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 이사회, 강제조정 부결시켜…하루 지연손해금 1340만원 웃돌아
인천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 한복판에 자리를 잡은 ‘송도 센트럴파크호텔(E4호텔)’은 관광호텔과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호텔)로 구성돼 있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관광호텔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 레지던스호텔은 2014년 12월부터 내부공사가 멈춰 있는 상태다.
10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레지던스호텔은 2018년 1월3일부터 현재까지 시공사(대야산업개발㈜)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대야산업개발은 2020년 7월23일 인천도시공사를 상대로 낸 제3자이의 소송을 통해 유치권을 인정받았다. 대야산업개발의 유치권 소송은 인천도시공사가 2018년 1월2일 ㈜미래금과 체결한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을 해지한 것이 불씨가 됐다.
앞서 대야산업개발은 2020년 1월20일 관광호텔을 운영하는 미래금을 상대로 451억원 상당의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냈다. 지연손해금도 약 273억원을 청구했다. 인천도시공사는 미래금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 대응하고 있다. 미래금이 패소하면 공사대금이나 지연손해금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인천도시공사가 2020년 5월28일 미래금을 상대로 낸 부동산인도 등 청구 소송과 미래금이 2020년 12월8일 인천도시공사를 상대로 낸 계약금반환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레지던스호텔 공사금액 감정가 409억원…지연손해금 272억원
인천도시공사와 대야산업개발, 미래금은 지난 4월26일 ‘E4호텔 정상화 촉진을 위한 협약서 및 세부 합의사항 확인서’에 서명했다. E4호텔과 관련된 복잡한 분쟁들을 한꺼번에 매듭짓자는 게 주요 골자다. 이에 이들은 각각 법원에 조정합의서(안)을 제출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7월22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내렸다.
인천도시공사가 법원의 강제조정에서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대야산업개발이 미래금에게 청구한 공사대금이다. 법원은 보조참가인(인천도시공사)이 낸 감정보완신청을 수차례 인용하면서도 공사대금을 약 409억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이다.
지연손해금은 272억원으로 산정했다. 2018년 1월3일부터 2020년1월31일까지 연 6%, 2020년 2월1일부터 변제할 때까지 연 12%를 적용했다. 2020년 2월1일부터는 하루에 1340만원을 웃도는 지연손해금을 물어내야 하는 셈이다.
이번 강제조정엔 미래금이 미납한 관광호텔 임대료 51억원을 활용해 인천도시공사가 미래금에게 E4호텔을 매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관광호텔과 레지던스호텔을 합친 매매대금은 약 1719억원으로 정했다. 계약금과 중도금은 각각 매매대금의 10%이고, 나머지가 잔금이다.
법원은 인천도시공사에게 레지던스호텔 공사대금에서 미래금이 미납한 임대료와 E4호텔 매매대금 계약금(약 172억원)을 뺀 나머지 금액을 강제조정 확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미래금에게 지급하고, 이 과정이 완료되면 대야산업개발은 레지던스호텔을 인천도시공사에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인천도시공사는 레지던스호텔 공사대금과 지연손해금을 대위변제해야 하는 점은 불리하지만, 채권 정산과 매매계약대금 수입이 발생하는 점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또 미래금이나 대야산업개발이 강제조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광호텔과 레지던스호텔을 적법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경영회의서 의결된 강제조정…이사회가 부결시켜
인천도시공사는 지난 7월17일 열린 경영회의에서 법원의 강제조정을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경영회의엔 인천도시공사 사장과 감사, 경영혁신본부장, 자산관리본부장, 주거복지본부장, 도시재생본부장, 도시개발본부장이 참석했다. 의결과정에서 별도의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난 8월1일 열린 제279회 인천도시공사 이사회에서 법원의 강제조정 수용 결정(안)이 부결됐다. 경영회의에서 의결된 사항이 이사회에서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인천도시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인천시도 법원의 강제조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지던스호텔 공사대금이 지나치게 과도한데도 인천도시공사가 자의적으로 동의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사회에서 부결돼야 하고, 특정감사를 통해 대응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인천시는 지난 8월5일부터 12일간 ‘E4호텔 관련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당시 감사팀은 도급계약 무효 확인소송과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 도급계약 하자에 대해 주장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래금과 대야산업개발을 ‘동일법인’으로 볼만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강제조정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들어간 재조정 협의(안)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감사관이 재산정한 공사대금은 약 325억원이고, 지연손해금은 88억원으로 계산했다.
감사팀은 배임·횡령·통정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고의적으로 과도한 도급계약을 체결해 법인에 손해를 발생시키고, 인천도시공사의 지출금액과 미래금의 수입금액의 차액이 23억원에 달하는 점, 대야산업개발의 소송에 미래금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에 대해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조정 재시도 필요…불필요한 소송의 장기화 막아야”
인천도시공사는 실효성이 낮은 형사고소가 E4호텔 정상화를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미 5곳의 법무법인으로부터 미래금과 대야산업개발의 소송사기나 배임, 무고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을 받아 놓았다.
소송사기 혐의는 인정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또 공사대금이 부풀려졌거나 허위의 공사도급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한 객관적 입증자료가 없어 배임죄를 묻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공사가 중단됐을 경우의 기성 공사대금은 약정 총공사비에 기성고율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대법원의 판례다. 연면적 조정이나 기존 시공분량 제외, 회계감사보고서 등으로 확정할 수 없다.
인천도시공사는 미래금의 추가소송도 E4호텔 정상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래금은 사업협약 등 해지 무효 확인 소송이나 전대차계약 존재 확인 소송, 우선매수권 행사금액(51억원) 반환청구 소송, 관광호텔에 대한 소유권 확인 소송 등 추가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을 예상된다.
미래금은 관광호텔에 대한 소유권 확인 소송에서 관광호텔 공사비(802억원)에 대한 이자를 대납하고 관광호텔 취득세와 재산세, 교통유발부담금을 납부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송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소송과정에서 시민들의 불편과 고용불안도 우려된다. 약 120명이 근무하고 있는 관광호텔은 올해 연말까지 웨딩 254건과 기업행사 195건, 객실이용 8505건 등 9만6585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도시공사는 소송 중 관광호텔이 강제로 폐쇄되면,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어려운데다 대량 실직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천도시공사는 법원의 강제조정을 재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야산업개발의 유치권이 확정된 데다 법원이 감정평가사의 공사대금을 인용한 만큼 발 빠른 강제조정이 지연손해금의 증가를 억제하는 등 재정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인천도시공사가 선정한 감정평가법인이 2015년 1월26일에 레지던스호텔의 공사대금을 407억원으로 분석한 감정평가서가 법원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재감정과 감정인 탄핵을 신청한 것들이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대금 소송이 장기화되면 연 12%의 지연손해금도 늘어나는 만큼 경영회의에서 의결된 강제조정 절차를 한 번 더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