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역성장에도 ‘풍선효과’에 금리 줄인상…성장 먹구름
치솟는 가계부채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강도 관리가 계속되고 있다. 은행권은 당국의 입이 열릴 때마다 대출 축소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방은행도 수난시대를 맞았다. ‘풍선효과’ 우려에 오히려 대출이 줄어든 지방은행도 가계부채 옥죄기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성장에 고삐를 당겨야 하는 상황에 지방은행 사이에선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지방은행들은 잇달아 대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를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인상했다. iM뱅크는 주담대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그간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워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을 펴왔다. 지난 7월부터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 온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연 3.69% 수준이다. 반면 주요 지방은행의 경우 지난달까지만 해도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3%대 초반으로 시중은행과 0.3%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풍선효과’가 우려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시중은행 대출길이 사실상 막히자 금리가 낮은 지방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가장 늦게 금리를 올린 iM뱅크의 경우 급격히 늘어난 대출 문의에 수도권 영업점의 주담대 접수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 전 iM뱅크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연 3.25%로 시중은행보다 0.44%포인트 가량 낮았다. 부산은행 역시 지난달 초 2% 후반대 금리로 1조원 한도의 주담대 특판을 선보여 13일 만에 완판된 바 있다.
이들 지방은행은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게 됐다는 반응이다. 지방은행들은 상반기 시중은행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대출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대출 성장에 고삐를 당겨야 할 시기에 발목이 잡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들 지방은행 일부는 올해 들어 대출이 줄었다. 2분기 부산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4조706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14조7370억원) 대비 300억원 감소한 규모다. 경남은행 역시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이 9조6780억원에서 9조4150억원으로 2000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지난 5월부터 5대 은행의 주담대 증가 규모가 매달 5조원을 넘었던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하반기 대출 성장 제동…당국은 ‘풍선효과’ 경계 강화
이에 올해 지방은행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방은행들은 대출 여력이 충분한 만큼 하반기 대출을 늘려 성장성에 반등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권재중 BNK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시중은행이 공격적으로 영업하면서 1조원 이상 범위 내에서 이탈이 발생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경쟁 압력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상반기보다 큰 성장폭을 두고 여신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풍선효과를 한층 예의주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들어 가계 대출 한도를 더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본격 시행되면서 7~8월 대비 가계대출 잔액 증가 폭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금융권을 비롯해 신용대출 등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여전히 포착되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475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8월 한 달 증가폭이 845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주 만에 지난 달 증가분의 절반을 채운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는 신용대출 한도도 축소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가능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10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100%까지로 제한한다. 지방은행 입장에선 신용대출 한도마저 손봐야 할지 노심초사 하는 상황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올해 대출 성장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은행들은 대출 여력이 있는 편”이라며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타당하긴 하나 가계부채에서 시중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 지방은행까지 옥죄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