 등정에 대해 평양 정상회담 기간 즉석 합의한 것도 두 사람의 의기투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9월19일 남북 정상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은 4월 판문점 첫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비핵화나 군사 분야 긴장완화, 남북관계 진전 같은 3가지 항목의 의제를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핵화 문제를 실행하기 위해 북한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영구폐기 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목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접근과 북·미 2차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게 하려는 의미가 담긴 합의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 접촉 재개를 제안하는 등 가교 역할도 했다.
김정일 방문 대비 워커힐호텔 후보지 물망
남북관계와 관련한 분야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정상화 등을 공동선언에 담은 건 대북제재 해제 이후 남북 간 경협사업이 복원 단계에 접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김정은 체제에 적지 않은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남북 간 군사공동위 가동을 통한 긴장완화나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등도 눈길을 끈다.
이 같은 비핵화, 남북관계 관련 합의 내용 못지않게 주목받은 사항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문제다. 앞서 판문점에서 두 차례 만나고 평양에서 재회한 남북 정상이 이번엔 서울에서 보자고 약속한 것이다. 9·19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6개 항목 중 맨 끝에 올라 있는 사안이지만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과 전문가 그룹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공동선언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 위원장은 먼저 자신의 서울 방문 합의 사실을 알렸다. 또 문 대통령은 “(공동선언에서) ‘가까운 시일’이란 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서울 답방이 올해 안에 성사될 것이란 얘기다.
‘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 합의는 올 한 해 적어도 4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걸 의미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남북 정상이 대화나 소통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특히 남북 정상 간의 첫 만남인 2000년 6월 평양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했던 ‘김정일 서울 답방’이 뒤늦게 아들인 김정은 위원장에 의해 성사된다는 의미가 있다.
남북한은 18년 전 6·15 공동선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합의했다. 통일 방안과 이산상봉 문제 등을 담은 공동선언은 말미에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못 박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이후 김정일 서울 방문은 남북관계에 있어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 석 달 뒤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한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를 통해 “앞으로 가까운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며 이에 앞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북한 권력서열 2위)이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전해 왔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듬해 5월 방북한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지켜본 뒤 답방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끝내 서울 답방을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0월 정상회담의 경우 김정일이 서울로 오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결국 노 대통령이 방북하는 쪽으로 결론 났다. 김정일 위원장이 2011년 12월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서울 답방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오게 될 경우 아버지의 약속을 대신 이행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또 은둔에서 벗어나 개방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올 초부터 드라이브를 걸어온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 진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이를 둘러싼 논란이나 남한 내 여론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서울에 오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호응한 데다, 이를 TV로 중계되는 발표현장에서 언급했다. 지난 2월 여동생 김여정을 특사로 청와대에 보낸 것도 자신의 서울 방문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김정은의 서울 방문 약속 사실을 보도해 주민들에게도 알렸다. 공동선언 합의문에 이를 하나의 항목화해서 제대로 담고 ‘연내 방문’을 문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했다는 점도 이전과 다르다. 2000년 정상회담의 경우 ‘서울 답방’ 약속은 합의문 항목 외에 별도로 덧붙이는 방식으로 담겼다.
北, 10월 美와 비핵화 협상·정상회담에 주력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시기와 관련해선 일단 11월 하순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10월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11월초 미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에나 남북관계 일정을 챙길 여력이 생길 것이란 얘기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의 경호 문제다.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북한의 참모진들 모두가 반대했다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전언은 이런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우리 정부 당국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비해 워커힐호텔을 점찍어 둔 것도 외부 차단이 용이해 경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란 후문이다.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경우 우선 제주에서 만난 뒤 여건을 살펴가면서 서울 방문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 특집 연관기사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