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의 한 국정감사장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라는 감성적인 노래 가사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영상 속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고(故) 김광석씨가 아니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유 장관의 얼굴과 목소리를 AI에게 학습시켜 노래를 부르게 한 딥페이크 영상이었던 것이다. ‘딥페이크 기술이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음’을 경계하기 위한 용도였으나, 얼굴과 목소리를 빼앗긴 유 장관도, 국회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도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지나갔다.오프라인에선 과잉보호, 온라인에선 방임지난 5월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
지난 6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한 젊은 여성이 임신 36주의 낙태수술 경험을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 올린 것이다. 36주면 아기가 엄마의 배 속에서 나온다 해도 약간의 보살핌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임신 후기이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살인이라 할 만한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 사건은 생명윤리 문제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의 이도저도 아닌 ‘임신중지법’에 대해 심각하게 경종을 울렸다. 보건복지부는 경찰에 그 여성과 수술을 한 의사를 살인죄로 신고하면서 수사를 의뢰했다.2019년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법을 헌법불일치
최근 한 외신으로부터 ‘한국의 4B 운동’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받았다. 지난 연초부터 미국·영국·캐나다·싱가포르 등에서 새삼 SNS를 통해 관심을 끌고 있는 4B 운동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는 거였다.2019년경 일련의 불법 카메라 촬영, n번방 사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등을 거치며 한국의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한 ‘4B 운동’은 여성들에게 ‘남성과의 관계, 로맨스를 지양하자’는 과격한 내용으로 비연애·비결혼·비출산·비섹스를 주장하며 아닐 비(非)자를 소리 나는 대로 B라 붙여 발음하도록 만들어졌다. 4B 운동은 우리
20년 전 한 소도시에서 일어났던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고 많은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지난 6월초 한 유튜버의 가해자 신상 공개로부터 비롯되었다. 밀양에서 일어난 이 성폭행 사건은 당시에도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었다. 한 명의 여학생을 무려 44명(실제 가담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도 알려져 있지만)의 남학생이 1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집단 강간, 금품 갈취, 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협박과 실제 유포, 폭행을 일삼은 죄질이 심각하게 나쁜 사건이었다.그럼에도 피해자 보호와 배려가 없는 경찰·검찰의 2
지금 대한민국은 한 재벌 가정의 이혼과 그에 따른 재산분할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재계 2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그것이다. 지난 1심에서 재판부는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SK 재산의 고작 1.2%로 판단해 논란이 되었다. 35년이란 긴 세월을 부부로 살아오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재계 2위 재벌의 아내로서 가사를 전적으로 지휘하고 이끌어 왔으며, 남편의 공개적인 외도로 배신감과 자괴감 등 심신의 고통을 감당해 왔던 그녀에게 재산분할 665억원과 1억원의 위자료는 일반의
요즘 뉴스 보기가 두렵다. 교제 후 이별을 통보한 상대를 잔혹하게 죽이는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서울 강남역 한 고층빌딩 옥상에서 20대 남성 최아무개씨(25)가 이별을 통보한 전 애인 A씨를 불러내 무참하게 살해했다, 최씨가 ‘떨어져 죽겠다’고 하자 이를 말리려던 A씨와 말다툼이 벌어졌고, 최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그녀를 죽였다.10명의 변호사를 선임해 현재 재판 중인 김레아(26)도 평소의 폭력성 때문에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던 여자친구가 어머니까지 대동하고 자신의 집을 찾아오자, 전 여친을 사
최근 한국성인콘텐츠협회(KACA)와 플레이조커가 개최를 준비 중이던 ‘성인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이 지방자치단체의 불허로 취소됐다. 주최사인 플레이조커는 작년 12월 경기도 광명시에서 열렸던 행사를 올해 4월 수원에서 개최하려 했다. 이후 수원시의 불허로 파주, 서울 한강변, 강남 신사동 주점 등으로 장소를 타진했으나 모두 허가를 얻지 못해 결국 행사 진행을 포기했다. 이번 성인페스티벌은 작년에 이어 일본 AV(Adult Video·성인용 비디오) 여배우들을 초청해 그들과의 팬미팅, 이브닝 파티와 함께 섹스
요즘 아주 핫한 영화가 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유수의 영화제와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등 무려 89개 트로피를 거머쥔 《가여운 것들(poor things)》이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흥행한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여주인공 벨라를 연기했으며, 헐크로 유명한 마크 러팔로가 바람둥이 매력남 변호사 덩컨 역을, 학식은 대단하지만 괴팍한 과학자이며 의사 역할을 유명한 연기파 배우 윌럼 데포가 맡아 열연했다.《가여운 것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에 만삭의 귀족 여인이 투신하고, 그 여인은 숨만
3월4일, 프랑스에서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프랑스 의회가 ‘여성의 임신을 중지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번 표결에는 전체 의원 925명 중 902명이 참석한 가운데 압도적 찬성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헌에 따라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이는 세계 최초로 여성의 임신중지 자유를 명시한 헌법이라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번 개정헌법은 1975년 보건장관이던 시몬 베
지난주 《나의 올드 오크(My Old Oak)》란 영국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를 만든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회의 약자들을 대변해온 영국의 노장 감독이다.《나의 올드 오크》는 영국의 한 퇴락한 폐광촌에서 중년 남자 TJ가 운영하는 오래된 펍(영국의 술집)을 중심으로 시리아 난민 공동체와 마을 원주민 공동체가 편견과 혐오를 겪어내고 화해와 연대로 가는 해피엔딩의 이야기다. 영화는 영국 정부가 주민들과는 상의도 없이 시리아 난민들을 가난한 이 동네에 정착시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어언 1년이 흘렀다. 시작은 몽땅 쓸어버릴 기세였으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마약을 생산·유통하는 것으로 막대한 돈을 버는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방식은 영화 속에서나 있는 과거가 돼버렸고, 현실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약 유포의 세계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마약은 말 그대로 향정신성 약물을 말하는 것으로 뇌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이렇게 도파민으로 극강의 즐거움을 맛본 뇌는 자극의 수치를 자꾸 올려 중독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환각과 각성제 역할을 하는 천연에서 얻는 아편·코
지난 연말 우리는 ‘이선균’이라는 한 사람을 잃었다. 아니 잃었다기보다 우리가 그를 사지로 몰았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경찰과 언론과 대중이 합작해 만들어낸, 결국 우리 모두가 공범인 비극이었다. 그의 변호인이 요청했다는 비공개 소환을 경찰로부터 거부당한 후 세 번째 공개 소환돼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 다시 서고, 무례한 질문 앞에 섰을 때 그의 복잡한 얼굴 표정을 보면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던 그가 얼마나 깊은 자괴감과 자신의 무력함에 비참함을 느꼈을지, 자존감을 얼마나 훼손당했는지가 느껴졌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